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등 대책위 구성…진상파악 강력 촉구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 구림투표소에서 20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13일,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 등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군과 군 의회, 선관위를 찾아가 사고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3월 8일 오전 10시 30분경 사고발생
구림투표소 사고는 선거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한 주민이 구림농협 자재창고 옆 비료판매소에서 비료를 사서 차량에 싣고 나오다가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주민들을 덮치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발생 직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으며, 일부 유가족에 따르면 “사고 장소가 구림파출소 바로 맞은편임에도 사고 직후 재빠른 교통통제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열린순창>은 오전 11시경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도착 당시에도 일부 부상자 등이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날 보건의료원장은 현장 상황 설명(브리핑)에서 “3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며 “중상자 가운데에서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3월 14일 오전 11시 기준) 재난안전대책본부 공식 피해 현황은 최초 사고 이후 중상자 가운데 1명이 더 사망하며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중상자 4명, 경상자 12명이며 이 가운데 2명은 퇴원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피해자 측에서는 경상자로 분류된 한 주민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중상자를 5명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 군·의회 진상규명 동참 요청
대책위는 차량 진출입로와 겹치는 ‘구림농협 자재창고’를 투표소로 선정한 이유와 안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투표를 진행한 선관위의 책임 있는 답변을 원하고 있다. 또, 군과 군 의회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해주길 요청했다.
13일 오전 8시 30분경, 구림투표소 사고의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 면민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 70여명이 군청앞마당에 모였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군민의 안전이 무너졌습니다. 적극적인 사고대책을 수립해 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날벼락 같은 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너무나도 분하고 원통하다 △우리는 백주대낮에 이 같은 참사가 도대체 왜 일어났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우리는 아무도 사고의 진상을 알져주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순창군은 군민에 대한 무한 책임자로서 이 참사에 대하여 어떤 입장이며 대책은 뭔지 대답하라”고 외쳤다.
최 군수는 이날 오전 계획된 간부회의를 서둘러 끝내고 70여명의 대책위 참석자와 회의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최 군수에게 “도대체 우리가 잘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조합장 투표하라고 해서 투표하러 투표소에 간 것이 잘못입니까? 갔더니 사람이 많아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린 것이 잘못입니까? 아니면 하필 그 시간에 투표소에 간 것이 잘못인가요? 우리는 정말로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청하옵건대 우리에게 대답을 좀 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최 군수는 대책위의 호소에 “군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군수는 무한책임이라는 마음”이라며 “법적인 부분을 떠나 군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강구하겠다. 군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주민인 여러분의 편”이라고 말하며 직접적인 지원은 불가능하지만 군의 자문변호사나 필요 시 보험사정사 등을 선임해 추후 보험회사와의 합의 과정에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 회피하는‘선관위’…경찰 수사는?
선관위 안전점검 없이 장소 정했나
군수 및 군 의회와 면담을 마친 후 대책위는 순창군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역대 모든 선거의 투표장소로 사용해 온 구림초등학교 강당이나 1년 전 신축 개장한 구림면체육관 등 투표소로서 그 어디보다도 안전하고 훌륭한 여건의 시설들을 모두 외면하고 차량통행이 빈번하여 그 자체로 사고위험이 매우 높은 구림농협 자재창고를 투표소로 결정했나 △투표소 입구와 차량통행로가 같은 공간인데도 투표대기자들을 보호할 안전 유도선 하나 설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참사 발생 시간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는데도 안전관리 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사고 원인 규멍과 재발방지 대책은 무엇인가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과 사후대책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이 같은 요청에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장소는 선관위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며 구림농협과 협의해 결정했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대책위로부터 “책임을 회피”한다는 항의를 받았다.
이후 선관위 관계자는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수사가 모두 끝난 후 수사결과에 따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선관위 관계자의 답변을 들은 후 <열린순창>은 구림농협 측에 투표장소 결정을 위해 협의한 공문 공개 요청과 함께 입장을 들었다.
구림농협 관계자는 “장소 선정 당시 선관위에서 (기존에 투표소로 활용했던 구림초·중학교 강당)학교 측에 요청을 하니 개학하고 코로나도 있고, 차량도 다녀야 하니 학생 안전이 우려가 돼서 학교 측에서 난색을 표한다고 하면서 농협에 넓고 1층인 장소가 있으면 그쪽을 1순위로 선정한다고 저희에게 얘기를 해서 그럼 마침 비어있는 공간이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렇게만 얘기하고 안내만 했다. 그럼 저희가 추천했다고 하는 것은 안 맞지 않냐. 그 장소 확인하고 주차장 넓고 조합원 접근성도 좋으니 여기가 좋겠다고 선관위가 결정하고 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장소 협의 관련 선관위가 군내 조합에 보낸 공문은 지난해 9월 14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투표소 설치 예정 장소 확인 및 점검 안내’라는 제목이다.
이 공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점검사항이다. 선관위는 이 공문에 점검자로 선관위 선거계장 외 2인이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점검내용은 △어르신·장애인 등 선거인이 투표하는데 편리한 시설인지 여부 △통합명부 및 통신망 사용에 따른 무선망 연결이 원활한 시설인지 여부 △투표용지발급기, 기표대 배치 공간 등이 충분하여 투표관리를 원활히 할 수 있는 가급적 70제곱미터(㎡) 이상 규모의 장소인지 여부 △투표소 설비 전 모의시험(3회) 운영이 가능한 장소인지 여부 △전기·소방 및 난방시설 설비여부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여부까지 6가지였다. 안전에 대한 점검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고를 낸 구림 주민은 음주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발생 직후 순창경찰서에서 수사하려다 지난 9일 전북경찰청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실체를 신속히 밝히기 위해”라며 사건을 이관했다. 전북경찰청은 순창군선거관리위원회와 구림농협 등 책임소재 기관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