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농부]‘니나의 밀밭’ 이하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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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농부]‘니나의 밀밭’ 이하연 농부
  • 구준회 객원기자
  • 승인 2024.02.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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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농업 일선 농민들에게는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아”

<열린순창>과 순창친환경연합영농조합법인은 순창 농부들을 만나다특집기획을 연재합니다.

 

우리나라는 결혼한다는 뜻으로 국수 먹게 해준다라는 말을 사용할 만큼 밀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 입맛이 없을 때 사람들은 국수 한 그릇을 자주 한다. 고기를 먹은 후에는 후식으로 소면도 단골 메뉴이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밀 소비량은 2022년 기준 33kg이며 이는 59kg인 쌀 다음으로 많다. 하루 한 끼 이상을 밀로 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밀 생산량은 약 18000, 자급률은 1.1%(2022년 기준)로 전체 소비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조선시대만해도 밀 생산량이 10만 톤에 이르렀는데 오늘날에는 왜 자급률이 1%밖에 되지 않을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하긴, 자급의 문제가 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니, 이쯤 되면 우리나라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 대안을 찾기 위해 오늘도 순창의 농부들을 만난다. 순창에도 보기 드물게 밀농사를 짓는 농부가 있어서 찾아갔다. ‘니나의 밀밭을 운영하는 이하연 농부이다. 동계면 주월리에서 밀밭을 밟고 있는 9년차 농부 하연씨를 만나 밀농사와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니나의 밀밭' 이하연 농부

 

어떻게 밀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밀농사가 겨울에 하는 농사라 풀을 안 메도 된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순진(?)하게도 기계로 하면 돼서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죠!”

 

왜요? 뭐가 잘 안되었나요? 지금 봐서는 멀쩡해 보이는데요?

일단 콤바인으로 수확을 해야 하는데, 밀 수확철이 여름이다 보니, 콤바인 일을 해주실 분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잘 아는 형님이 도와주셔서 했는데, 그 분도 일이 많아 계속 부탁하기가 어려웠어요.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소형 트랙터는 빌릴 수 있어서 경운작업은 직접 하는데 콤바인작업은 해주실 분을 찾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부탁하고 거절받기를 반복했죠.

3년 전부터는 보리농사를 지으시는 원촌마을 이장님이 당신 보리 수확 마치시고 도와주세요. 올해는 2조식 콤바인을 구입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중고라서 고장나면 부품값이 더 든다고 만류하는 분들도 많은데 일단 해보려고요. 제 밭이 여기(동계면 주월리) 말고도 금과면, 유등면에도 있어서요. 콤바인을 갖고 가려면 1톤 트럭에 실어져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2조식 콤바인밖에 방법이 없어요. 수확하는데 한참 걸리겠지만요.(웃음)”

'니나의 밀밭' 이하연 농부

 

밀 농사는 잘 되었나요?

모든 농사가 그렇겠지만, 쉽지 않아요. 기후문제가 가장 큰 문제에요. 원래 밀 파종 적기는 10월 초에서 중순이라고 하거든요. 절기상 상강에 파종을 해요. 그러면 10월 말에 싹이 올라오고 11월부터 입춘까지는 밀들이 생장을 멈추고 동면에 들어가요. 그런데 지난 2~3년간은 11월이 너무 따뜻해서 밀 싹들이 웃자라버렸어요. 싹이 자란 상태에서 한파를 맞아버리면 싹이 얼어 죽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밀 수확이 거의 ‘0’ 이었어요. 이제는 기후가 변해서 언제가 적기인지 알 수가 없어요. ‘기후위기라는 말이 농업 일선에 있는 농민들에게는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아요.

그리고 주월리 밭에는 토종밀인 남도참밀을 심었고, 금과, 유등에는 제빵용으로 개량된 황금알밀을 파종했는데, 얼마전 강추위에 황금알밀 싹은 얼어서 많이 죽었어요. 남도참밀은 피해가 거의 없고요. 추워도 주월리가 더 추웠을 텐데, 토종종자가 더 강한 것 같아요.”

 

순창에 밀농사 짓는 농민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순창이 밀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나요?

그런건 아니에요. 지으려면 짓죠, 왜 안되겠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적성뜰에서 보리 재배 많이 했잖아요. 보리랑 밀이랑 재배 여건이 비슷하거든요. 문제는 소비 여건이라고 생각해요. 그 많던 보리농사가 왜 없어졌겠어요? 팔 곳이 없기 때문이에요. 어느 해 보리가 풍년이 되었는데 사가는 곳이 없어서 농민들이 집에,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가 그 다음에는 파종을 안 한 거거든요. 상황이 이런데 누가 보리농사, 밀농사를 지으려고 하겠어요.”

 

그러면 소비자가 안 먹는 게 문제인가요? 우리나라 국민이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게 밀이라는데?

소비자가 문제라기보다는 파는 곳이 없다는게 문제에요. 저만해도 마트에 가면 우리밀로 만든 과자, 라면, 국수를 사먹고 싶어요. 근데 순창에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가장 큰 마트인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파는 그 많은 과자 중에 우리밀 제품은 없어요. 예전에는 우리밀 제품이 비싸서 사는 사람이 없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반 과자 값도 많이 올라서 가격차이가 별로 없어요.

밀 생산자 입장을 떠나서 소비자로서 우리밀 제품을 사고 싶어요. 우리밀을 소비하고 싶은 저의 선택권이 박탈되었습니다. 최소한 농협에서는 우리밀 제품을 살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순창산 밀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우리밀 제품을 팔 수 있는거잖아요. 동계농협 마트에는서 함양산 밀가루를 판매하더라고요.”

'니나의 밀밭' 이하연 농부

 

순창에서 밀 생산과 소비자 잘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년 전에 군청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전임 군수님이 밀 생산에 관심이 많으셨던 적이 있었나봐요. 담당 공무원이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생산 장려금을 지원해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밀밭 한 필지에 대한 지원을 100만 원 정도 받은 적이 있었어요. 1년하고 없어졌나봐요.

근데 저는 생산을 지원하는 것보다 소비를 장려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식당에서 순창산 친환경쌀을 사용하면 일반쌀이랑 차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 있잖아요. (순창군친환경쌀소비장려금/편집자주)

그런 것처럼 순창의 중화요리음식집에서, 빵가게에서 우리밀을 쓰면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우리밀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에 있어서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생산은 소비가 있으면 따라 옵니다. 지자체와 농협이 해야 할 일이 그런거 아닐까요?”

밀밭
밀밭

 

직접 생산한 밀로 빵을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있잖아요.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는 순창에서 빵을 굽고 있지 않아요. 엄마가 운영하시는 순천의 카페에서만 빵을 굽고 판매하고 있어요. 순창에서는 특별한 주문이 있을 때만 하고 있고요. 사실 저는 빵을 만드는 교육이나 체험에 관심이 있지 빵을 만들어 파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제가 농사지은 밀을 소비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빵을 만들어 팔고 있는 거예요. 저는 무언가를 파는게 가장 힘든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저의 빵을 맛있게 드셔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합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순창의 농업, 먹거리에 대해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저는 우리나라 농업을 떠받치고 있는 할매들이 행복하게 농사짓는 순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분들의 손끝에서 우리의 먹거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가끔 우리 밥상에 오르는 모든 농산물이 순창에서 난 것들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절친 한 분이 읍내에서 일주일에 2회 본인이 가꾼 밭에서 나온 먹거리와 주변 사람들이 지은 농산물만을 이용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꽤 인기가 많아요. 내가 사는 곳에서 난 농산물이 내 몸에 가장 좋다고 하잖아요.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순창의 농업, 먹거리도 마찬가지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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