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12) 메두사 엄마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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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12) 메두사 엄마의 용기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1.09.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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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엄마’(키티 크라우더 지음/논장)

<메두사 엄마>(키티 크라우더 지음/논장)는 흉측한 괴물은 아니지만 긴 머리카락으로 온 몸을 감싸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밤, 딸 이리제를 낳아 자신의 머리카락 속에서 애지중지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메두사는 자신이 직접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고 책을 읽어주며 놀아주었다. 하지만 메두사는 창문으로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메두사엄마는 용기를 내어 이리제를 학교에 보내기로 한다.

학교가는 첫날, 엄마에게 아니 엄마는 따라오지 말아요. 엄마를 보면 아이들이 모두 무서워해요” (메두사는 이 말에 얼마나 충격을 먹었을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그리고 학교에 간 이리제의 모습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 학교에 간 이리제는 수업이 끝나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가족들을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이리제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과연 누구일까? 메두사 엄마는 학교에 왔을까? 만약 왔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지 상상해 보라.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 또는 괴물로 얼굴이 무시무시해서 사람들이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돌로 변해버린다고 한다. 머리카락은 모두 뱀이고 멧돼지의 어금니와 황금의 날개를 가졌다고 전해온다.

메두사 엄마는 항상 자신의 모습을 긴 머리카락으로 감추고 등장한다. 심지어 출산하는 장면에서도 메두사의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리제를 키우면서 마을사람들에게 조금씩 엄마의 얼굴을 내보이기 시작한다.

내 아이를 자랑하고픈 마음에 조금씩 세상으로 향한 마음의 문도 열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내 다른 사람들이 이리제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

이야기 속의 메두사 엄마는 아이를 끔찍하게 사랑했지만 잘못된 방식이었다. 요즘 이런 엄마들이 많다. 거친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하는 선한 의지였지만, 아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강하게 보이는 메두사 엄마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혹여 날아갈까 행여 사라질까 두려웠으리라.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보다 친구를 바라보는 이리제, 이제 이리제도 엄마도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엄마하고 이리제가 엄마 품에 안기는데, 메두사의 머리가 숏 컷이었다. 이 순간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계속 쓰고 있던 이리제의 두건도 벗겨지고 메두사 엄마와 똑 닮은 노란 머리카락이 보인다..."

 

그렇지. 이리제도 엄마를 닮았겠지. 그런데 지금껏 이리제는 왜 항상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었을까? 메두사엄마는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는데, 이리제는 머리카락을 꽁꽁 숨기고 있었다. 메두사 엄마가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아이를 위한 엄마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갇힌 세상에서 외부 세계로 나오겠다는 의지이며, 이리제가 두건을 벗어버리는 것은 자신의 본성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살겠다는 것 아닐까?

이 두 모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리제 덕분에 메두사 엄마도 세상 밖으로 나오고 성장하게 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

결혼하고 30년간 복작복작 세 딸들과 지지고 볶고 살았는데 다들 자기 살 길을 찾아 나서고 갑자기 집이 텅 비어버렸다. 집을 떠난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는지 궁금하다.

식구가 많다 보니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좋은 엄마노릇을 했는지 모르겠다. 별로 따뜻한 엄마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서운 엄마도 아닌, 애매하다. 항상 바쁘고, 무덤덤한, 어찌 보면 무심한 엄마가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그래도 냉정한 엄마는 아니었다고, ~ 다행이다. 추석이 다가온다. 연로하신 시어머님은 시집간 손주딸이 전화를 하면 대뜸 너 왜 안 오니? 언제 오니?” 하신다.

오늘도 누가 오나 안 오나 현관문 소리만 나면 귀를 쫑긋하신다. 그 모습을 보고, 홀로계신 친정엄마께 안부전화를 하니, “추석에 바쁜데 뭘 오니? 안 와도 된다.” 하신다. 항상 듣던 말이다. 그런데 그 말씀이 여태까지 무심코 들어 넘겼던 그 말씀이 왜 안 오니?”와 같은 말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바보처럼.

그리고 나도 모르게 멀리 있는 아이들 전화를 기다린다.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엄마의 홀로서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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