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34)수건을 돌리고 학교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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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34)수건을 돌리고 학교에서 나온다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4.02.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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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지난 세월을 불평하지도, 다가오는 세월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지금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242월로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닫히면서 하는 질문이다. 356개월을 가로지르는 질문이며, 학교를 나온 후 초고령화 사회와 손잡고 가야 할 시간에 자신에게 던진 물음이다. 단골식당 주인장 말처럼 밥 잘 먹고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가? 60이 넘게 살아온 누군들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면 할 말이 없을까?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고 들어줄 사람도 없어서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이지. 속이 없는 것이 아니지.

 

그러함에도 필자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왜냐하면 지금 사는 데로 살아도 괜찮은가는 과거를 불평하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함께했던 분들에게 수건을 돌리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 ()을 치른 등 애경(哀慶)사를 잘 마무리한 후에 수건을 돌리는 문화는 나누는 사람의 애환과 고마움이 녹아있는 미덕(美德)이다.

열흘 전에 정년퇴임, 고마웠습니다. 2024. 2. 29. 최순삼 드림.”을 새긴 수건을 주문했다. 정년퇴임 글귀를 집 근처 천변을 걸으면서 몇 번을 되물었다. “고마웠습니다가 답이었다. 나이 따라 오는 짧은 새벽잠 후에 혼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도 고마웠습니다가 정답이다.

356개월을 아이들 앞에 서면서 수건을 돌리지 못하고 학교를 나올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 1980년대 말에서 90년 중반까지 교육 민주화와 교육개혁 운동에 힘을 보탤 때이다. 첫 발령지 쌍치중에서 아이들과 맘껏 공차고, 저녁에는 자취방에서 참교육과 교수-학습 관련 소모임을 하였다.

한 달에 네 번 정도 비포장도로로 한 시간 이상 오토바이를 타고 순창읍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순창지회 사무실로 나와서 토론과 회의를 했다. 토론과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학교별로 실천하기 위해 순창 군내 초··고에서 참된 선생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1989년 순창지역에서 참교육자로 누구보다도 아이들 앞에 헌신했던 이○○ 선생님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과 관련하여 해직되었다. 그 엄혹한 시절에도 언제나 온화하게 후배 교사들을 챙기고, 사무실로 찾아온 제자들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시던 선생님이다. 필자가 교직 생활에서 비틀거렸지만 정정당당한 교육자로 끝맺음을 할 수 있는 힘의 열에 일곱은 이 선생님 덕분이었다. 또한 이○○ 선생님이 밖에 있는 동안 아이들 앞에 떳떳 하고자, 교사의 자존심과 학교 민주화를 위해 항상 흐트러짐 없이 지역사회 교육의 구심이 되어주신 양○○ 선생님에게도 많은 빚을 졌다.

 

1992년 여름 전라북도 교육연수원에서 정교사 1정 자격연수를 받았다. 순창중에 근무할 때다. 한 달간 진행된 연수에서 당시 전라북도교육청 연수원은 연수 교사 600명에게 정해진 연수비를 60%만 지급하였다. 심지어 연수 상황을 폐쇄회로티브이(CCTV)로 일일이 감시하고 연수원에서 계약하여 연수 교사들에게 실비를 받고 운영하는 통원버스비를 과도하게 책정하였고, 불친절이 심했다.

필자와 순창지역 활동가 선생님, 과목별 대표를 중심으로 부당한 연수를 개선하고 교사의 자존심을 찾기 위해 1주일 이상 수업 거부와 3일간 철야농성까지 했다. 막판에는 정교사 1정 자격증을 거부하고 자체 수료식을 하고 나와 버렸다.

전국뉴스에 보도되고 앞장선 교사들은 학교 밖으로 내보내겠다고 압박이 지속되었다. 순창군농민회 박○○ 회장님 등 농민회 분들은 순창군의회에서 철야농성으로 좋은 교사들을 왜 탄압하느냐고 항의했다. 연수를 받았던 전북대 사범대학 친구들도 늘 앞장서 함께 해주었다. 교육계, 학부모, 지역사회 여론의 힘으로 도교육청과 협상을 하였다. 한 달 후에 모든 교사가 다시 시험을 보고 정교사 1정 자격증을 받았다. 순창지회장이었던 문○○ 선생님이 투쟁·협상 과정에서 너무나도 애쓰셨다.

부족하지만 교육자로서 역할을 무사히 마치고 수건을 돌리고 학교에서 나올 수 있게 해준 모든 분에게 고개를 숙인다. “고마웠습니다!” 퇴직 후, 자신의 인생에 분투하는 분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놀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 보겠습니다. 하나 더, 집에는 필요한 사람이 되어 보겠습니다. 34개월 이어진 <발바닥 교육 이야기>도 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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