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대기자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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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대기자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4.04.0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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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키운 8할은 노동자, 농민, 노점상, 도시빈민” 고백
“사유를 멈춘 정치·종교만큼 폭력적인 집단은 없다” 비판

나를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너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우리를 위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길.”

변상욱 대기자가 쓴 수필을 묶은 책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멀리깊이, 2021) 책표지 왼쪽 세로로 감긴 띠지에 쓰인 문구다.

변 기자는 각자도생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사회에서 개인이 서로를 향한 공격과 배제를 멈추고 서로의 안전망이 되기 위한 사유를 수필 서른다섯 편에 실었다.

변 기자는 지난해 1028<열린순창>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순창교육지원청 3층 시청각실에서 공동 주최한 지역과 함께 저널리즘 다시 보기특강을 진행했다.

당시 특강에서 그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해서 대통령직의 불안과 국정의 혼선이 반복되는 건 민주주의의 미성숙 때문이고 가장 큰 원인이 저널리즘의 왜곡과 빈곤 때문이라며 한국 정치와 언론 관계에서 진보 정권은 언론 시스템을 고치려 하고, 보수 정권은 언론을 구분해 제어하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꽃은 저만 피는 것이 아닌 것을

특강을 마친 후 변 기자는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 책에 한 명 한 명 참석자 이름을 적으며 사인을 해 줬다. 기자는 오랫 동안 책상 위애 놓여 있던 책을 최근에야 집어 들었다.

책표지를 넘기면 제일 먼저 왼쪽에 나오는 글은 자신을 키운 8할은 노동자, 농민, 노점상, 도시빈민이라고 지금도 고백한다면서 여전히, 저널리즘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인간이라고 믿으며 초원의 주인은 사자가 아니라 풀과 바람이어야 한다고 여긴다고 저자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풀과 바람인 우리 이웃, 함께 걸어야 할 그들에게 내미는 고마움과 부끄러움의 결과다라고 전한다.

3장으로 구분된 책은 한 편 한 편 쉽게 읽히지만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든다. 약자를 향한 애정과 진실에 복무했던 40년 경력의 언론인이 깊고 따뜻한 시선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운 문장들이 곳곳에서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쓰고 말하며 살았지만 (중략) 여기 아픔이 있다고만 이야기했을 뿐 어떤 아픔, 얼마만큼의 아픔인지 설명하지도 못했다. (중략) 함께 짊어지고 가는 이들을 돌아보지도 못했다. 꽃은 그렇게 저만 피는 것이 아닌 것을.”

 

부채감과 부끄러움 고백

변 기자는 서문에서 책 집필 목적을 노동자, 농민, 노점상, 도시빈민, 여성과 장애인을 위해 귀 기울여 왔으나, 여전히 그들의 깊은 아픔을 이해하지도, 설명하지도 못했다는 부채감과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가 잔잔하게 전하는 죄책감은 도리어 깊은 애정으로 돌아온다.

변 기자는 성공과 돈으로만 개인을 판단하는 사회를 향해서 매번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것이 따스하고 친절할까 생각해 정성을 다하는 것이 규율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하지 못해도, 돈이 없어도 여전히 나와 남으로부터 존중받는 사회를 바란다.

 

혐오·배제 조장, 정치·종교 비판

변 기자는 사유를 멈춘 정치와 종교만큼 폭력적인 집단은 없다고 단언한다. 정치와 종교가 탄압과 억압의 수단이 될 때, 자유와 관용, 평화와 행복이 가장 먼저 말살된다.

책은 한나 아렌트가 바라본 나치 정권하의 비밀경찰 아이히만의 예를 들어, 정치와 종교가 사유하지 않을 때 벌어지는 참상을 꼬집는다. 아울러 존엄과 위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해방과 자유가, 곧 하나님의 갈망이라는 것이 예수의 사유였다고 전한다.

 

변상욱 기자

변상욱 기자는 1983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취재·보도 기능을 빼앗긴 시비에스(CBS)에 입사해 종교뉴스와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취재, 제작하다가 취재·보도 기능을 되찾은 이후 기자로 활동했다.

CBS를 정년 퇴임한 뒤에는 와이티엔(YTN) ‘뉴스가 있는 저녁앵커를 맡았다. 현재는 김어준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매주 금요일 출연해 언론 감찰반장으로서 촌철살인 언론보도 비평을 하고 있다.

1996년 제6회 민주언론상, 2015년 제14회 송건호언론상, 2019년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등을수상했다.

변상욱 대기자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과 ‘열린순창’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4시 순창교육지원청 3층 시청각실에서 공동 주최한 ‘지역과 함께 저널리즘 다시 보기’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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