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29) 도서관에 가서, ‘여성’을 만나다
상태바
발바닥 교육(29) 도서관에 가서, ‘여성’을 만나다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3.09.13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아내와 바람이 없다면, 하늘은 언제나 온화하다.”- 독일.

암탉은 새가 아니고, 여자는 인간이 아니다.”- 러시아.

아내란 담요와 같다. 덮으면 짜증 나고, 던져버리면 춥다.”- 가나.

 

아내와 신발은 오래된 게 더 낫다.”- 일본.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한국.

여자는 외모만큼 늙었지만, 남자는 남 쳐다보기를 그만둘 때 늙었다.”- 미국.

위 속담은 8월 초순 전주 삼천도서관에 다니면서 본 <세계 여성 속담 사전>의 극히 일부 내용이다. 저자는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문학 연구 대학원 여교수다. 사람들은 속담(俗談)이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푹푹 찌는 여름날 도서관에서 본 <세계 여성 속담 사전>은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어떻게 비하하고, 차별하고, 소외시키는지 낱낱이 설명해주고 있다. 남자는 여자와 지구에 살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서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고, 무시해 왔는가? 저자는 여성의 몸, 여성의 일생, 여성의 힘, 여성의 삶, 여성에 대한 비유로 나누어서 속담을 정리했다. 많은 남성은 여성에 관한 속담지혜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다. 필자도 자유롭지 못하다.

8월 도서관에서 여성의 삶에 관한 책을 한 권 더 읽었다. 신문 기자였고 미술 평론가인 이유리 작가가 쓴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이다. 그림 속 여성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카소, 고갱, 렘브란트, 자코메티 등의 작품과 생활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대상화되고, 심지어 도구화까지 되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만들어지는 여성과 소유물로서 여성을 거부하고, 안전한 권리를 누리는 주체로서 여성을 말하고, 여성의 여성성이 온전하게 대접받는 여성의 삶을 말하고 있다.

조선 중기 이후 유교적 생활 질서가 개인의 삶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여성의 삶이 가문과 가족을 위해 희생됨이 마땅하다는 사회문화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말한다. <삼강행실도> 열녀 편을 논()하면서, “남편을 따라 자살한 열녀는 사실 사회에 의해 타살당한 희생자였다라고. “남편이 죽었지만 여태껏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미망인(未亡人)’이라는 단어가 그냥 생겼겠는가라고.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한 번 더 놀라웠다. 여성의 삶에 관한 위인전마저도 잘못 알고 있는 사례 때문이다. 남성의 이해관계(利害關係)를 앞세워 재구성된 여성에 관한 위인전이다. 나이팅게일의 삶이다. 이유리 작가는 말한다.

나이팅게일의 별명이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망치를 든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료품 보급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망치를 들고 와, () 창고의 자물쇠를 부숴버렸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나이팅게일은 그만큼 과단성 있는 인물이었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언론은 나이팅게일을 한밤중 등불을 든 자애로운 천사로만 그려 낸다. 과격할 만큼 결단력 있는 여성은 가부장제가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이팅게일은 가정 내 울타리에서 천사처럼 얌전히 있으라는 가족과 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기 길을 갔다. 이렇게 말하면서. ‘하릴없이 해안가에 서 있느니 차라리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길에서 열 번이라도 파도에 휩쓸려 죽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이팅게일(1820~1910)은 전쟁터에서 백의 천사로 헌신한 간호사다. 그러나 그녀는 하얀 옷을 입지도 않았다. 짙은 색의 검소한 옷을 입었다. 전쟁 내내 후방에서 영국 정부와 군부, 그리고 터키 정부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싸우면서 야전병원을 운영했다.

나이팅게일은 간호사 역할보다 의료행정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평생 군() 의료 개혁을 위해 열정을 다했다. 나이팅게일의 삶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망치를 들고 영국군 의료체계를 바로 세운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나이팅게일 위인전은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 억지인가?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