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순창읍 순화)
“기후정의행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명에 공감하는 것이었다. 나 혼자 기후를 위하는 것이 아닌 함께 노력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울렸던 것 같다.”(구림중3 이시은)
“날씨가 더웠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함께 기후정의를 외칠 때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몇십 년 몇백 년은 기후정의행진에 계속 가고 싶다.”(구림초6 이영은)
“아직 세상에는 지구를 살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며 앞으로 더욱 많아지고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 믿습니다. 같이 걷고 소리쳐주신 3만 명 운동가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제게는 더 없을 좋은 경험이었고 멋진 순간이었으며,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음에도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남원제일고1 강이원)
가을을 즐기기 좋은 날 왜 모였을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기후정의를 외치는 시민들이 서울에서 만나 행진을 했습니다. 순창에서도 청소년 3명을 포함한 12명(생산자 3명, 일반시민 6명) 시민들이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다는 말은 아직도 기후정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실망하고 포기할 만도 할 텐데, 가을을 즐기기 좋은 날에 왜 다시 모였을까요? 그것은 위에 순창군 청소년들의 기후행진 참여 후기를 보면 알 수 있겠습니다.
나만 힘겨운 길을 가는 것이 아니고 나 같은 누군가를 만나서 위로받고 격려하고 힘을 얻어 또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해서겠지요.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되든 우리는 살아내야 할 테니까요. 이렇게 다시 만난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웃고 박수치고 구호를 외치며 무사히 행진을 잘 마쳤습니다.
해가 갈수록 청소년·청년층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게 있는데 대한민국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 쌓기에 바쁜 그들을 이런 자리에까지 잡아끈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세상의 이슈에 눈감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후정의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온 깃발과 손팻말을 보니 우리는 같은 시민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뻐근하기도 했습니다.
더욱더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 맞추어 행진 구호를 외치는 방식도 새로워졌고 행진곡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등 일반 시민들에게 익숙한 곡들이어서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로 행하는 걸음들이 즐거웠습니다. 기후행진에 처음 참여하는 순창의 청소년들이 그 누구보다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지치지 않고 용산까지 행진하는 모습에 우리 어른들이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1년 8760시간, 3시간 집회·행진‘공감’
그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전주, 군산, 남원, 순창, 장수, 진안, 무주 등 전북의 시민들이 가진 오픈 마이크에서 지역 현안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순창의 금산 골프장 신설 문제에 대해 이유라 님께서 말씀을 해주셔서 전라북도의 다른 지역의 시민들과 잠시나마 고민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적인 환경 문제가 이제는 결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을 공감하고 이후의 행보를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니까요.
9월 23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8760시간(1년) 중 세 시간에 불과한 집회와 행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이유는 그것이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날로부터 다음의 ‘그날’이 올 때까지 누군가는 어디인가에서 무엇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순창군민 이름으로 기후행진에 참여한 우리도,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야할 일을 찾아갈 수 있는 다각도의 방법을 궁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