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흙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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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흙에 관하여
  • 최수진
  • 승인 2023.06.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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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순창읍 순화)

지난 531일부터 62일까지 서울의 네 학교에서 모내기 체험 교육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세 군데와 고등학교 한 군데에서 진행했는데 태어나서 모내기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작년 7월 순창에 첫발을 디디고부터 군민이 된 지금까지 이곳저곳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농부님들을 만나고 논과 밭을 보면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언어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것이 큰 무기가 되어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흙은 저장의 달인

현대사회에서 농사는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산활동이며, 기후변화가 심각한 사회적 리스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사는 먹을거리 제공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저는 그것이 흙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흙은 다양한 무기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식물의 생장에 도움을 주고, 식물이 잎으로 흡수해서 가지와 줄기를 통해 뿌리로 내려온 이산화탄소를 가둬 주기까지 합니다. 이른바 자연 포집술인 셈인데요,

탄소중립정책 중 중요한 부분이 물리적인 포집기술을 발전시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가두게 하겠다는 것인데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이런 기술보다는 식물과 흙의 콜라보로 이루지는 자연 포집이 훨씬 믿음직스럽지요. 그리고 흙은 식물의 뿌리를 단단히 붙들어 줌으로써 뿌리 부근에 다양한 생물들이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 살 수 있도록 해주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들이 빗물을 가두어 자연 댐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쓰고 보니 흙은 저장의 달인인 셈이네요.

 

행성의 한계치 지표’ 9가지

지구가 생명체들의 활동 장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몇 가지 내용들이 있는데 그것을 행성의 한계치 지표라고 하고 아홉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조짐이 있는지 신규 화학물질의 유입이 늘어났는지 성층권의 오존 파괴는 어느 정도인지 공기 중에 고체입자(에어로졸)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바다가 얼마나 산성화 되었는지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담수의 양이 충분하지 생물들이 얼마나 온전히 보존이 되어 있는지 생물권으로 인과 질소의 유입률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그리고 마지막이 인간들이 토지()를 이용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했는지입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지막 인간들의 토지 이용 방식에 대한 것인데요, 생명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흙을 이용하던 시대에서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덮어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깔아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것이 문명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행성의 한계치 지표는 이런 식으로 땅을 이용하다가는 더 이상 지구는 생명체들을 품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농사를 지으며 흙을 보존하는 활동은 지구 생태계보존에 큰 견인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며 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단순하게 보이지 않네요.

 

뭘 안 해서 뭐라도 하자

정리하면 이렇네요.

흙은 많은 생명체들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그 공간들은 물을 가두고 이산화탄소를 가두어 어떻게든 지구 생태계 보존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인간들의 과도한 인위적인 개발 행위들이 흙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흙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농사는 먹거리 제공 이상의 큰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사람은 다른 생명체와 함께 하는 지구 공동체의 환경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저는 뭘 안 하는 방법으로 뭐라도 해 보자고 여러분께 제안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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