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22)지금 학교에서 ‘좋은 교육’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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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22)지금 학교에서 ‘좋은 교육’은 무엇일까?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3.02.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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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지난 1229일부터 겨울방학이다. 평상시도 교장실은 조용하지만, 방학 때는 더욱 한적하다.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이지만 교장실에서 일과는 독거노인이다. 그래서 혼자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데 적합하다. 60이 넘어 혼자 살아가는 힘은 책 읽기와 생각하기, 성찰에 있다.

교실과 운동장에 아이들이 없다. 본관과 후관 사이에 차디찬 바람이 분다. 고려말 절터로 세워진 본관 뒤 5층 석탑은 눈이 쌓여 아름다움이 더하다. 고요하다. 사색하고 성찰하기 좋다. 새해 1월 초순에 교장실에서 아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생각해 본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무척 추웠고 순창에 눈이 너무 많이 왔다. 혹한과 폭설 속에서도 학생회 중심으로 ‘2023학년도 학생회장단선거와 금산문화축제까지 신나고, 힘차게 마쳤다. 학생회가 중심이 되고 교직원과 학부모도 함께 했다. 매번 확인되지만, 학생 자치활동으로 아이들의 잠재력이 어떻게 발현(發顯)되는지 작년 12월에 똑똑히 보았다.

순창여중 학생 자치활동은 학교신문 자갈자갈(여럿이 모여 나직한 목소리로 떠드는 소리·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에 오롯이 담겨 있다. ‘자갈자갈을 통해서 아이들이 능동성과 자율성을 기르면서 당차게 여물어 가는 모습을 본다.

학생회 중심 학생기자단이 취재하고 작성한 자갈자갈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2021학년도 창간호와 2022학년도 제2호에서 뽑았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행사마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해야 학생들이 좋아할지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있고 좋았던 건 행사를 학생회가 결정해서 진행하는 것이었고, 행사하고 학생들이 재미있었다고 다음에 또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때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습니다.”(2021학년도 학생회 강○○ 봉사부장).

저에겐 학생회 활동은 좀 더 저를 알아가는 시간이고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할 때 즐거운지 알게 되었고, 학생회 예산편성과 운영을 통해 어떤 일을 할 때 필요한 절차, 계획 등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왜 그룹으로 학생회를 운영하는지, 함께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생회를 하면서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2021학년도 학생회 박○○ 학생회장).

아침부터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렸다. 발목이 푹푹 파이는 폭설이 내리던 지난 1222일 순창여중 모두가 1년 동안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금산문화축전이 열렸다. 축제 이름은 2학년 전○○·○○ 학생이 아이디어를 내서 뿅뿅 순창여중 오락실로 톡톡 튀게 지었다. 금산문화축전은 1학년부터 2, 3학년 학생이 꾸민 부스와 학부모님들이 정성으로 준비해주신 먹거리 부스 등 총 13개의 부스가 운영되었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는 학생들이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해온 공연마당이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개인 무대와 반별 무대 모두 연습한 만큼 멋지게 마무리했다. 한 선생님은 정말 귀엽다. 너무 잘한다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또 다른 선생님은 그동안 근무하던 학교에서 학생들 축제를 봐왔지만, 진짜 순창여중 학생들의 에너지는 못 말리는 수준이라며 어쩜 저렇게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지, 정말 부럽다고 귀띔했다. <중략>. 3학년인 나는 졸업을 하지만 우리 후배들이 내년 순창여중 축제를 어떻게 준비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 순창여중 사랑해~~.”(2022학년도 학생회 최○○ 문화부장)

지금 학교에서 좋은 교육은 무엇인가? 아이들이 자기결정을 통하여 삶을 주도적으로 풀어 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불확실성이 커져만 간다. 극심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일자리 감소, 급격한 기후 위기와 인구감소,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의 불안정성 확산, 4차산업 통한 급속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이 주어진 학교 교육과정에 의한 학습으로 불확실한 21세기를 살아가기는 어렵다. 학생들이 능동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토론하고 합의하고 실행하는 역량을 기르는데,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능동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치능력 배양이 교육의 핵심이다. 한 인간의 삶의 척도(尺度)도 능동성과 자율성 발현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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