톨스토이의 '부활'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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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부활'을 읽고
  • 강민정
  • 승인 2022.12.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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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의 부활”
제11회 전국중고인문학경진대회 금상 수상작

강민정 (순창고2)

이 글은 올해 굿모닝미디어그룹(서울STV, 굿모닝경제, 스포츠서울)이 주최한 11회 전국 중고 인문학경진대회고등부 금상 수상 작품입니다. <편집자>

톨스토이의 <부활>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러시아는 소수 귀족들이 대부분의 땅을 차지하고 사치스럽게 살았고, 톨스토이는 민중들의 시선으로 이런 사회의 모순이나 빈부격차 등 대다수 농민들의 비참함을 그려냈다. 톨스토이는 소수의 귀족들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삶에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고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고자 소박한 민중의 삶에 기독교적 사상을 녹여내었다.

책 속 등장인물 네플류도프는 독살 사건에 연루되어, 아무 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자신의 변호인과 배심원들의 부주의 때문에 형을 집행 받은 마슬로바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 채 마슬로바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며 그 후 마슬로바에게 돈을 주고 무책임하게 떠난 자신의 모습에서 문득 죄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잊고 있었던 그녀와의 옛날 그 기억은 재판소에서의 네플류도프에게 큰 전환점을 준다. 네플류도프는 자신의 모든 일상과 소유물에 혐오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방탕한 삶에서 벗어나 젊은 날의 이상을 찾기 위한 길을 다시 걸어가기로 다짐한다.

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놀란 것은 자기의 비열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이 감정 속에는 뭔가 병적이면서도 마음을 기쁘게 하고 안정시키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책 속 네플류도프의 독백 중 한 소절이다. 육체적인 쾌락을 이기지 못해 마슬로바와 강제로 하룻밤을 보낸 후 버린 그는 그 순간부터 죽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육체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살아있었지만, 그러한 행위를 저지른 순간, 네플류도프는 다른 의미로 죽었다.

그는 재판소에서 죄의 무게를 느끼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긍정적인 대상으로 인식하여 매일 즐기던 사치와 향락을 그저 혐오스럽고 역겨운 것으로 표현하며 세상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정의와 선, 법과 종교 그리고 신에 대한 모든 담론들이 그저 말뿐이고 추악한 사리사욕과 잔혹성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그들이 사회에 지은 죄보다 사회가 그들에게 지은 죄가 훨씬 더 컸다.’

이 당시는 일부 고위계층 소수가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다수 하층민들의 빈곤, 생계적 어려움을 이용하여 그들을 착취, 억압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 형편없는 토지 제도, 귀족들의 호화로운 사치 생활, 이기주의들은 사회에 만연하게 자리 잡아 있었고, 하층민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삶을 지속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있으면 죄를 지어도 무죄가 되지만, 돈이 없으면 유죄가 된다라는 말이 불안정한 사회를 만들었다.

고위계층이 재화를 독점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법을 어길 수밖에 없었고, 고위계층은 그 약점을 악용해 하층민들에게 온갖 죄목을 들어 죄인을 양산해냈다.

그 사람들에게는 수백만 명의 고통이 보이지 않으며 그러하기에 자기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또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그들은 사회적 하층민의 입장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이해타산적으로 시민들을 자신의 부귀영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네플로듀프는 마치 자신은 죄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며 정의로운 것처럼 행동하는 귀족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되고, 그런 모습들을 통해 과연 인간이 인간 서로를 재판하고 처벌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작품 속의 시대상이 지금 우리가 만들어낸 이 사회와 어느 정도 닮아있다고 느껴졌다. 귀족들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이용하고, 차별하는 모습에서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문제로 뽑히는 개인주의가 떠올랐다. 기술들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주의가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고, 나아가 이기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인주의란 개인의 가치를 국가나 사회보다 중요시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 민중에게 있고 민중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국민을 위하여 자주 정치를 행하는 민주주의 속에서 사람들은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이익 추구가 타인의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보사회로 도래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권리 중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헌법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사회 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보장받는다라는 조항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의 이익, 자유도 가치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그것의 전제 조건이 타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의 독립성이 이기주의와 타인에 관한 무관심으로 변해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괴테는 인간은 이기적이 될수록 그만큼 이기적인 인간에게 예속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이기주의적인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주변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 제목 부활은 무슨 의미일까? 네플류도프는 진정한 부활을 이룩해낸 것인가? 당신은 지금 끊임없이 부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이 책은 이렇게 계속해서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성찰하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네플류도프는 남을 재판하고 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닌 부패와 타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이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 제목 부활은 단지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진 않다. 더 넓은 의미에서 진정한 부활은 영혼의 부활이 아닌, 인간성의 부활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현대사회의 법과 질서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하게 되었고, 공동체적인 삶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서 깨달았다. 이 지구에서 숨 쉬는 모두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두의 어려움 해결을 노력하며, 사회 전체의 가치와 개인 가치의 양립성을 아는, 또 끊임없이 부활하는 개인이 되길 기도한다.

 

강민정(순창고2)
강민정(순창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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