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소리/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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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골소리/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1.04.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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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일은 교통안전 정책이 확 바뀌는 날입니다. 전국에서 도시부 일반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6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로 바뀝니다. 이면도로는 시속 40킬로미터에서 30km킬로미터로 낮춰집니다. 이미 서울, 부산 등 많은 도시가 안전속도 5030’이라는 이름으로 제한속도를 낮추었지만 41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됩니다.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시부 내 모든 도로와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하향 조정해서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 보호구역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12개 정부 기관이 참여한 안전속도 5030 협의회를 통해 범정부적으로 추진해 20194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전면 실시되었습니다. 제한속도만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벌도 강화됩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초 과속운전 시에는 형법에 따라 형사처분될 수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으로 주차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와 범칙금이 일반도로에 대비해 3배 수준으로 인상됩니다.

여기서 도시부는 단순 행정구역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시가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면소재지, 읍소재지, 공단지역도 도시부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제한속도를 낮추는 정책에 대한 반감도 있습니다. 넓은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낮추는 게 낭비라고 주장합니다. 제한속도를 낮춰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다면 더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합니다. 정부가 과태료와 범칙금 등을 올려 국고를 채우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는 음모론도 있습니다.

그런데, 도로가 차만을 위한 공간입니까? 원래 도로의 주인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편해지려고 자동차 선호가 높아지면서 자동차는 달리기 편해졌지만, 사람은 점점 위험해졌습니다. 자동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건널목을 설치할 곳에 육교를 만들었고, 도시 사거리(교차로)마다 지하차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에 치이는 사람은 점점 많아졌습니다. 길을 걷다 사망하는 사람이 2019년에만 1302명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보행자 사고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자동차 제한속도를 시속 6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로 10킬로미터만 낮춰도 차와 충돌한 보행자의 사망 가능성이 40%나 줄어들고, 시속 30킬로미터로 낮추면 사망 가능성은 10% 이하로 떨어진답니다.

제한속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통행시간이 크게 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 경찰은 제한속도를 낮춰 시행한 전국 11개 대표 구간에서 차량의 운행속도는 시속 32.1킬로미터로 시행 전 시속 33.1킬로미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교차로와 신호등이 반복되는 도시부에서는 주행속도를 줄이더라도 통행시간의 차이는 미미합니다. 통행시간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호입니다.

안전속도 5030정책은 도로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습니다. 누구든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차에 치인 사람이 운이 없거나 실수했기 때문이라고 치부할 일입니까? 모든 사람이 운이 없거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차만 타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차를 안 타는 사람도 없지만 늘 걸어 다니는 사람은 많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들은 대개 걸어 다닐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발이 자꾸 삐끗거리는 노면이 고르지 않은 보도도 걷습니다. 자동차가 좁은 보도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곳도 걸어야 합니다. 때로는 좁은 보도를 차지한 자동차를 피해 도로를 걸을 때도 있습니다. 유모차를 밀어야 하는 사람이나 휠체어를 탄 사람은 넓지 않은 도로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자동차가 무서워 거리로 나올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자동차 중심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5030 탓하지 마십시오. 거리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안전속도 5030’은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정책만이 아닙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도시 교통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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