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6남매 우리집 우리학교’ 뒤편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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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6남매 우리집 우리학교’ 뒤편의 사람들
  • 이송용
  • 승인 2022.03.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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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6남매 아빠 이송용(순리공동체 구림 금상)
케이비에스(KBS) '인간극장' 예고편
케이비에스(KBS) '인간극장' 예고편

 

따르릉하고 울리는 전화를 받으니, 케이비에스(KBS) 인간극장 팀이란다. 작년 말에 <열린순창>에서 우리 가족을 취재하고 기사가 나간 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기사를 보고 연락을 해 온 모양이었다. 이유인즉슨, 우리 가족의 방송 출연을 타진하기 위해서란다.

 

<인간극장> 출연해도 되나?

그 말을 듣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 내가 옛날에 봤던 그 인간극장? 그게 아직도 방송되고 있었나?’였다. 우리 집에는 티브이(TV)가 없기에 요즘 어떤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지도 잘 몰랐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들었던 생각은 그런 데에 출연해도 되나?’였다.

들어 보니, 촬영팀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가족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을 밀착 촬영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3주간이나! 제작진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사실 나는 방송의 진실성을 그리 믿지 않는 편이다. 방송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꾸며지거나 불가항력적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런데 대중은 아니 우리는 바로 그 꾸며진 모습에 열광하는가 하면, 부분적으로 전달된 정보만을 갖고 마녀사냥을 해서 어떤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우리 가족이 꾸며진 모습으로 방송을 탄다면, 그건 진실하지 못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 된다.

반대로 우리 가족의 어떤 모습이 잘못 전달되어 사람들에게 오해를 낳는다면, 그처럼 슬픈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로 보나 저로 보나, 우리 가족이 방송에 출연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처음 전화를 준 이는 윤현정 취재작가였다. 다음에는 박정규 담당 프로듀서(PD)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김수진 글작가가 연락을 주었다. 세 분 모두 우리 가족이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설득에 나섰다.

저희가 누구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오래 알아 온 분들은 아니었지만, 그분들의 말에서 진실함이 느껴졌다. 고심 끝에 우리 가족은 출연을 결정했다. 곧 김수진 작가에게 전화했다. 그의 반응은 놀라웠다. 그는 말 그대로 뛸 듯이 기뻐했다. 우리가 출연하는 일이 그렇게 기쁜 일이라니, 그의 유쾌함에 우리 가족도 힘을 얻었다.

박정규 연출자(PD)가 촬영하는 모습
박정규 연출자(PD)가 촬영하는 모습

 

촬영 첫날, 눈이 펑펑 내렸다

드디어 촬영 첫날, 하늘에선 눈이 펄펄 내렸다. 지난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다. 회문산 자락의 우리 마을은 보통 더 많은 눈이 내린다. 어르신들 말씀을 빌리자면, 순창에 발목만큼 눈이 쌓이면, 우리 마을은 무릎까지 쌓인다고…….

박정규 PD가 그 눈길을 뚫고 우리 마을까지 다다랐을 때, 우리 아이들은 이미 마을 어귀 어느 경사진 골목에서 눈썰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 장면을 놓칠 수 없었는지 박 PD는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들고는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는 그렇게 몇 시간을 눈밭에서 뛰어다녔다.

그 여파로 다음 날 그는 얼마 촬영을 못 하고 조퇴를 해야 했다. 알고 보니, 첫날 서울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백신을 맞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무리를 했으니, 다음 날 그의 몸이 힘들다며 그에게 아우성을 친 것이다. 건장한 체격의 그였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박정규 연출자(PD)가 촬영하는 모습

 

첫째 딸은 버스를 놓치지 않았을까?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첫째 딸이 대학교 등교를 위해 순창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 날이었다. 내가 아이를 순창까지 태워다 주어야 했고, 홍주홍 조연출이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차에 같이 탔다. 그는 인턴 기간을 마친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었다. 사무실에서 편집 작업을 주로 하다가 촬영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했다. 그의 상기된 얼굴이 그의 긴장 상태를 말해 주었다. 첫째 아이와 종일 동행하며 학교생활도 촬영할 예정이라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운전을 해서 터미널로 가는데 그날따라 시간이 촉박했다. 1분 차이로 버스를 놓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터미널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다급해졌다. 나는 급하게 묘책을 냈다.

홍 조연출님, 제가 주차하는 동안 저희 딸이 뛰어가서 표를 살 테니까, 조연출님이 가서 버스가 출발하지 않게 좀 잡고 있어 주시겠어요?”

홍주홍 조연출은 아주 공손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답을 했다.

너무 죄송한데요. 제가 촬영을 해야 해서요.”

,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사람은 촬영에 충실할 뿐 현실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 그는 신입이었지만 프로였다. 그런데 하필 이럴 때에 프로라니…….

차가 터미널에 도착하고 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 총알처럼 튀어 나간 딸은 부리나케 매표소로 향했다. 매정한(?) 촬영팀은 그 절박한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들고 딸의 꽁무니만 쫓아다닌다.

과연 딸은 버스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궁금하신 분은 KBS <인간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라! 328(월요일)부터 41(금요일)까지 5일간 아침 750분에 우리 집 우리 학교라는 부제로 방송이 되니 말이다. 하하하.

앞줄 홍주홍 조연출, 박정규 연출자
앞줄 홍주홍 조연출, 박정규 연출자

 

<인간극장>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촬영팀은 아침 일찍 와서 저녁에 우리가 잠들 때까지 촬영하고는 근처 숙소로 돌아가곤 했다. 그렇게 3주 내내 누군가가 우리 곁에 붙어 있다는 것은 분명 편치만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게 그렇게 또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촬영팀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을 담으면서도, 우리 가족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인들이 우리가 <인간극장>에 출연한다고 하니까, 자기가 평소에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치유를 받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인간극장>의 뒤편에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프로이면서도 진정성 있고,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 배려를 잃지 않는 사람들, 누군가의 삶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그 희로애락을 아름답고도 진실하게 담아내 전달하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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