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웅]다음은 당신의 가족이 피해자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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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웅]다음은 당신의 가족이 피해자 될 수 있다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3.09.2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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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축협 조합장에게 폭언·폭행당한 두 직원에게 자녀가 있는지, 사건을 자녀들도 알고 있냐고 물었다.

두 분은 애들 엄마가 방송에 보도되기 전에 아빠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조합장의 폭언·폭행을 취재하고 기사를 쓴 후, 방송에 보도된 영상을 보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피해자 가족들이 영상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였다.

내 자녀, 내 부모, 내 형제가 이유가 무엇이든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폭언을 듣고 폭행까지 당하는 것을 두 눈으로 보는 가족의 심정은 어떨까?

슬프고, 참담하고, 분노하고, 겪어보지 않으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격한 감정들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가족에게 심정도 묻고 싶었으나 하지 않았다. 그런 감정을 다시 떠올리도록 하는 것은 기자로서 보도를 위해서라도 내키지 않았다.

두 분은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고, 지금도 저희가 마치 죄인인 것처럼 상황을 만들어가고, 그걸 믿는 조합원들도 계시지만 후배 직원들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자녀를 묻기 전, 첫 질문으로 사건 후 조합장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는 받았냐고 물었지만 사과보다 회유였다. 당사자 회유가 되지 않으니 주변을 통한 회유가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사과는 받는 쪽에서 진정성을 느껴야 하고, 상대가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 몇 번이든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벌써 두 분은 이미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명품관에서 고기를 횡령했다’, ‘뒷돈을 받다 사표 썼다등의 거짓 험담을 들었다그렇게 거짓 소문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말이 사실이면 조합장은 반성은커녕 자신을 따르는 조합원과 대의원, 임원 등에게 거짓 해명하며, 두 직원을 모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조합장의 거짓 해명을 확인하지 않고 조합장 편에서 이 엄청난 사건을 흐지부지 마무리하기 위해 협작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피해자를 통해 언론보도를 막으려 한 사실만 봐도 진정성 있는 사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이번 취재에서 상상할 수 없이 심한 인격 모독을 당하면서도 불이익이 두려워 이를 고발하지 못하는 조합 직원을 보며 안타까웠다.

직접 당하지 않은 주민 가운데는 왜 당하고만 있느냐며 피해자를 나무라는 듯 쉽게 말하지만 직장 분위기, 직장에서의 위치, 가장으로서 의무감 등 나 하나만 참으면 된다며 입술 깨물며 분을 참는 직장인이 많다.

하지만 나 하나 참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참기 때문에 그 횡포가 더 심해진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당사자의 용기이며, 사사로운 이익에 사로잡히지 않는 조합원의 올바른 목소리가 뒤따라야 한다. 적어도 인간 대우 받는 직장생활을 위해 더 용기내야 한다. 지금 피하면 다음 피해자는 내 부모·배우자·자녀가 될 수 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번 두 피해자의 자녀분들은 올바른 일을 위해 남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결심과 실천하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응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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