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미세플라스틱이 흙에 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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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미세플라스틱이 흙에 남으면?
  • 최수진
  • 승인 2024.02.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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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순창읍 순화)

부드러운 바람 아래 겨우내 웅크렸던 흙이 포슬포슬 기지개를 켜고, 경천의 물소리는 올해 할 일을 읊조리듯 조잘거립니다. 봄이 성큼 다가온 거겠죠? 순창으로 내려온 지도 한 달이 지나면 1년이 되는데, 시간은 정말 엄청난 속도를 가진 단거리 선수 같아요. 내려왔던 당시에는 어떻게라도 흙을 가까이해서 농촌에서 사는 사람답게 살아야지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야 많았지만 당장 하지 않아도 그렇게 아쉽지 않아서였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거 같습니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그래도 마을에서 농사도 짓고 토종씨앗을 지키는 모임을 하시는 분들과 만나면서 이제는 정말 흙과 식물을 가까이해야겠다는 것을 마음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농부들을 가까이해서 가장 좋은 점은 그들의 생활과 흙에 대한 마음이 시나브로 스며든다는 것입니다.

마침 지인이 밭을 빌려주겠다고 하기도 하고 내 마음도 그렇게 결심을 세우고 나니 부쩍 마음이 급해집니다. 봄에는 어떤 작물을 심고 어떻게 관리를 하며 가을에는 어떻게 하지? 이런저런 식물들을 초보들은 키우기 힘들다던데 포기해야 하나? 아직 호미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 콩 열 가마니는 키워낸 것 같은 이 분주함을 보니 텃밭이나마 농사를 짓게 된 것이 무척이나 설레나 봅니다.

 

미세플라스틱의 영향력, 생각보다 강력해

흙을 직접 만지고 식물을 키워내겠다는 본격적인 계획이 세워지니 걱정거리도 늘었습니다. 그동안은 지구의 기후변화가 농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걱정이었다면 이것은 당사자성을 가진 직접적인 걱정인데, 바로 미세플라스틱이 흙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부터 미세플라스틱이 흙 속의 질소순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이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는 경각심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사를 보면 더 충격적인데, 한국연구재단 안윤주 건국대 교수 연구팀이 2024114일에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식물에서 생산된 열매와 그 열매에서 성장한 후세대 식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에 개재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강낭콩으로 실험을 한 것이어서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식물도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생산되더라도 부모세대 단계에서 오염이 되면 자식세대에 유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라 농사지을 결심을 한 저에게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흔들리지 말자, 초보자의 농사지을 결심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 위해 땅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땅을 뒤집으며 비닐이나 플라스틱 조각 등을 제거하겠지만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미세플라스틱까지 잡아낼 자신이 없는데 그렇다고 콩을 심지 않을 수도 없고, 정말 저의 걱정도 구체적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완전 초보자인데 말입니다. 일단은 이런 사실에 대해 농사짓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정보도 얻고 방법도 공유하면서 세밀하게 살펴봐야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이고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오면 군 단위의 정책을 요구해야겠지요.

인간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그리고 무성의한 처리가 초래한 재해를 흙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나저나 저같이 농사지어 자급자족의 길을 열어 보겠다는 초보자들의 결심이 미세플라스틱의 위력에 꺾이지 말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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