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전통 음식 이야기(2)3월에 순창에서 먹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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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전통 음식 이야기(2)3월에 순창에서 먹던 음식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3.03.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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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들어서면서 들녘과 강변 여기저기에 쑥·냉이 등 풋풋한 봄나물이 한창 돋아나고 있다. 차가운 기운이 아직 남아 있고, 꽃샘추위가 아직 몇 차례 대기하고 있지만 양지 바른 곳에서 나물 캐는 여인들을 보며 봄의 행진곡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해당 계절 절기에 맞는 제철 음식을 먹으며 해당 계절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특히 겨우내 같은 음식을 물리도록 먹다가 새 봄에 맛보는 봄나물 요리는 별미요, 영양 보충에도 도움이 되었다.

순창군민이 봄이 찾아오는 3월에 즐겨 먹었던 제철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알아본다.

 

순창식 김 자반

 

요즘 전국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김 부각은 김에 찹쌀 풀을 발라서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반찬보다는 간식으로 더 어울린다.

그에 비교해 순창군민이 예전에 각 가정에서 봄에 반찬으로 만들어 먹던 김 자반은 기름에 튀기는 요즘 김 부각과 만드는 방법과 맛이 전혀 다르다.

1985년 쯤 양반김을 비롯해 포장 조미김이 대중화되기 전만 해도 가정에서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김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직접 구워 먹었다. 그런데 봄이 되면 김이 눅눅해지고 맛이 떨어진다. 봄철에도 맛있는 김을 반찬으로 활용하고자 만든 것이 김 자반이다.

순창지역에서는 3월말부터 4월까지, 송화가루 날릴 때쯤 김 자반을 만들었다. 김 자반용 김은 요즘에는 곱창김을 쓰지만 예전에는 오사리김을 사용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청태를 사용하기도 했다.

오사리는 김을 수확하는 시기를 말한다. 김이 가장 많이 수확되는 115월 사이에 수확을 처음 하는 시기를 일회조라 일컫고, 두 번째로 수확하는 김을 오사리라고 한다. 김의 맛이 가장 뛰어날 때가 이때라고 한다. 오사리김은 두꺼운 곱창김보다는 얇고 파래김과 비슷하다. 토돌토돌하고 단맛이 난다. 곱창김은 양식장에서 곱창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나는 김을 수확해 만든 상품을 뜻한다. 돌김의 한 종류로 원래 이름은 잇바디돌김이다. 오사리김과 곱창김 모두 일반 김보다 가격이 3~5배 비싸다.

순창식 김 자반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김을 절반으로 접어놓고 김에 바를 양념장을 만든다. 양푼이나 함지박에 조선(재래식)간장에 적당량의 물을 넣어 너무 짜지 않게 간을 맞춘다. 찹쌀죽을 묽게 쑤어 간장물에 섞는다. 여기에 간 마늘과 채 썬 대파, 참기름, 조미료를 넣어 섞어주면 양념장이 완성된다. 고소하고 짭짜름한 맛으로 먹는 반찬용이기 때문에 설탕이나 조총 같은 단맛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절반으로 접은 김들을 양념장에 살짝 담갔다가 꺼내 채반에 놓는다. 이때 다른 사람은 채반에 놓인 김 위에 되게 쑨 찹쌀죽을 6군데에 동전 크기보다 작게 바른다. 찹쌀죽을 바른 그 위에 고춧가루와 흰 깨로 고명을 입힌다.

봄바람이 부는 날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해 채반에 놓인 김을 오후 23시까지 양지바른 곳에서 바짝 말리면 순창식 김자반이 완성된다. 예쁘게 완성된 김자반은 맛도 일품이어서 손님 접대용으로도 제격이었고, 어느 집에서 만든 김 자반이 더 예쁘고 맛있게 만들었는지 김 자반 품평이 따라다니곤 했다.

 

순창식 꼬막 요리

 

꼬막은 11월에 나와서 3월까지 먹는 겨울 음식이지만 꼬막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순창 사람들은 꼬막 생산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3월에 마지막으로 싱싱한 꼬막을 즐겨 먹었다.

요즘에야 참꼬막 값이 비싸고 귀해졌지만 십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순창군민들은 새꼬막보다 가격이 3~4배나 비싼 참꼬막을 즐겨 먹었다. 아니 새꼬막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새꼬막은 부드럽지만 참꼬막에 비해 쫄깃한 식감이 떨어져 삶은 후에 양념장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그래서 요즘 전국적인 꼬막 요리법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순창식 꼬막 요리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꼬막을 여러 번 바락바락 깨끗하게 씻은 후 2시간 정도 소금물로 해감해 준다. 냄비에 꼬막이 푹 잠기게 물을 넣어준다. 꼬막을 삶을 물에 조선간장, 참기름, 간 마늘, 간 생강, , 조미료, 청주 12스푼을 넣고 센 불에 끓인다. 물에 온갖 양념을 넣어 끓이는 것이 순창식 꼬막 요리의 특징이다. 꼬막 중 3-4개 정도가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바로 불을 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꼬막을 까며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쫄깃한 식감을 만끽했다. 온갖 양념과 꼬막 육수의 조합인 꼬막을 삶은 국물도 버리지 않고 마셨다.

 

보리국

 

황량한 들판에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전령 중 하나가 보리밭이다. 보리가 식생활에서 주요 곡식이던 예전에 보리밟기는 봄이 오기 전 꼭 거쳐야 하는 중요 행사였다. 보리밟기는 보통 땅이 얼기 전인 12월 상중순과 월동 후 입춘이 지난 2월 중하순 무렵에 진행한다. 특히 1970년대 당시 정부는 보리밟기 운동을 적극 장려하고 나섰다. 공무원은 일손을 놓고 보리밭으로 나섰고, 군인과 학생들도 수백 명씩 보리밭으로 동원되었다.

보리국은 순창을 비롯한 전라도지역의 대표적인 춘궁기 음식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보리 싹을 캐어서 국을 끓였다. 어른 손바닥 길이 정도 자란 보리가 가장 적기이며 흰 밑동이 보이게 베어야만 맛있다.

보리국에는 보리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쑥이나 냉이 등 봄나물을 주재료로 하고, 거기에 보리싹을 한 움큼 정도 넣는다. 일부 부유한 가정에서는 전남 나주지방처럼 홍어애를 넣어서 보리국을 끓였다. 고춧가루와 마늘을 듬뿍 넣고 자박자박 끓인 홍어애보리국은 코끝을 쏘는 매운 맛과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쑥국

 

쑥은 단군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그 이용 역사가 오래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봄나물 중 하나다. 쑥은 봄 들녘의 어떤 새싹보다 먼저 눈에 띈다. 3월부터 제철인 쑥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난다.

순창군민은 경천변을 비롯해 들녘 등지에서 채취한 어린 쑥으로 쑥국을 끓였다. 쑥은 향이 있으므로 쑥국을 끓일 때는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 된장을 짜지 않게 약하게 풀어 줘야 하며, 재래 된장을 사용하는 것이 더 맛이 있다. 쑥을 넣어 한소끔 끓여주고 불을 꺼야 쑥의 향이 강하게 난다.

 

냉이국

 

냉이는 특유의 쌉쌀한 맛과 향이 좋아 미각을 돋우는 식재료다. 영양도 풍부해 우리나라 봄철 나물채소 중 소비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잃었던 입맛도 되살려 주는 냉이는 주로 국·찌개에 넣어먹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날콩가루를 묻혀 냉이 된장국을 끓이면 쌉쌀한 맛과 구수한 된장 맛이 조화를 이루어 영양적으로도 궁합이 맞는 우수한 음식이 된다. 냉이를 요리할 때는 흐르는 물로 냉이 뿌리에 있는 흙을 제거한 뒤, 잔뿌리를 칼로 긁어내면 된다.

 

달래 무침과 된장찌개

 

달래도 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달래는 이른 봄부터 들이나 논길 등에 커다란 덩이를 이루며 자란다. 작은 마늘처럼 생긴 달래는 봄철이 되면 어김없이 식탁에 오른다. 톡 쏘는 매운맛이 봄의 미각을 자극한다.

된장찌개에 넣어 끓이면 맛있는 요리가 되고, 매콤하게 무쳐 먹거나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달래로 양념장을 해서 밥에 쓱쓱 비벼먹기만 해도 한 공기는 우습게 해치울 수 있다.

 

더덕구이

 

더덕은 섬유질이 잘 발달되어 있어 씹는 맛이 좋으며, 오래 씹을수록 특유의 향을 즐길 수 있다. 아린 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물에 여러 시간 담갔다가 조리해야 하며 주로 구이·장아찌·무침으로 해먹는다.

날 것으로 무침을 해 더덕 생채 무침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구워 먹어야 맛과 향이 떨어지지 않아 특유의 맛과 육질을 즐길 수 있다.

더덕구이는 순창지역에서 자생하는 더덕을 껍질을 벗겨 여러 시간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뒤 얇게 두들겨 펴서 순창고추장 양념을 발라 굽고 고명을 입힌 음식이다. 남원집·새집·화순집 등 순창 한정식의 대표 반찬이기도 했다.

 

미나리 무침

 

미나리는 봄철 잃은 입맛을 돋울 뿐 아니라 건강에도 여러모로 큰 도움이 돼 옛날부터 두루 약용돼왔다.

미나리 종류로는 물미나리와 돌미나리가 있다. 물미나리는 논처럼 물에서 자라는 것이고, 돌미나리는 물기가 없는 밭에서 자란다. 따라서 돌미나리를 밭미나리라고도 부른다. 물미나리보다 밭미나리(돌미나리)가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좋다.

순창지역에서는 미나리를 네모나고 얇게 썬 무와 함께 고춧가루··간 마늘에 버무려 미나리 김치로 먹었다. 또한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했고, 부침용 재료가 없던 이른 봄에 해산물과 함께 부침()으로도 많이 먹었다. 요즘에는 전국적으로 삼겹살을 미나리와 함께 구워 먹기도 한다. 아삭거리는 식감이 별미다.

 

봄동겉절이

 

순창지역도 전국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겨우내 물렸던 김장김치가 거의 떨어져갈 무렵, 수확한 봄동을 겉절이로 담가 봄철 잠시 잃은 미각을 되찾곤 했다. 봄동은 추운 겨울날 파종해 봄에 수확하는 배추다. 일반 배추보다 강한 단맛을 내며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광주광역시 수완동에 거주하는 향우 임수원 씨가 음식 조리 과정에 대해 도움 말씀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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