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진흥조례’ 있는데 ‘관광사업조례’ 왜 또 만드나?

순창군의회(의장 신정이)가 조례 입법예고 등 절차와 심의에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의회는 최근 조례 제정안 6건과 개정안 2건을 입법예고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8일 입법예고한 ‘순창군 관광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근거자료도 없이 ‘조례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한 것으로 확인돼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제정할 조례에 규정된 지원 대상 등의 현황과 이에 따른 예산 소요 계획 등 을 근거로 제시한다. 현황 파악 없이 조례를 제정하면 대상(자) 없는 조례가 될 수 있고, 대상이 없으면 아예 만들 필요가 없는 조례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열린순창〉은 ‘순창군 관광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담당한 것으로 보이는 군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 해당 조례안를 제정하기 위해 준비한 근거자료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해당 전문위원은 “근거자료를 요청했는데, 아직 부서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의원 발의 입법예고하고, 행정(담당 부서)이 근거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는 답변에 황당했지만, “근거자료도 없이 조례안을 만든 것이냐”고 재차 묻자, “아직 조례안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미 입법예고까지 했는데 협의 중이라고 답변해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열린순창〉은 군청 문화관광과에도 군의회에서 요청한 ‘관광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관련 자료를 제출했냐고 물었더니 “제출했다”고 답변했다. 문화관광과 팀장에게 양측의 주장이 다르다면 어느 한 곳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명확히 답변하지 못하다가 의회와 협의한 듯, “(군의회) 의사계에 전달했는데, 의사계에서 자료를 행정복지위원회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답변했고, 의회사무과는 “자료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의회와 행정 모두, 조례 제정을 위한 조사 또는 검토 자료도 확인하지 않은 채, 조례안 조항을 만들어 입법예고하고, 그동안 해 오던 대로(관행) 오는 20일 예정된 행정복지위원회 심의만 남겨두고 있다.
제정 사유 명확하지 않은 ‘관광사업 지원조례’
조례 만드는 과정부터 문제 있어 보이는 ‘순창군 관광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제정 사유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군에는 ‘순창군 관광진흥 조례’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관광진흥조례 제2조에는 ‘관광사업자’를 “관광진흥법 제2조에 따른 관광사업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제2조에서 ‘관광사업자’는 “관광사업을 경영하기 위하여 등록·허가 또는 지정(이하 “등록 등”이라 한다)을 받거나 신고를 한 자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군의회가 이번에 만들려는 ‘순창군 관광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2조에서도 ‘관광사업자’를 “관광사업을 경영하기 위하여 등록·허가 또는 지정(이하 “등록 등”이라 한다)을 받거나 신고를 한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했다. 관광진흥법 제2조의 ‘관광사업자’ 정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시행 중인 ‘순창군 관광진흥 조례’의 관광사업자와도 똑같다. 결국 두 조례에서 지원 대상자가 같다는 것.
‘순창군 관광진흥 조례’가 이미 있는 상태에서 굳이 ‘순창군 관광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사실상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두 조례를 비교해보면, ‘지원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관광진흥조례 제4조 지원대상에 “군수는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적·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1.국내·외 관광객 및 수학여행단(이하 “관광객”이라 한다) 유치를 위하여 관광상품을 개발·판매하는 관광사업자 2.관광산업 육성을 위하여 지역관광기념품, 지역특산물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관광사업자 3.관광을 목적으로 군에 방문하는 관광객 4.관광객을 수용하는 숙박영업자 및 농촌관광사업자 5.그 밖에 군수가 군 관광진흥을 위하여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규정해, 지원 범위와 지원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다르게 군의회가 제정하려는 관광사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 제4조 지원내용에 “관광사업자에게 지원하는 사업비 내용은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다른 법령이나 조례 등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는 경우에는 중복지원 할 수 없다. 1.사업장 시설의 신축, 증축, 개축, 수선비 2.사업장 브랜드 개발비, 포장재 제작비, 장비 및 비품 구입 및 교체비 3.그 밖에 군수가 관광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군의회는 이처럼 대동소이한 조례를 만들기보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관광진흥조례’ 제4조 제5호 “그 밖에 군수가 군 관광진흥을 위하여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적용해도 군내 관광업체를 충분히 육성 및 지원이 가능하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 5곳에 3000만원씩 지원하려고 만드나?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관광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 군내 지원대상 업체는 총 26곳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진흥조례’의 지원 대상과의 중복 여부에 대해서는 “관광진흥조례로는 여행업이나 일부 야영장업 등이 포함되지 않아 11개 업체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11개 업체 가운데 군에서 수의계약이나 위탁 운영하는 곳을 제외하면 지원대상 업체는 더 줄어들고, 야영업 등은 도에서 해마다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도 사업을 지원받으면 중복지원은 불가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또, 지원내용이 소상공인 지원 조례의 지원내용과 똑같은데 소상공인은 최대 2000만원인데 왜 이 조례는 3000만원이냐고 묻자 “관광 관련 업종은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해, “규모가 큰 곳은 일반적으로 자본이 더 많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규모가 작은 곳을 더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어 “의회에서 제정하려는 조례는 군내 등록된 여행사 5곳을 위한 조례냐”며 “이 업체들을 실사해 제대로 된 사무실 등을 갖추지 않는 곳 등을 제외하면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지적하자 “다시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열린순창>이 등록된 사무실 주소지가 순창읍인 여행업체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간판 등이 없거나 주택에 사무실을 둔 곳 있어 보였다. 인근 주민에게 여행사가 있냐고 물었지만 “전혀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조례 제정에 대해 한 주민은 “여행업의 경우 요즘 사무실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행사에서 상시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전화로 업무를 보지 않냐”며 “조례 제정 목적을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