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아무 답도 하지 않는 고창인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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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아무 답도 하지 않는 고창인 조합장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4.01.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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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 기록을 위해 먼저 질문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품어야 제대로 보이고, 질문을 던져야 무언가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질문하지 않는 기자는 애초에 기자가 아니다.”

정준희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그가 쓴 책 <묻는다는 것>(너머_너머학교, 2023915일 제11)에서 기자를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정 교수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과 <열린순창>이 지난해 1021일 오후 2시 순창교육지원청에서 공동 주최한 지역과 함께 저널리즘 다시 보기특강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정 교수는 당시 특강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면서 18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의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정부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의 행적을 폐일 터이요. 사사 백성이라도 무법한 일 하는 사람은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

정 교수는 <독립신문>의 비판적 의식에 대해서도 사람을 칭찬하되 실상을 가지고 칭찬하고, 누구를 시비할 때에 실상 일을 가지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하였다고 자세하며 시비하지 아니하여서는 시비를 하여도 중계가 아니되고 칭찬을 하여도 찬양이 아니될 터이라라고 소개하며 언론은 사실을 바탕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 교수는 간관(간언하는 사람)과 사관(기록하는 사람)의 전통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신문인 <한성순보>(1883101)를 복간하며 창간된 <한성주보>(1886125)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새로운 것을 들음으로써 나날이 혁신하는 것이다. [] 신문의 의의는 국민들의 고통을 애써 찾고 막힌 것을 제거함은 물론이고, 국가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모든 방법을 다 게재하여 정치가 상리에 도달하게 하는 데 있다.”

정 교수는 <묻는다는 것> 58쪽에서 짧은 기사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시위 중 목숨을 잃은 대학생 이한열 씨를 추모하기 위해, 1987610일 서울시청 앞에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집했다. 이들은 전두환 정부의 반민주적 통치에 반대하여 호헌 철폐,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정 교수는 이 기사를 전하면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나?’와 관련된 네 가지 질문으로는 특정 사건·행위에 관한 지식의 기초를 이루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에 뒤따르는 어떻게, ?’에 관련된 두 가지 질문으로는 그 사건·행위에 관련된 더 깊이 있는 지식으로 나아가는 분석 및 해석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그럼, 묻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질문하지 않음으로써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가?”라고 되물으며 우리 사회에서 묻지 않는 이유를 몇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첫째, 우리는 아직도 권위적으로 집단적인 문화에 익숙하다. 내 주장을 펼치기보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데에 여전히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둘째, 모임과 학습에 참여하는 자발성이 부족한 까닭에, 질문과 대답이 잘 이어지는 쌍방향적이고 역동적인 소통을 할 동기를 갖지 못한다.

셋째, 이로부터 질문으로 익숙한 상황을 깨는 것보다, 질문하지 않는 상황에 적응하거나 그냥 회피해 버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경험칙이 사회적으로 공유된다.

넷째, ‘부분적으로 합당한경험칙이 전체적으로 부당한 관습으로 고착됨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사회 변화가 어려워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정 교수는 묻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집단의 압력에 개인이 저항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권위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이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을 곁들였습니다.

저는 지난 12일 오전 8시 무렵 순창가축시장에서 고창인 순정축협 조합장을 만나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결과 형사입건 9건 모두 기소의견 검찰송치 등을 물었습니다. 고 조합장은 알아서 (보도) 하세요라고 답한 이후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축시장에 나온 많은 조합원의 눈길때문이었을까요, 정말 유구무언이었을까요,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묵묵부답인 고 조합장에게 계속 물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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