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순정축협 위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나섰으니까, 이제 법의 판단을 받을 일이 남은 것 같은데, 임기 중에 법의 심판이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겠네요.”
“낯부끄러워서 못 살겠어요. 내가 그랬다면 순창과 정읍을 떠났을 텐데, 어쩜 그리 철면피인지 모르겠어요. 고창인 조합장은 더 이상 동네 망신시키지 말고 사퇴하고 지역을 떠나야 해요.”
지난해 9월 중앙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전국적인 관심사가 된 고창인 순정축협 조합장의 직원 폭행·폭언 등의 사건이 새해가 되었는데도 군민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도권에서 기자를 하고 있는 지인이 며칠 전 저녁 제게 전화를 걸어와서 다짜고짜 “순정축협이 순창과 정읍의 축협이 맞느냐”고 확인하면서 “지금 9시 뉴스에 순정축협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순정축협 특별근로감독 실시
폭행·부당노동행위 등 18건 위법사항 적발
지난해 12월 27일 고용노동부는 “조합장이 때리고 욕하고 사표까지 강요한 순정축협 위법행위 엄단”이라는 제목으로 “특별근로감독 결과, 폭행, 직장 내 괴롭힘, 부당노동행위 등 총 18건 위법 사항 적발”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번 특별감독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을 무시한 사용자의 불법적 전횡으로 많은 근로자가 고통받고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한 사례”임을 지적하고, “향후에도 이와 같은 불법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여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을 통해 약자 보호를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노사법치주의 확립 의지를 전했습니다.
순창과 정읍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 중앙행정부까지 나서서 “불법 무관용 원칙”까지 내걸었으니 순정축협 사건의 파장이 얼마나 큰 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2284명 중 1926명 투표…해임 찬성 1026표
해임안 찬성 53.2% 기록, 2/3 이상 무산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고창인 순정축협 조합장 해임안 투표가 지난해 12월 18일 치러졌습니다. 투표 결과 선거인수 2284명 가운데 1926명이 투표에 참여하며 84.3%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개표 결과 해임안 찬성 1026표, 해임안 반대 899표, 무효 1표, 기권 358표로 나타났습니다. 해임안 찬성이 53.2%를 기록하며 해임안 반대보다 127표 더 많았지만 투표참가자 중 2/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순정축협 정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고 조합장 해임안이 부결됐습니다.
고 조합장에게 폭행·폭언 피해를 입은 한 직원은 해임안 부결 이후 “저는 처음부터 자진사퇴를 주장했고, 이번 투표는 중간에 조합원분들께서 의견을 모아 해임안 건의를 해주신 하나의 기회이기 때문에 함께했던 것”이라며 “앞으로 형사적인 결과도 있기 때문에 끝까지 자진사퇴를 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투표자 중에 과반이 넘는 조합원이 해임에 찬성했는데 정관이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중앙회에서 조합장을 위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관 부분은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많은 직원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들었다”면서 “직원들로부터도 신임을 잃고, 조합원 과반 이상으로부터도 신임을 잃은 조합장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순정축협 전 직원 익명 설문조사 진행
응답자 69%, 직장 내 괴롭힘 경험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과 함께 (순정축협) 전 직원 108명을 상대로 실시한 익명 설문조사(71명, 65.7% 응답)에서 응답자의 69%가 지난 6개월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면서 “이 중 21%는 1주에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하는 등 조직 전반에 불법·불합리한 문화가 만연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창인 조합장은 공식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오전 가축시장이 열린 정읍에서 고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커피 등을 대접하고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조합원의 외침이 귓가에 계속 맴돕니다.
“자진사퇴를 하고 백번 사죄를 해도 용서가 안 될 판인데… 이제 정말 법의 심판만 기다려야 하는 건지… 언제까지 계속 저 뻔뻔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지내야 하는지… 정말 처참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