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웅]끝까지 짖어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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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웅]끝까지 짖어 볼 생각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3.10.18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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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다 보면 참 순창은 쪽팔린 동네라고 생각할 때가 많이 있다.

중앙 정치나 다른 지역도 순창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역 신문 기자로서 직접 취재하며 보고, 듣고, 겪는 일들만 놓고 보면 정말 쪽팔릴 때가 많다.

순정축협 조합장의 직원 폭행과 폭언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보도된 후나 조합장 해임안 투표를 앞둔 최근 상황을 보면 참담할 뿐이다.

이 사건은 어떻게 보던 조합장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잇따르는 제보를 접하면 인면수심’, ‘표리부동같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군내 유력한 단체의 전·현직 장들이 순정축협 조합장 편을 들며 해임안에 반대하라고 조합원을 회유하고 다닌다는 제보를 여러 차례 접하며 쪽팔림이 극에 달했다.

그들이 조합장 편을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그들의 사익밖에 다른 의미나 가치는 떠오르지 않는다.

축협 조합장의 폭행 사건에 대해 대놓고 조합장 편을 드는 이들은 아직 볼 수 없었다. 기자와 대화한 사람은 모두 조합장이 무조건 잘못한 사안이라고 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당사자가 자진사퇴 하지 않는 것이나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조합장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이런 조합장 편을 나서서 들어주는 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사리사욕에 매몰돼 사회 정의와 합리적 가치를 잃은 것일까.

이런 일은 그동안 여러 차례 겪었지만, 도무지 이해되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은 자기 가족이 직장에서 그런 처사를 당해도 가해자의 편을 들까?

조합장으로부터 장례식장에서 폭언과 폭행당한 직원이나 명품관에서 폭행당한 차장과 상무를 취재하며 피해 직원들이 극심한 불안 증세가 있어 만나 이야기 나누기 쉽지 않았다.

불안과 공포감, 굴욕과 모욕감에 시달리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조합장 고소를 결심하고 언론 취재에 응한 것은 결국 잘못을 바로잡고, 약자들이 강자로부터 부당하게 무시당하고 협박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성과 다짐 때문이다.

이 직원을 만난 다른 기자는 그들이 정말 불안해 보였다고 한다. 직원이 폭행당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장례식장 안에 상주 가족과 손님, 어린아이 등 여러 사람이 있는데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러 때리고, 발로 정강이를 차고, 심지어 식탁에 놓여 있던 술병을 들어 때릴 것처럼 위협했다. 더구나 술병을 든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도 해임안 찬성을 막기 위해 정읍 가축시장 앞에서 여러 명이 투표에 반대해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잘못했다. 한 번만 봐달라며 큰절하는 풍경을 보며, 사과의 대상이 틀렸고, 그런 행동은 이번 해임안 통과만 막자는 행동일 뿐 진정한 반성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합장과 그 추종자들은 이번 해임안만 막으면, 영화 <내부자들>대중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대사처럼 조용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걸까.

용기 내어 피해를 알린 피해자와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의 가족, 기자 개인의 신념을 위해서도 잘못을 저지르고 책임지지 않고, 사익에 눈이 먼 추종자들을 향해 끝까지 짖는 워치독(감시자)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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