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김순임 씨 “늦깎이 공부? 난 참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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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김순임 씨 “늦깎이 공부? 난 참 행복한 사람”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4.02.20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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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넘어 중·고교 과정 이어 대학교까지 졸업한 만학도
“초등학교만 졸업했는데… 더 공부하고 싶어 학업 시작”
김순임(왼쪽)씨가 늦깍이 학업에 열중하며 지난 15일 대학을 졸업했다.

 

초등학교만 나왔다. 더 공부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학교를 안 보내줬다. 평생 한이 되어 칠순 넘어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통과했다. 꽃을 좋아해서 전남과학대 화훼원예과에 입학해 2년간 스쿨버스로 통학하며 졸업했다.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 앞으로도 멋지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배운 대로 꽃밭도 가꾸고 꽃나무도 심어주는 순창군 노인일자리도 참여하고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련다. 내 인생이 부끄럽지 않게.”

지난 15일 전남과학대를 졸업한 동계 김순임(79)씨가 전한 졸업 소감이다.

김 씨는 임실 오수에 있는 인화 초··고에서 중·고교 과정 4년을 마치고 202222578세 나이로 졸업하며 장학금을 받고 전남과학대 화훼원예과에 입학했다. 당시 김 씨는 대학교에 가서 화훼원예를 잘 배워서 주변에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전남과학대를 졸업한 김순임(마스크 착용)씨와 동기생들.

 

<열린순창> 자주 찾아주는 열혈독자

김 씨는 필명 자목련으로 종종 독자시를 보내주는 <열린순창> 열혈독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53일 김 씨에게서 온 전화벨이 울렸다. 김 씨는 다짜고짜 지금 학교 수업 끝나고 순창에 가는데 신문사에 계세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10여 분이 흘렀을까. 김 씨가 장미꽃 화분을 들고 <열린순창> 사무실을 찾았다. 난데 없는 화분에 이게 무슨 꽃이에요?”라고 물으니 김 씨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전남과학대 화훼원예과에 입학했잖아요. 오늘 학교 수업에서 화분 만들기를 했는데, <열린순창>이 생각 나잖아요. 그래서 선물로 가져왔어요.”

김 씨에게 내일모레, 55일이 <열린순창> 창간기념일인데, 때마침 알고 선물을 주신 거네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다김 씨에게 대학 공부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작년에 차 편을 몰라서 동계에서 학교(곡성 옥과)까지 택시를 타고 다녔어요. 택시비만 수백만원 들었는데, 알고 보니까 학교에서 순창까지 학교 버스가 다니더라고. 내가 나중에 알아보고 학교에 말하니까 버스가 다닌 건데, 방금도 학교 버스 타고 순창으로 왔어요.”

한두 푼도 아니고, 수백만원의 교통비까지 들여가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7남매 중에서 오빠 밑의 맏딸로 1945(호적은 1947)에 태어난 김 씨는 부모님께서 남동생과 막내여동생은 고등학교까지 보냈는데, 나머지 형제자매는 공부를 시키지 않으셨다“2018년부터 인화 초··고에서 중학교 과정 2, 고등학교 과정 2년 해서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게 돼 평생의 한을 풀었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25일 인화초·중·고 졸업을 축하해준 둘째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들.

 

필명 자목련 김순임시집 발간 계획

지난해 58일 어버이날 오전에 김 씨가 <열린순창> 사무실을 다시 방문했다. 이번엔 직접 만든 방향제를 가지고서였다. 김 씨에게 아니, 어버이날 되려 선물을 받으셔야 하는데 자꾸 선물을 가지고 오시느랴고 타박하듯 말하자, 김 씨는 학교에서 만든 건데, (방향제) 첨가물을 조금 진하게 넣었으니까 구멍을 살짝만 내서 사용하면 된다고 웃었다.

김 씨는 자목련 김순임이라는 필명으로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열린순창>에 종종 시를 보내오곤 했다. 이후에는 공부하기 바빠 글을 잘 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지난 1월말 김 씨가 손글씨로 쓴 시와 문서로 쓰인 시가 가득 담긴 손주머니 하나를 <열린순창>에 보내왔다. 손주머니를 열자 노란 서류봉투에 쓰고 싶은 글입니다. 김순임 시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김 씨의 또 다른 소망은 자신의 이름으로 시집을 펴내는 일이다. 2024년 김 씨의 소망을 <열린순창>이 함께 기원한다.

김순임씨가 그동안 틈틈이 써 온 습작 시 원고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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