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통신] 삶의 마지막 디자인(End of life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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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통신] 삶의 마지막 디자인(End of life design)
  • 이남숙
  • 승인 2023.09.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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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숙(구림 장암)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흙은 시체의 층이다. 흙은 생물들의 생사의 순환이 축척되어, 생명의 풍요로운 무대가 된다.” <가와구치 요시카즈>

 

<나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

칡넝쿨 얼기설기 엮어 들 것 만들고

손바느질한 소박한 옷 하나 만들고

그러고도 남는 세월 있으면

나무토막 주워다 이쁜 꼭두 하나 조각해서

뒤뜰 나무 아래 묻히고 싶다.

 

더 욕심내면

햇살바람 좋은 날

소박한 옷 입고

칡넝쿨 들 것에 앉아

온갖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마웠다 나직이 인사하고 가고 싶다.

 

맘대로 안되는 게 세상일

죽는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망상을 부려본다.

노환이던, 반신불수던, 병고의 고통 속이던

지키고 싶은 하나가 있다.

평생 다른 생명들에 의지하여 살아온 몸

날 것 그대로

자연에 돌려주고 가고 싶다.

나는 아니온 듯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

죽어 어떻게 처리되길 바랍니까?

 

20236월 기준, 대한민국의 화장률은 92.9%이다. 10명에 9.3명은 화장을 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화장률은 최고 97%로 높아 원정 화장과 4~5일 장이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어쩌면 일본처럼 화장을 기다리느라 시신 호텔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2001장사등에관한법률’(각 자치단체에 화장시설의 설치 의무화)이 시행될 때만 해도 우리나라 화장률은 21%에 불과했다. 당시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화장이 대세를 이룬다.

세계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그에 발맞춰 도시인구, 노인 인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2020년 기준, 연간 사망자는 31만명이었으나, 고령화로 2070년에는 70만명으로 늘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전망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

화장은 지속가능한 방법인가?

화장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2시간 이상의 에너지 집약적 연소로 한 몸을 재로 만든다. 생각해보라. 전 세계적 과제인 기후 위기 시대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중립 실천이 절실한 지금, 우리는 시체를 태우기 위해 쉬지 않고 화장로를 뜨겁게 타오르게 하고 있다.

또한 연소과정에서 다이옥신, 산화질소, 수은 등 많은 독성오염 물질들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물론 집진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모든 것을 걸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높은 집진기 교체 비용과 집진기 폐기물 처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돌아가는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시신을 처리할 때 매장과 화장 두 가지 선택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환경적인 측면에서 결함이 있다. 돌아가는 새로운 길은 다시 매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매장과는 다르다. 전 세계적인 새로운 대안의 흐름을 소개해 보려 한다.

녹색매장(Green Burial): 시신을 땅에 묻는 방법으로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자연을 이롭게 하는 매장이다. 숲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죽은 몸은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용하는 관은 성장이 더딘 나무보다는 대나무, 넝쿨가지, 100% 재활용 골판지 등 생분해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비석이나 명판을 두지 않는다.

캐롤라이나 메모리얼 생츄어리(Carolina Memorial Sanctuary):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녹색매장지로 숲, 계곡, 목초지 등 장소를 선택하여 사람, 반려동물을 매장할 수 있다.

웨스트올 공원 자연장(Westall Park Natural Burial Ground): 영국 버밍햄에 위치한 녹색매장지로 유가족에게 비석이나 명판을 놓지 않는 대신 매장 후 꽃 또는 야생화 씨앗, 구근을 심어 표시하도록 권장한다.

코에이오/버섯 수의(Coeio/Mushroom Burial Suit): 우리 몸은 평생 먹은 음식과 환경에 노출되면서 219종의 독성 오염 물질이 쌓인다고 한다.(미국 질병관리본부) 여기에는 비스페놀A, 살충제, 난연제, 중금속, 드라이클리닝 잔여물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독성 오염물질이 토양으로 침출되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코에이오는 특정 버섯의 균사체를 이용해 몸에 축적된 독소를 정화하고 분해하는 버섯 수의를 만들었다.

물화장(Aquamation): 하와이 원주민들의 오랜 장례 방식으로 사라지고 있다가 2022년 다시 물화장이 하와이에서 합법화되었다. 알칼리성 가수분해 과정으로 물을 사용하여 몸을 대자연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 turn the body into soil) : 밀봉된 공간에 시체와 나무 조각, 짚과 같은 천연 탄소 재료를 혼합하여 누에고치화 한다. 신체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활동으로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용기가 뜨거워진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팬을 이용해 산소를 넣고 회전시켜 미생물을 재활성화하는 방식이다. 30~50일의 과정을 거쳐 흙으로 만들어 가족이 가져가거나 자연에 돌려보낸다.

2019년 워싱턴주에서 첫 합법화 되면서 현재 콜라라도, 오레곤, 버몬트, 캘리포니아, 네바다 주에서 합법화되었고 펜셀베니아, 뉴욕주, 매사추세스, 코네디켓, 버지니아, 메리랜드, 뉴멕시코, 일리노이, 뉴저지, 로드아일랜드에서 법안이 제안되었다.

 

갈등은 대안의 씨앗

최근 순창군의 화장장·공설추모공원 건립을 둘러싼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아파야 병을 알 수 있듯이 갈등해야 더 나은 대안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2019<삶의 마지막 디자인>을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 제안 건의하였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지침에 따라 화장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고,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는 화장 장려 정책을 채택하여 실행하고 있어 그에 따른다고 답했다. 낙담한 마음도 있었지만, 다시 이것을 신문에 글로 소개하며 나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다음 편에는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친환경 장례 대안과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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