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금산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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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금산을 생각하다
  • 최수진
  • 승인 2023.05.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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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순창읍 순화)

지난 주에 딸과 함께 금산에 올랐습니다. 그리 낮지도 높지도 않아 적당히 산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흙길과 나무 계단으로 연결된 오솔길과 나뭇잎들이 만들어 주는 그늘 길이 정다웠으며, 몸통은 잘려나갔지만 뿌리는 단단히 남아 하산하는 사람들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주는 대나무의 모습은 한국의 흔한 산의 모습 같지만 금산만의 아우라를 느끼기에 충분하다더군요. 순창에서 오래 산 주민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금산은 순창의 정신이야

금산은 순창의 정신이야. 많은 산이 있지만 금산이 가진 가치는 그 어떤 것들보다 월등하다고 본다.”

주관적인 평가일 수도 있으나 금산을 올라 본 사람으로서 그 말에 열렬히 동의합니다. 이미 있는 9홀의 골프장을 18홀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던 딸은 주변 아파트에 걸린 골프장 확장 반대 현수막을 심란하게 바라보며 사람들은 왜 있는 것은 지키려 하지 않고 없어도 되는 것은 포기하지 못할까 하며 무척이나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난 광주가 주 활동 지역이지만 금산 골프장 확장 문제만 생각하면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어.”

 

빙상 붕괴·산호초 사멸기후 임계점

권투선수는 초중 반 몇 회 정도는 잽을 맞아도 금방 회복을 하여 공격을 하면서 버틸 수 있지만, 후반에 가면 별로 강력하지 않은 한방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지요. 기후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크게 띄지 않지만, 어느 한순간 균형이 무너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임계점)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기후 티핑포인트로 그린란드 빙상 붕괴, 저위도 산호초 사멸, 북극 겨울 해빙 상실, 영구동토층 북부 상실 등이 있고 16개의 티핑포인트 중 5개는 이미 수위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16개를 단어로 써놓으면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세계적으로 산재해 이어달리기 하듯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린란드 빙상 붕괴가 아마존을 건조하게 만들고 동아시아 몬순에 영향을 주어 농사에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동아시아 몬순 계절풍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그린란드 빙상 붕괴는 단지 북극 부근의 문제만은 아니겠지요.

 

골프장 확장순창의 기후 임계점

금산에 골프장 확장 공사가 확정되면 흙을 파고 나무를 베면서 함께 살아가던 동·식물들이 생명을 다하게 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금산 전체를 손대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단지 산을 좀 손대는 문제 정도가 아닙니다.

산의 어느 한쪽의 흙이 사라지면서 생명체의 서식지가 파괴됨은 물론이고 흙이 자리를 지키며 해왔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가두던 포집 기능이 사라질 것입니다. 흙이 사라진 자리에는 콘크리트가 자리를 잡을 것이고, 콘크리트가 내뿜을 온실가스와 골프장 운영 중 불가피하게 배출될 오물은 산 아래로 흘러 농지와 농수를 오염시킬 것이며 이는 순창의 주요 경제인 농업에 타격을 줄 것임은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그래서 골프장 확장 공사는 순창의 기후 티핑포인트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지역 경제 운운하며 확장 공사에 목소리를 보태는 사람들이 진정 순창의 경제에 관심이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 지켜야

올해도 기후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시시각각 다양한 얼굴로 일상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세계의 모든 매체가 떠들고 있고 이미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 확장 문제는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순창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지킬 것인가 아니면 농업을 버리고 땅을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없어도 되는 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어야 하는 것에 눈 감는, 인간이라서 저지르는 오류라는 말로 얼버무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더는 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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