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유재시거, 오직 재능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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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유재시거, 오직 재능만 보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2.05.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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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섭 박사의 고사성어

오직 재능만 보고

 

유재시거(唯才是擧, wéi cái shì jū)

오직 유, 재주 재, 옳은 시, 들 거

오직 재능 있는 자만 발탁한다

 

사무관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장관이 되었다.

문득 그를 산하 지방관서에서 본부로 올라오게 한 실무과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젊고 유능한 기술공채 사무관을 본부로 끌어오라는 장관의 지시를 받고 다섯 명을 찾아내어 결재를 올렸다네. 이 사람들이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바뀔지 궁금해.”

그 후 나도 그들을 눈여겨봤다. 한 명은 중도에 그만 두었고 두 명은 국장, 한 사람은 차관까지 올랐다. 그리고 한 사람이 승승장구하여 마침내 장관까지 오른 것이다 .

그를 처음 봤을 때 신언서판이 좋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열성적이며 처신이 괜찮다는 평판도 있었다. 특히 상관인 과장과 국장 사이가 매우 껄끄러웠는데도 둘 모두에게 욕먹지 않고 적절히 거중조정하며 처신했던 모습, 담당했던 사업운영자금융자예산 수백 억 원을 확보했던 수완이 돋보였었다.

이른 바 ‘7대 인사검정기준에 걸릴 흠이 전혀 없었다고 장담하지는 못했겠지만 그의 경력과 실적, 평소 처신이 돋보였는지 국회 청문회도 깔끔하게 무난히 넘겼다.

최근 정권이 바뀌어 인사권자가 주로 능력을 보고 쓰겠다고 천명하고 장관후보자를 내 놓았고 갑론을박 끝에 진용이 갖춰졌다. 인사권자의 구현(求賢)과 용현(用賢)을 몇 년 후 과연 잘한 유재시거였다라고 국민들이 평가해 줄지? 좀 두고 볼일이다.

 

중국 후한 삼국시대, 조조(曹操)는 적벽대전에서 참패한 이후 모든 전쟁의 승패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수하인 화흡(和洽)이 이렇게 말했다.

천하 사람은 재주와 덕이 저마다 다릅니다. 한 가지만 보고 취해서는 안 됩니다. 검소함이 지나친 경우 혼자 처신하기는 괜찮아도, 이것으로 사물을 살펴 따지게 하면 잃는 바가 많습니다(중략). 이제 한몫으로 감당키 어려운 행실만을 높여 다른 길을 단속하니, 힘써 이를 행하느라 반드시 지치고 피곤할 것입니다(중략).”

조조가 옳다 여겨 바로, 이른 바 구현령(求賢令)’을 내렸다.

만약 청렴한 선비라야 등용할 수 있다면 제나라 환공이 어떻게 패자가 될 수 있었겠는가? 주나라를 도와 은나라를 멸망시킨 강태공처럼 삼베옷 입고 맑은 꿈을 품고서 위수의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이 없겠는가? 또 한나라 유방을 도왔던 진평(陳平)처럼 형수와 간통하고 뇌물을 받았지만 추천해준 위무지(魏無知)를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 없겠는가? 나를 도와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도 오직 재능만 보고 추천하여 내가 그런 사람을 쓸 수 있도록 하라.”

 

이 성어는 조조 이전에도 한 무제를 비롯한 역대 황제들이 인재를 등용할 때마다 등장하였다. 우리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만사와 인사망사가 되풀이되면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국회청문회가 능력보다는 도덕을 검증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여론도 능력보다 도덕에 치중하여 보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대 인사권자들은 흠이 있는 후보임에도 유재시거를 말하며 임명을 강행하곤 하여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과연 나라의 미래발전을 위해 능력과 도덕 중 어느 쪽이 중요한가?

인사 청문회 대상이 될 정도의 요직에 오르려면 그 분야와 조직 속에서 수많은 경쟁과 난관을 넘고 거쳐야 한다. 온갖 눈치도 봐야했고, 비굴과 굴욕도 있었을 것이다. 아슬아슬한 처세술과 처신도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나 같은 소시민도 이에 자유롭지 못한데 요직에 오르려는 사람은 오죽하였겠는가?

열심히 살다 보니 요직 물망에 올랐다. 현명한 사람은 뒤돌아보니 켕기는 점이 있었고, 인터넷 수사대가 있는 것 없는 것 모든 것을 다 토해 놓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아예 사양하고 포기한다. 그럼에도 해 보겠다고 한 자는 불행히도 온갖 수모를 받거나 억울하게 왜곡을 당해 낙마하기도 한다. 다행히 유재시거라며 직()을 받을지라도 재직기간 내내 조직을 잘 이끌지 못하고 시달리다 결국 실패하는 장관이 되고 만다.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다. 여하튼 누구든 높이 오르려면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잘 관리해 놓아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 정말 청렴하고 먼지 하나도 없이 전혀 흠이 없는 사람이 출세할 수 있을까? 사실상 도덕에 치중하여 인재를 발탁하여 쓰는 것은 최선이 아닐 수 있다. ‘작은 흠을 따지기 시작하면 온전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 청렴이 훌륭해도 무능과 맞바꾸면 안 된다는 옛말이 자주 회자된다. 사회적으로 인정될 만한 선() , 사회적 합의를 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이를 받아들일 여지와 아량이 없는 한, 유재시거가 보편화되기에는 좀 이른 듯싶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인다.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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