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건의 고소·고발, 수십 차례 소환 이겨내
주진우 기자는 <나는 꼼수다> 4인(정봉주·김어준·주진우·김용민) 구성원이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주기자의 사법활극>,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악마기자 정의사제> 등의 책을 쓰면서 베스트셀러 전체 1위에 오른 유일한 ‘기자 작가’이기도 하다.
‘5월 5일 <열린순창> 창간 13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초청한 주진우 기자는 지난 5월 20일 오후 2시 순창교육청 3층 시청각실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찾아가는 저널리즘 특강’을 실시했다.
케이비에스(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인 주 기자는 특강에서 시종일관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각종 사건과 사람을 심층·탐사 취재한 내용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몸값 기자”
주진우 기자는 △삼성그룹 비자금 △순복음교회 세습 관련 비리 △조직폭력배 △이명박 대통령 관련 비리 △최순실 국정농단 등 굵직굵직한 사안을 취재하면서 많은 협박과 살해 위험을 느껴야 했다. 또한 자칭타칭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몸값(소송가액 기준)의 기자”라고 불릴 만큼 각종 소송에 시달려왔다. 주 기자는 당시 특강에서 이렇게 고백한 바 있다.
“살해 위협을 느끼고 죽을 고비도 있었죠. 한 열흘인가 계속 쫓길 때였어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어요. ‘진짜 이렇게 끝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 봤죠. ‘아, 이만하면 괜찮아’, ‘이쯤 했으면 됐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 순간 마음이 평온해지더라고요.”
“이만하면 괜찮아”, “이쯤 했으면 됐어”라는 말은 심층취재와 탐사보도를 이어가면서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겼던 주 기자가 ‘죽음’이라는 단어를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에서 삶을 마감해도 괜찮아’라는 의미로 자신을 위안하며 독백처럼 들려준 말이다.
“사회가 나아지는 데 벽돌 두 장만”
주 기자는 지난 2012년 3월 9일 그의 나이 39세 그야말로 혈기 왕성한 청년 때 펴낸 책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권력과 비리가 출입처다. ‘나는 꼼수다’ 출연 이후 국내 유일무이 사인하는 기자. ‘사탄기자’라는 별명도 있다. 내 월급은 기사 써서 받는 돈 20퍼센트, 사회에 보탬 되는 일 하고 받는 돈 30퍼센트, 나머지 50퍼센트는 약자 얘기 들어주는 것으로 받는 대가다. 나는 사회가 나아지는 데 벽돌 두 장만 놓아야지 이 생각밖에 없다. 딱 벽돌 두 장.”
주 기자는 ‘불타는 취재연대기’에서는 스스로 “편파적”이라고까지 고백한다.
“나는, 내 기사는 편파적이다. 하지만 편파로 가는 과정은 냉정하고 치열하다. 항상 약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 한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행법과 더불어 정서법을 들이대고 기준점을 넘으면 가차없이 돌팔매질을 한다. 중립이라고 자위하면서 음흉한 속을 감추는 언론보다 편파적인 게 백배는 낫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든다는 뜻 아닌가. 똑같은 룰로 링에서 싸우면 당연히 힘센 놈이 이긴다. 그 룰이라는 것도 힘센 놈들이 만들지 않았나. 게다가 기자들은 힘센 놈들 이야기만 듣는 게 현실 아닌가. 이게 공정한다. 이게 정의인가?”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주기자의 사법활극>은 기사를 쓰면서 100여 건의 고소·고발과 수십 차례의 소환 경험으로 본의 아니게 소송전문기자가 된 입장에서 알려주는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을 다루고 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그렇지 않다. ‘정의가 승리한다’ 안 믿는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더 안 믿는다. ‘선이 악을 이긴다’ 이제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죄 안 짓고 살면 된다고’ 무식한 생각이다. 불평등한 법치국가, 불공평한 민주국가에서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지킬 법률 지식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쟁취하는 것이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저수지(비자금)을 찾아가는 치열하고 험난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 기자는 끝끝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데 일조했다.
“이것은 돈에 관한 이야기다. 이명박의 돈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 내 여권에 찍힌 스탬프의 8할은 이명박 덕분이다. 이명박이 숨긴 돈을 찾기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간다. 아니 이미 갔다 왔다. 몇 번이라도 갈 수 있다. 기꺼이.”
1973년생인 주기자는 올해 50세가 되었다. 주 기자의 39세 때 다짐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 짱돌쯤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거 안다. 꽃길이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뜨거울수록 뜨거운 맛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거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깨지고 쓰러지더라도, 진실을 파묻지 마라. 나는 17살 주진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