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듣는 말이 ‘하늘이 가을가을하다’일만큼 하늘이 아름다운 요즘입니다. 하늘색이 짙어지고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구름이 열심히 일을 하는 덕분이기도 하지요. 엄마 오리 뒤를 따르는 아기 오리 모양의 구름과 ‘나를 따르라!’는 용머리 구름 등의 재미있는 사진이 지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많이 올라오고, 사진마다 ‘좋아요’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확실히 이맘때쯤의 하늘이 관심사이긴 하죠?

 

적운, 층운 그리고 비행운

구름 얘기가 나왔으니 잠깐 이야기를 좀 할게요. 구름 속의 크고 작은 물방울들은 햇빛을 반사해서 대기의 온도를 내리는 효과가 있고 대략 10가지 정도 있다고 합니다. 그중 일반적으로 우리가 많이 볼 수 있는 구름은 수직으로 발달하며 쌘구름 또는 뭉게구름(더미구름)이라 불리는 적운(지표에서 500m~2km 이상의 고도에서 발달)과 층구름 또는 안개와 비슷하여 안개구름이라 불리며 얇아서 하늘이 잘 비치기도 하고 바로 사라지기도 하는 층운(지표면에서 0~2km 정도의 고도에 발달)입니다.

바람이 제법 부는 날에는 구름이 서서히 이동하며 모양이 바뀌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정말 층운은 물에 젖은 습자지처럼 잘 흩어지더군요. 이처럼 기압, 물방울의 양 그리고 온도에 따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구름이 대부분이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구름도 있습니다. 차고 습한 높은 고도에서 나는 비행기 꼬리에서 만들어지는 비행운(비행기구름, contrail)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구온난화 효과 올리는 비행운

2050년까지 3배 증가 예상

비행기가 날면서 만들어내는 하얀 직선 구름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는데요. 비행운은 항공기 엔진의 연료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수증기와 매연 입자들이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공기와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얼음입니다. 이 얼음 구름의 지속 시간은 수분에서 최대 수 시간에 이르는데, 문제는 이 비행운이 대기의 열을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자연 구름 속의 물방울들은 빛을 반사해서 대기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비행운 속의 얼음들은 태양 빛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대기 온도를 올린다고 합니다. 온실가스와 비행운을 합쳐 항공 교통 부문의 지구온난화 효과 비중은 전체의 약 5%로 추정되는데요, 과학저널 <대기화학과 물리학>에 실린 독일 과학자들의 새로운 논문에 따르면 비행운의 지구온난화 효과는 2050년까지 지금의 3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하네요. 원인은 당연히 항공 교통량의 증가겠지요.

 

나는 누구를 일으켜 세워야 할까?

2박 또는 3박을 해도 국내보다 해외 여행을 선호하는 현실을 보면 2050년까지 갈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지다가도 마른 사막에 움트는 초록을 보는 것 같은 소식을 접하면 다시 영차! 하고 일어나게 됩니다.

영국의 육상 유망주인 이네스 피츠제럴드의 이야기인데요, 2023년 호주에서 2월에 열린 세계크로스컨트리선수권대회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호주까지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었지요. 9살 때 처음 ‘파리협약’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알게 되었는데 8년이 지나 만 16세가 된 지금까지도 진전없는 ‘기후협약’들 앞에서 비행기를 타는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네스 피츠제럴드가 될 수는 없지만,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운을 만나게 된다면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나는 비행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구를 일으켜 세워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