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28) 여름철 서민 반찬 고구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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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28) 여름철 서민 반찬 고구마순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3.08.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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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7월 하순 이후 장마는 갔지만 폭우와 폭염이 쏟아진다. 비닐하우스와 축사, 벼농사와 밭작물이 장맛비에 처참하게 짓이겨졌다. 폭우와 폭염으로 과일과 채소 농사를 짓는 분들의 애씀이 헛수고가 되고 있다. 또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면 서민들은 얼마나 더 애가 타야 하는가?. 밥상 물가는 치솟아 없는 사람들 생활고는 무더위보다 더하다. 인과응보(因果應報)지만 덩치가 커진 재해와 인재(人災)로 나라가 시끄럽고, 서민들은 속이 탄다.

그래도 밥맛을 잃으면 안 된다. 필자는 고구마순() 김치의 끝을 잡고 시끄러운 시국(時局)을 넘기고 있다. 7월 중순 아내와 삼천동 길거리 시장에 갔다. 마디가 거칠어진 손으로 좌판을 깔고, 직접 재배한 고구마순을 다듬고 벗기어 파는 분들이 많았다. 길거리 시장에서 고구마순이 여름철 서민 먹거리임을 확인하는 장터였다. 한여름 서민들을 지켜주는 반찬, 고구마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체험 중심이므로 주관성이 짙고, 감정이 실려 있는 이야기다.

 

고구마순 김치,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

전주시 삼천동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20평 정도의 주말농장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는 34일에 밭을 갈고, 20kg 퇴비 일곱 포대를 뿌렸다. 318일에 네 개의 밭이랑을 만들고 밭고랑 다섯 개를 팠다. 쇠스랑과 괭이, 그리고 삽으로 밭이랑과 고랑을 만드는데 숨이 턱턱 찼다. 작년보다 삽질 햇수가 적어도 허리를 펴야 하고, 쌀랑한 날씨지만 식은땀이 났다. 곁에서 자잘한 돌을 골라내는 아내에게 내색할 수도 없었다.

아내의 의견으로 첫 번째 이랑에 검정 비닐을 씌우고 감자를 심었다. 그런데 감자 씨가 문제였나?, 심은 방식이 잘못되었나? 4주가 지나도 감자 순()은 올라오지 않았다. 아내는 서운해하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 이 사람아! 감자 심은 자리에 그대로 고구마순을 심으면 돼. 고구마가 무지하게 잘될 것이여! 거름과 비료를 충분하게 했으니까.”

54일 전주 남부시장에서 고구마순()을 사다가 심었다. 비가 온 후, 흐린 날 심어서 물은 조금만 주었다. 아내가 사오일 간격으로 서너 차례 물을 주었다. 3주 정도 고구마순은 몸살을 했지만 한 구덩이도 죽지 않았다. 고구마 농사에 관한 예상은 적중했다.

6월 말이 되니 줄기가 사방팔방으로 왕성하게 뻗어 밭이랑과 고랑 전체를 덮었다. 고구마순()과 줄기는 생생하고, 무척 튼실하였다. 잎은 연하고 무성했다.

연한 고구마순과 잎으로 된장국과 무침이 여러 번 식탁에 올라왔다. 집된장과 풋고추, 참기름과 왕소금, 멸치육수와 어우러진 고구마순은 여름철 별미다.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도 많다.

특히 고구마순 김치는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크다고 한다. 10년 넘게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필자는 많이 먹어야 할 반찬이다.

 

온몸으로 일하며 서로 돕는 분들에게

79일 일요일 아침 여섯 시 반에 고구마순 김치를 담기 위해 밭으로 갔다. 풋고추와 가지, 오이와 애호박, 토마토 등을 수확한 후 아내가 각단지게 고구마순 줄기를 땄다. 농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줄기에서 잎을 따내고, 작고 여린 것과 고구마순 김치를 담을 수 있는 줄기를 분류했다. 아내와 손발이 착착 맞아서 시간이 덜 걸렸다. 그래도 꼬박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다듬은 고구마순 줄기가 사과 박스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집에 와서 줄기를 하나하나 벗기고 손보는데 또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고구마순 녹말 성분으로 손과 손톱 밑이 새까맣게 변했다. 아내는 큰 솥에 고구마순 줄기를 살짝 데친 후, 작년 겨울 김장 때 남겨놓은 양념을 넣고 팍팍 섞었다. 간은 새우젓과 멸치액젓, 그리고 고춧가루로 맞추었다. 감칠맛과 식감이 살아있는 고구마순 김치가 여름철 식탁에 왔다. 세 집이 나누어 먹었다.

올여름 시끄러운 세상을 이겨가는데 고구마순 김치가 한몫했다. 온열(溫熱) 질환(疾患)을 무릅쓰고 일할 수밖에 없는 분들과 고구마순 김치를 나누고 싶다. 갈수록 지독해져 가는 세상살이에 굴()하지 않고 온몸으로 일하면서 서로 돕는 분들과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맥()없는 소리를 하는 정치인들은 다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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