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에 시한줄(88)어머니가 찾는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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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에 시한줄(88)어머니가 찾는 의자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3.02.28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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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자

이 정 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라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1964~ ) 충남 홍성 출생.

·저서 : <꽃이 바람에게> <주야몽> <첫눈이 꿈꾸는 혁명> 외 다수.

 

어머니가 찾는 의자

이 시의 주제는 어머니가 하신 말씀입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살아오신 모습은 세상을 관통하는 화살과 같습니다. 아들이 죄를 지어 아무리 흉악범 사형수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마음 그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 어머니의 마음의 정점은 언제나 자식 사랑과 세상을 바르게 보고사는 마음이었습니다.

죽은 예수를 받아안은 성모 마리아의 마음이 그러했고, 사형집행을 앞둔 아들 안중근에게 나라를 위하여 죽는 것이니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의연하게 죽어라면서 수의를 만들어 보낸 어머니 조마리아의 마음이 그러했습니다.

이 화창한 봄날에 우리가 이렇게 성장해 오늘에 서기까지를 뒤돌아보면, 구비구비마다 어머니의 마음과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어머니가 이제 나이가 드셔서 허리가 아파서 걷다가 어디인가 앉아볼 의자가 없나 찾아봅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의자로 보이는데 의자가 안 보입니다.

어쩌면 꽃도, 열매도 모든 것들이 모두 의자에 앉아 있는데 의자가 없습니다. 혹시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서서 자식들을 바라보고 계실지 모를 아버지의 산소를 다녀오라고 말씀도 하십니다. 그리고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아주고, 호박에 똬리라도 받쳐 주어라 하시고, 싸우지 말고 편하게 살아라 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요? 나이 들어 살기도 걷기도 힘든데 쉬어 가라고 의자를 놓아 주기는커녕 앉아 있는 의자마저도 빼앗아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니, 어머니가 한 말씀 하시며 이 시를 쓰게 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별거 아니고 어디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놓고 사는 것이라고.

글ㆍ그림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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