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보이는 존재인 몸을 나로 아는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존재인 영혼을 나로 아는 사람들이다. 영혼의 존재인 정신을 나로 아는 사람은 ‘마음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고, 보이는 존재인 몸을 나로 아는 사람은 ‘몸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보이는 가치를 추구한다. 마음 눈은 자기 안을 보고 몸 눈은 자기 밖을 본다. 마음 눈은 사물의 속마음을 보고 몸 눈은 사물의 겉을 본다. 마음 눈은 진실함과 선량함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몸 눈은 돈, 옷, 식사, 집, 학교, 직업, 직장, 직위로 사람을 판단한다. 몸을 나로 아는 사람은 자기 밖의 것을 가지려하고 영혼을 나로 아는 사람은 자신속의 보물을 찾는다. 지혜를 키우기 위해 지식을 축적하며 마음의 건강을 위해 욕심을 절제하고 행복을 위해 인격을 가꾸어 키운다.
인간이란 성이 다른 두 사람에 의해 생겨나 몸과 마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관계적 사회적 존재이다. 관계적 사회적 존재로 살기 위해서는 나와 남의 다름을 융화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인격이라 한다. 인격이란 나와 남이 존귀한 인간으로서 즐겁게 소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품성과 마음가짐이다. 훌륭한 인격자는 행복을 만드는 기술자이다. 인격이 조악하면 남과 자주 다투게 되고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면서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격이 존귀하다는 것은 자기보다 약한 자를 돕고 서로 협력하여 어려움에 대비하며 공통의 이익을 창출할 줄 아는 것이다. 돈을 많이 모으거나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거나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것은 집념과 노력에 의해 가능하지만 인격은 소아적 이기심을 극복하고 욕망과 욕정을 절제하는 마음 수양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
높이 올라가 사물을 보게 되면 더 넓은 세상을 더 멀리 볼 수 있다. 몸이 높은 곳에 오르면 몸 눈의 시야가 넓어져 먼 곳을 볼 수 있고 정신이 높은 곳에 올라 아는 것이 많아지면 지혜가 쌓이고 마음눈이 밝아져 인생의 행복과 불행이 무엇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알게 된다. 행복은 자기 밖의 부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부귀에서 온다. 마음의 부귀는 도량에 의해 커지고 도량은 마음눈의 시야를 넓히는 지식에 의해 커진다. 인격자는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을 존중하며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여 남으로부터 존경받도록 처신하지만 인격이 부족한 사람은 세속적 부귀를 얻어 호화사치로 자기를 과시하는 것을 행복으로 알며 빈부귀천으로 사람을 비교하며 차별하고 강자에겐 비굴하며 약자엔 거만하다.
“가난은 인격의 스승이다.”-안티파네스-
인격이 빈곤한 사람은 처지가 곤궁해지면 쉽게 자기를 잃지만 인격이 최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양심을 나로 알기에 처지가 곤궁하다고 해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 너그러운 포용력이 있기에 작은 일로 남과 다투지 않으며 마음이 부유하기에 얼굴이 온화해지고 현명하기에 말을 아낀다. 소나무는 겨울이 와도 푸른 잎을 간직하고 인격자는 가난이 와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사람 중에는 세속적으로 부귀한 인격적 걸인이 있고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인격적으로 부귀한 사람이 있다. 인격이 부귀한 사람은 절대적 빈궁이 불편할 수 있어도 상대적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인격이 빈곤한 사람은 지위와 권세와 명에를 가지려고 추악한 구걸을 하면서 인격을 잃는다.
논어에는 “가난은 지성인의 일상이어야 한다. 가난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인생을 논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참 지성인이라면 함께 사는 세계를 추구함으로 사회의 평균치보다 잘 사는 것을 수치로 생각한다.
“네가 왕과 동행할 때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고 거지와 같이 있을 때 그를 업신여기지 않는다면 너는 인격자다.”-키케로-
인격이 지극한 경지에 오른 사람은 사람을 세속적 빈부귀천으로 비교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사람의 관심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과 분노하는 것과 자랑스러워하는 것 속에는 인격이 스며있다. 겸손하고 양보하는 마음, 검소한 생활, 감정의 자제, 말을 아끼는 습관은 인격자들이 즐기는 것이다. 고결한 인격은 수양에 의해 성장하고 방심에 의해 무너지기에 남의 충고와 책망에 감사하고 분노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