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담농사일기(32) 옥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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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담농사일기(32) 옥진에게
  • 차은숙 작가
  • 승인 2023.02.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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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숙(글 짓는 농부)

입춘이 지났네. 그새 또 일주일이 흘렀고. 잘 지내고 있지? 네가 다녀간 게 벌써 한 달 전이네. 차로 세 시간을 달려온 너와 함께 밭에 거름을 냈었는데 엊그제 토마토를 심었어.

토마토 심었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모두 아이고 고생했어. 애썼겠네라고 하네. 나는 웃으며 괜찮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라고 즐겁게 대답해.

아주 힘들지는 않았거든. 토마토 농사를 시작하고 열 번이나 모종을 심었잖니. 모종을 심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게 훨씬 수월해. , 너도 도와주겠다고 했었는데. 또 먼 길을 오라고 청할 수는 없었어.

아주심기 하는 날은 육묘장에서 모종을 받아 상자를 옮기는 일부터 상자에서 모종을 꺼내고 침지라고 해서 뿌리를 물에 적시고 꺼내는 사람, 모판에서 모종을 뽑아 주는 사람, 심는 사람까지 분업화가 필요해. 그래야 한낮 햇볕이 좋을 때 물을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게 되지. 요즘 사람 구하기가 어디 쉬워야지. 그래도 고맙게 항시 몇몇 사람이 나서주는구나.

 

밭도 1년에 몇 번 토양검정을 해

 

2월의 아주심기 날을 정하는 건, 가을 농사가 끝나고 정리를 할 때야. 육묘장에서 12월은 파종을 해야 하니까. 농장은 이때부터는 농한기고 밭을 만드는 일 하나가 남아. 밭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토양검정이지. 사람들이 건강진단을 받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병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처럼 밭도 1년에 몇 번 토양검정을 해. 봄과 가을 농사를 끝내고 땅의 상태를 확인하는 거야. 농사를 짓는 동안 비료를 주고 작물이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땅의 영양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래.

토양검정을 위해서는 되도록 여러 군데 밭의 흙을 파야 해. 남편은 삽을 들고 나는 대야를 들고 따라나섰지. 이 일도 진짜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걱정과 기대가 뒤섞여. 밭의 앞쪽, 중간과 뒤쪽 지점을 달리하여 오갔지. 검붉은 흙의 색깔을 눈에 담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어.

하우스 동별로 판 흙을 잘 말린 다음 봉투에 담아 농업기술센터에 가져가 의뢰를 하는 거지. 검정항목에는 작물이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토양의 산도(pH), 전기전도도(EC), 유기물, 인산,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을 분석해. 그리고 작물별로 적정한 양을 추천하는 시비 처방서를 보내주거든.

 

옥진이 덕분에 거름내기도 쉽게 끝났지

 

시비처방서를 참고하며 밭에 거름을 내는 거야. 마침 네가 우리 집에 왔을 때가 작년에 받아서 쌓아 두었던 거름을 옮기던 날이었지. 농업기술센터에서 빌려온 운반기로 40포씩 거름을 실어서 하우스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뜨리는 일을 했었지.

처음 해본 일이었지? 그래도 귀농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니, 집도 짓고! 이런 일은 익숙해져야 할 걸. 옥진이 덕분에 거름내기도 쉽게 끝났지.

그 다음은 트랙터로 밭을 갈고 관리기로 골을 타서 고랑을 만드느라 추운 겨울 며칠이 지났어. 남편은 두둑을 만들며 큰딸 보고 동영상을 찍으라고 했어. 작년에 영상 편집을 배우더니 유튜브 영상 하나를 올리고 나서는 요즘은 조회수를 살펴보느라 또 바쁘셔.

고랑을 만들고 나면 물을 주는 점적 호스를 깔고 추운 날씨에 관정의 물이 잘 올까 걱정하며 테스트를 해. 해마다 물은 얼고 애를 먹이지. 그래도 끝내는 해결을 하게 되지. 그 다음에는 비닐 멀칭을 했지. 그러면 이제 모종을 기다리지. 농장에서 지지고 볶는 일과 상관없이 육묘장에서는 토마토 모종이 자라나. 우리도 밭도 만들었겠다 멀칭도 끝났겠다 마음도 한가롭지.

이때는 차로 30분 남짓 거리인 육묘장으로 겨울 소풍가듯이 나선단다. 모종이 잘 크는지 확인을 하고 나들이 삼아 나왔으니 점심도 먹을 요량이지. 토마토 모종은 잘 자라고 있었어. 육묘장에 그야말로 싱그러움이 가득하지. 움트는 새싹들을 그렇게 많이 보는 것도 기껍지. 토마토는 자라고 마음은 놓이고 배는 고파지지.

 

토마토 딸 때 또 와야 해

육묘장 근처에는 폐교된 초등학교에 식당을 하는 곳이 있어. 학교 운동장이었던 곳은 잔디가 깔렸고 군데군데 나무도 있어. 이순신 장군 동상은 남아서 없어진 학교를 이 운동장을 아직도 지키고 있고. 책 읽는 남매 동상도 여전히 책을 읽고 있네.

식당은 퍽 아담하고 밥은 맛있어. 채식식단이라 네가 좋아할 듯. 다음에 토마토 따러 오면 여기서 밥을 사줄게. 식당 옆 교실(?)은 생태책방이더라. 생태를 핵심 주제로 문학, 역사, 정치 주제별로 골라놓은 책이 훌륭했어. 책마다 달리 추천사도 인상 깊었고. 책 몇 권을 사서 되돌아 왔어. 육묘장에 다녀온 저녁에는 생태책방에서 사온 책을 오래도록 읽었어.

이제 5월에는 본격적인 토마토 따기를 할 거야. 그때 또 와야 해. 그럼 잘 지내고. 건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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