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우리 시대의 어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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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우리 시대의 어른은 누구인가?
  • 구준회
  • 승인 2023.01.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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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풍산 두지)

문화방송(MBC)경남에서 제작한 2부작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장안의 화제이다. 지난 1231, 11일에 방영된 방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용하지만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1944년생인 김장하 선생은 19세에 한약업사 자격을 취득해 2022531일까지 60년간 남성당한약방을 경영하며 번 돈으로 1000명이 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였는데, 그 금액이 무려 4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약방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마이크로 순서를 호명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점심시간에는 빵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한약방을 찾았던 것은 아픈 사람을 상대로 거짓 돈을 벌려고 하면 안 된다는 김장하 선생의 철학이 평소 그의 삶과 행동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남성당한약방은 전국의 한약방 가운데 가장 세금을 많이 내기도 했는데 이는 김장하 선생이 그만큼 성실납세를 했음을 증명한다.

그는 40세인 1983년에 진주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였는데, ‘명신은 대학(大學)에 나오는 명덕신민을 뜻하며 참된 나를 찾아(명덕), 세상을 이롭게 한다(신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학교 운영 원칙이 세 가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첫째 친인척을 채용하지 않는다’, 둘째 교사 채용에 돈을 받지 않는다’, 셋째 권력에 굽히지 않는다이었다고 한다.

그가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채용된 한 교사에 대해 특별히 잘 봐달라는 권력층의 요청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김장하 선생은 그 교사에 대한 채용을 바로 취소했다고 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김장하 선생은 1991년 자신이 설립한 남성학숙의 모든 재산을 국가에 기부채납 하는데 당시 1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 외에도 그는 수많은 시민단체의 사업과 지역언론, 지역문화예술사업을 지원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운동으로 알려진 형평운동(1923년부터 일어난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국사회에서의 각종 차별을 없애기 위한 운동에 헌신했다. 다큐멘터리에서 김장하 선생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차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친다.

그는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매우 꺼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식사 초대에도, 각종 언론매체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놓으면 악취가 진동하지만 골고루 뿌리면 좋은 거름이 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라고 말하는 김정하 선생. 그는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지만 자신의 선행에 대한 어떠한 보답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태도는 꼰대를 혐오하는 시대, 공동체에 필요한 진짜 어른이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한다MBC경남 김현지 PD는 말한다.

학교재단을 국가에 헌납했던 것에 대해 김장하 선생 주위 사람들은 그를 돈이 많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뜻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1990년대 첫 민선 진주시장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추대할 시민후보를 뽑았는데 김장하 선생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으나 그는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어른 김장하>의 공동 제작자인 경남도민일보 출신 김주완 기자는 요새 만원어치 봉사를 하면서 고아원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백만 원어치 홍보를 한다든지, 그 봉사의 가치를 되받으려 한다든지, 반대 급부를 바라고 봉사를 한다든지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실제 김장하 선생의 삶과 나눔은 이런 걸 철저히 배격하며 이뤄져 왔다. 대가 없는 나눔, 간섭 없는 지원, 바라는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보시, 이런 걸 실천해온 사람이 김장하였다고 평가했다.

내가 내 것을 누구에게 주었다는 생각조차 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무주상보시라는 말도 김장하 선생의 삶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아 보인다.

산을 가는 좋은 멘트가 있는데,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계속 그리 걸어가면 돼라고 김장하 선생은 그렇게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다큐멘터리는 묻는다. 우리 시대에 어른은 누구인가? 후배들이, 후세들이, 또 젊은 사람들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 말로 우리 시대의 어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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