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14) 거짓말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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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14) 거짓말 같은 이야기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1.11.0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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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면 먼저 유럽이나 미국 등 잘 사는 나라의 어린이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나라의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오랫동안 만화를 그려오던 강경수 작가의 첫 그림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2011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 라가치상 수상)를 소개합니다.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비참한 상황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솔이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개구쟁이입니다. 솔이의 꿈은 화가입니다. 어느 날 다른 나라에 사는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키르기스스탄의 하산은 배고픈 동생을 생각하며 매일 지하갱도에서 석탄을 실어 올리는 일을 합니다. 인도의 파니어는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공장에서 하루 열네 시간씩 카페트를 만듭니다. 우간다의 키잠부는 비싼 약값과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이 없어서 말라리아에 걸렸습니다. 루마니아의 엘레나는 3년 째 길거리 맨홀에서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아이티의 르네는 지진이 일어나 무너진 건물위에서 엄마아빠를 기다립니다. 콩고의 칼라미는 아홉 살 때 전쟁에 끌려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솔이는 이 모든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아 소리칩니다.

거짓말이지?”

그러자 나머지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아니, 거짓말 같은 우리의 진짜 이야기란다.”

강경수 작가는 세계 곳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비참한 상황을 간략하게 압축한 글로 나타내었습니다. 누런 재생지에 드로잉과 콜라주로 거칠게 표현한 그림은 황량하고 쓸쓸한 이들의 삶을 우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는 솔이와 달리 다른 어린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지구촌의 모든 아이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뉴스를 보면 지구 어디에선가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 기아와 질병, 폭력과 전쟁 등 여러 가지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고통 속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 바로 어린아이들일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어른들이나 어린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은 나와 별로 상관없는, 아주 먼 이야기,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몰라도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에서 아직도 이런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지구촌의 또 다른 진실, 기후 위기

지구촌 어린이들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던 강경수 작가가 이번에는 북극곰 <눈보라>(2021)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구촌의 또 다른 진실,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곰의 뒷모습이 보이고 그 옆에는 곰 접근 금지 표지판이 보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 곰의 이름은 눈보라입니다. 하얗고 빛나는 털을 가진 눈보라는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태어났습니다. 빙하가 얼지 않아 바다사냥을 가지 못한 눈보라는 점점 더 말라 갔습니다. 한 뼘 빙하 위에 서있는 북극곰의 모습이 보입니다.

매우 위험하지만 눈보라는 인간들이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음식물 찌꺼기를 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북극곰은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판다의 사진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눈보라에게 돌을 던지고, 마을 사람들은 눈보라를 내쫓고, 사냥꾼이 총구를 겨눕니다.

눈보라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요?

허둥지둥 도망치던 눈보라는 녹은 눈에 미끄러져 진흙탕 위를 구르게 됩니다. 눈보라는 팔에 묻은 흙을 보고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눈보라는 마을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몸에 진흙을 바르고 나타난 눈보라를 판다로 알고는 반갑게 맞아들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판다를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단 한 사람, 사냥꾼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마을 사람들은 사냥꾼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어른들은 가짜 판다와 기념사진을 찍고, 음식을 가져다주고, 돌을 던지던 아이들은 판다를 껴안고 몸을 비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판다를 마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돈을 벌 생각에 들떴습니다. 물론 눈보라도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그것도 잠시, 거짓말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흙이 벗겨진 눈보라는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사냥꾼을 재촉하고, 눈보라는 겁에 질려 더 빨리 달립니다. 이때 검은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얀 눈이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얀 세상이라 사냥꾼은 북극곰을 조준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제 모습을 찾은 북극곰 눈보라는 그렇게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사실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한 북극곰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있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판다로 변신한 북극곰,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모르는 인간의 모습은 우리에게 웃음과 함께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웃픈이야기이지요. 또한 아주 위급한 순간, 눈보라를 위기에서 구한 것이 바로 새하얀 눈보라 본래의 모습이었다는 것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그밖에 강경수 작가의 작품들

커다란 방귀(강경수 지음/2014)

코끼리가 무심코 낀 방귀에 풀을 뜯던 코뿔소, 개미를 먹던 개미핥기, 나무 위에서 쉬고 있던 개코원숭이가 날아간다.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춤을 출 거예요(강경수 지음/2015)

한 소녀가 아름다운 춤을 춥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을 꿉니다. 풀을 넘고 숲을 지나, 빗속에서, 바람 속에서도, 그러다 보면 ...... 도대체 왜 춤을 추는 걸까요?

나의 엄마(강경수 지음/2016)

엄마라는 단 한 마디로 구성된 책, 세상에 태어나 엄마를 만나고 다시 엄마가 되기까지 그 보통의 삶에서 발견하는 뜨거운 사랑과 감동.

나의 아버지(강경수 지음/2016)

언제나 보이지 않게 뒤에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웅, 아버지의 모습을 담았다.

x100(강경수 지음/2017)

아빠의 말은 글로, 아들의 말은 그림으로 표현한 문답식 구성.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배고픈 거미(강경수 지음/2017)

거미줄에 걸린 파리, 사마귀, 개구리, 호랑이......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긴장감을 주는 구성이 마지막에 웃음을 준다.

꽃을 선물할게(강경수 지음/2018)

무당벌레를 구할지 말지 고민하는 곰과 무당벌레의 대화를 통해서 인간의 다양한 속성과 모순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처음 사랑(강경수 지음/2019)

<춤을 출 거예요>에서 춤을 사랑했던 소녀가 소년을 만났다. 두근거리는 아이들의 처음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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