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31) 식판(食板)을 들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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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31) 식판(食板)을 들기가 힘들다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3.11.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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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1210분경 교장실을 나서 식생활관으로 점심 먹으러 간다. 배식대 앞쪽에 있는 식판과 젓가락, 수저를 들고 배식 차례를 기다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정성이 담긴 3찬과 국, 후식까지 받는다. 식판을 두 손으로 정성껏 들고 자리를 찾아 앉는다. 식판을 들고 있는 모습은 1학년 11번부터 교장까지 똑같다. 마음을 가운데 모으듯이 식판을 가슴 한가운데로 모아든다. 식사 자리로 이동하는 사람의 모습은 행복도 하지만 경건(敬虔)하다. 어려서 들었던 밥이 하늘이다라는 동네 어른의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그런데 요즈음 식판을 들고 밥 먹는 시간이 심란(心亂)하고 힘들다. 몇 주째 주간지와 신문, 티브이(TV)에서 본다. 가자지구 아이들의 전쟁 공포에 짓눌린 휑한 눈과 피 묻은 얼굴,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 잔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마와 아빠의 비명과 처연한 눈빛. 식판을 들면 더욱 또렷이 다가온다.

 

아빠, 우리 죽는 건가요? 뭘 잘 못 했죠?”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한 달 만에 4000여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누가 무엇 때문에 전쟁을 고집하는가?

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 우리 죽는 건가요? 우리가 뭘 잘 못 했죠?”

억장이 무너지고 온천지가 캄캄하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아빠는 대답할 방법이 없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이 전한 육성이다. 4주 이상 가자지구는 물과 전기, 식량 공급이 대부분 차단되고 있다. 난민구호기구 소속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교육센터 국장은 울면서 호소한다.

우리 시설에 팔레스타인 피란민 15천여 명이 몰려 있다. 정든 집을 떠나, 음식과 마실 물조차 없이. 당뇨환자, 어린이, 장애인, 갓난아기까지. 어린이 일부는 천연두에 걸린 상태다. 센터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돌볼 수 없다. 음식도, 화장실도, 물도, 전기도 부족하다. 이제 곧 전기가 완전히 끊길 거다. 피란민을 돌볼 수 없다. 이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어떻게 충족해줄지 알지 못한다. 제발 가자를 구해달라. 간청한다, 가자를 구해 달라.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가자가 죽어가고 있다.”

1030일 한 일간신문에 따르면 가자지구 상황은 참혹함을 더해 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머리 위에서 전투기 소리가 들리면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신원 미상으로 집단 매장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몸에 매일 이름을 적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가 남아 인터넷 연결에 성공한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유언장을 올리기도 했다. 이스라엘 인권 단체 가자지구 활동가 올파트 알쿠르드는 우리는 매일 마지막 날을 살고 있다. 우리 차례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평화(平和)’, 공평하게 벼()를 먹는 것

누가, 무엇 때문에 전쟁을 고집하는가? ‘평화(平和)’를 한자로 풀어보면, 공평하게 벼()를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공평하게 밥을 나누어 먹기를 싫어하는 자들은 대개 힘이 센 자들이었다. 힘이 센 자들은 자기 밥그릇을 더 키우려고 한다. 나누어 먹기를 싫어하는 힘이 센 자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기득권자이고, 자기 신념과 판단이 언제나 옳다고 주장하는 자들이다. 그래서 전쟁도 신념과 결단을 앞세워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전쟁은 통치(統治)의 한 부분이다. 폭격 후 폐허 속에서 피범벅이 된 자식을 앉고 울부짖는 엄마가 힘센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상식(常識)이 있는 사람들은 죽어가는 아이를 품에 안고 울부짖는 엄마의 눈빛과 울음을 기억하며, 간직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즉각적인 휴전 요구 시위는 더 빠르고 더 넓게 퍼져 나가야 한다. 독자들이 필자의 글을 읽을 때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끝나기를 기원한다.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는 세계인권선언 제3조가 그림에 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 우리 죽는 건가요? 우리가 뭘 잘 못 했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묻는다. 누가 이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하는가? 답하지 못하면, 인류는 야만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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