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통신]자발적 가난,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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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통신]자발적 가난, 새로운 시작
  • 이남숙
  • 승인 2023.06.28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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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숙(구림 장암)

<30일 인생>

 

태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부신

세상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생 전부가

늘 눈부신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나처럼 행운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강하지 못하면 사라졌다.

사라진다는 건 죽음이었다.

나는 이런 세상에서 한 달 남짓 살았다.

내 생의 마지막 날, 그간 보았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잠시 보았다.

햇살, 바람, 공기내 인생은 끝까지 놀라웠다.

 

나는 육계다.

횃대 한번 올라가 보지 못했고 좁은

케이지에서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했다.

닭장은 늘 불이 켜져 있어 밤낮을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계속 먹었고 비만 닭이 되었다.

한 달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눈을 감고 잔적이 없었지만,

도축되던 날 드디어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고뇌의 삶이었지만 죽음은 두려웠다.

죽음의 순간이 오자 처음으로

내 두려움과 마주했다.

약해서 나보다 먼저 사라져갔던

병아리들이 생각났다.

누가 오래 살아남는 것의 영광을

노래했던가!

태어남은 필멸로 이어지는 것을

길고도 짧았던 내 생에 아쉬움이

있다면 내 마음껏 날개 한번

펼쳐보지 못한 것이다.

 

일상으로 스미는 교육

구림한사랑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실천을 시작했다. 환경교육과 연계할 실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고민하던 중 센터의 협조로 아이들과 실천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었다.

6명의 환경기자단 학생이 탄생했고 일상의 환경실천을 <열린순창>에 글로 소개하기로 했다. 최육상 편집국장님의 재능나눔으로 기자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자발적인 6명의 지구시민 탄생에 설레고 자랑스러운 마음이다.

구림초중 환경기자단. 왼쪽부터 강미현 설현성 이영은 이시은 오승미 김승현 학생.
구림초중 환경기자단. 왼쪽부터 강미현 설현성 이영은 이시은 오승미 김승현 학생.

 

아이들이 직접 배달하는 따뜻한 소식지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환경실천을 손글씨와 그림을 넣어 손바닥 소식지를 만든다. 그리고 직접 지역 어른들에게 배달한다. 자신들이 만든 소식지를 설명하며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린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가꿔가는 깨끗한 마을 만들기를 고민하다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이뤄낼 목표를 가질 때 자연스럽게 소통의 기회가 생기고 그 속에서 배려와 존중을 연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마을을 시범으로 해보고 연구해가며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가는 계획을 세웠었고 소식지 만드는 비용은 되살림 회원들이 후원하기로 했었다. 목표로 가기 위해 일단 신문에 글을 싣는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순창에 있는 모든 면 단위에서 어린이 환경기자단이 생겨 지역민들과 함께 깨끗한 땅을 만들어 가는 꿈을 꿔본다.

 

구림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환경토크

고기없는 월요일 프로젝트가 이어지길 희망하며 찾아간 구림초등학교에서 김희은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께서는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다른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의 동의를 얻어 나눔의 시간을 마련해 주셨다. 3주 동안 많은 고민을 하며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었다.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의 관심과 소중한 시간에 감사한 마음이다.

환경에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길 수 있었어요.”

성당에서도 줍깅을 하는데, 학교에서도 해보면 될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인 세계의 기후위기 소식들을 알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분리배출이나 줍깅 같은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다모임 시간이 있는데 함께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고 실천을 논의해 보면 좋겠어요.”

기후위기!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행동하게 된다. 나와 세상 모든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가는 교육은 행동으로 가는 첫 디딤돌이라 생각한다. 이런 지식이 쌓여 아이들이 어떠한 상황, 환경에서도 주인된 자세로 행동하는 지구시민으로 커가길 바라본다.

 

되살림 회원들의 플로깅과 나눔실천

순창여중에서 시작해 금산 골프장까지 쓰레기를 주웠다.
순창초 3학년 강이담 학생은 늘 플로깅에 엄마와 함께 나온다.

 

되살림 회원 외 새롭게 오신 분들, 전주에서 온 엄마와 딸 등 이번 플로깅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순창여중에서 시작해 금산 골프장까지 쓰레기를 주웠다. 순창살이 처음으로 골프장엘 가보았다. 골프장 경계로 너무나 이쁜 습지가 있어 모두들 눈호강을 했다.

순창초 3학년 강이담 학생은 늘 플로깅에 엄마와 함께 나온다. 오르막길에다 덥고 먼 거리인데도 웃으며 좀 힘들지만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조금만 힘들어도 칭얼거리는 마음 내는 내게 이담이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되살림 회원들은 매달 회비를 낸다. 우리는 파키스탄 구호를 위해 제이티에스(JTS)에 기부했다. 기후변화에 1%도 기여하지 않은 파키스탄은 작년 홍수로 국토의 1/3이 물에 잠겼고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기후난민이 되었다. 홍수로 수확물은 없고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배고픔과 아이들은 배우지 못하고 수인성 질병으로 고생하는 열악한 환경은 진행형이라 한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튀르키예 지진에 집중되어 있어 복구는커녕 당장 식량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한다. JTS는 쌀, 기름 등의 기본 식품과 마을에 핸드펌프 설치, 5평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후정의를 생각하며 우리의 책임에 적게나마 실천했다.

JTS(Join Together Society) :  2007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로부터 특별협의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를 획득한 국제구호단체이다. 후원금의 90% 이상이 지원과 구호에 쓰인다. JTS에서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JTS 파키스탄 7차 긴급구호
JTS 파키스탄 7차 긴급구호

 

전환 : 다른 방향이나 다른 상태로 바꿈

전환을 생각하면 <설국열차> 영화가 떠오른다. 모두가 꼬리 칸에서 앞쪽 칸으로 가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때 한 사람은 바깥을 본다. 이제 우리의 삶에도 진정한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의 소비주의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새로운 문명의 탄생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갈 시기는 아닐까. 세상 모든 만물은 유기적으로 서로 얽히어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 적게 쓰는 자발적 가난의 삶,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연습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되어가는 존재들이다. 결과는 하늘의 뜻이지만 시작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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