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탐구(5)순창토박이 큰 이모의 전통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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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탐구(5)순창토박이 큰 이모의 전통 고추장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1.11.09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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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의 맛 탐구
공학박사가 ‘어쩌다가’ 맛을 탐구하게 됐습니다. 맛있게 들려드리겠습니다.

외갓집이 순창인 나는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가 집에서 손수 담그신 순창 고추장을 먹으며 자랐고, 성인이 된 이후 큰 이모가 담그신 순창 고추장을 먹어왔다.

그러나 먹기만 했지 정작 고추장 만드는 과정은 인터넷을 통해 그 과정을 어렴풋이 알 뿐이다. 순창 일반 가정에서 어떻게 고추장을 만들어 왔는지 궁금하여 본격적으로 취재를 했다. 취재 대상은 순창에서 나고 자란 나의 큰 이모, 1936년생 최정옥(86)님이시다.

 

할머니가 고추장 만드는 걸 내가 봤어

먼저 어릴 때 고추장에 대한 기억부터 여쭸다.

“10살이나 먹었는가 모르것다. 그때 봤어. 할머니가 고추장 담는 것을.. 그랬더니 본 게로 술밥을 띄워 가지고(발효) 낮은 떡시루 같은 것이 있는데, 거기에 넣고 머슴이 치대더라고. 거기에 고춧가루하고 메주가루하고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더라고. 지금은 소금으로 다 하잖아. 그걸 장꽝(창고)에다가 해놓고는 누가 사러 안 오냐~ 그때는 기계가 없슨 게로 할머니가 체에 걸러가지고 팔더라고. 덩어리가 있슨 게로 체에다가 걸러서 근데 아주 옛날이여. 그때 어렸을 때 할머니가 나를 거기서 키웠어. 그래갖고 내가 봤어.”

내 증조할머니가 담았다는 그 방식은 흔히 아는 제조법과 달랐다. 그래서 이모가 담는 방식을 다시 여쭸다.

엄마도 비슷한 방식으로 고추장을 맹글고, 나도 그걸 보고 커서 시집와서 매년 담았제. 인자 힘이 없어서 3년 전부터 나도 안담아. 한창 때 내가 이런 고무 다라이와 아궁이 각각 세 개를 놔놓고 메주 쑤고 고추장 맹글었다. 그때는 메주 갈아주는 기계도 있었는데~ 고장 나서 고치라고 줬다가 못 찾았어. 긍게 찹쌀을 담가. 그래 갖고 한 이틀 담가 놨다가 그놈을 시루를 걸고 이제 술밥을 쪄. 술밥을 쪄갖고는 이제 익으면은 거기다가 물을 두어 바가지를 붓고 또 담가. 그러고 또 담갔다가 물을 더 부어. 질컥하니~. 그러면 나중에 죽처럼 돼.”

큰 이모 51세 때 모습
큰 이모 51세 때 모습

지금 하는 방식하고 많이 다르네요

듣다가 지금 방식하고 많이 달라서 이모에게 여쭤봤다.

지금 하는 방식하고 많이 다르네요. 엿기름 물도 안 넣고, 찹쌀을 가루로 안 쓰시고 물엿도 안 넣고? 제 기억에 이모 고추장은 별로 안 달았어요. 그래서 마른 멸치 찍어먹으면 맛이 별로인데 음식 조리용으로 쓰면 맛있었어요.”

이모는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근데 나는 엿기름 안 하고 쌀메주가루만 넣어갖고 했는데 지금은 밀로 하더만, 난 쌀로만 했는데. 콩을 삶아서 쌀하고 띄워(발효). 그놈을 메주로 만들어 갖고 저기다 다 달아 내왔어. 그리고 그 메주가 뜨면 그것을 갈아서 메주가루를 만들어. 찹쌀을 안 갈고 술밥을 쪄서 쌀메주가루하고 고춧가루하고 넣어서 만들어, 지금 이맘때가 담글 때네. 담가놓고 그거 1월 달에 먹어. 설 보내고 1월 달에~.”

이모가 해왔던 옛날 방식을 정리하자면, 찹쌀은 가루가 아닌 찹쌀 그대로 1~2일쯤 불려서, 시루에 놓고 술밥을 찐다. 술밥이 익으면 물을 더 부어 가면서 충분히 익힌다. 여기에 고춧가루, 쌀메주가루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잘 섞는다. 물엿은 나중에 조금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완성된다.

질 높은 고추장, 제값 받고 판매하는 방법?

70여 년 전, 내 증조할머니가 하셨던 방식이면 전통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지금의 방식과 많이 다르고 어떻게 보면 단순한 고추장 제조 과정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옛날 곡물과 음식이 귀한 시절이었기에 발효와 숙성을 통한 방식으로 장을 만들어 먹었으며, 식량이 귀한 만큼 다른 첨가물이 쓰이지 않았을 거라는 것과 오히려 식량이 풍부해진 요즘, 음식이 더 발달하고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물엿, 조청, 매실 같은 첨가물이 더 들어가는 단계로 왔을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이모는 현재 순창 고추장에 대하여 많이 아쉬워하셨다.

지금 순창 고추장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는 제조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쓰이는 재료의 질이 낮아서 그렇다고.”

나는 이전 글에서 좋은 음식의 기본은 좋은 식재료이다라고 쓴 적이 있다. 현실적이지 않지만, 좋은 재료를 써서 맛있고 질 높은 고추장을 제조하여 제값을 받고 판매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모는 거의 60년을 빠짐없이 고추장, 간장, 된장을 담아 오셨다고 한다. 그것도 건강에 좋고 맛있는 고추장을 식구들에게 먹이기 위해 옛날 방식을 고수하면서~.

메주와 고추장을 담을 때 썼던 통과 아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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