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사는 동네]세상 벗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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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사는 동네]세상 벗 없으세요?
  • 신민수 시인
  • 승인 2023.09.2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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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수 시인 (인계 세룡)

 

가재가 사는 동네에 오시거든 한밤중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 텅빈 일기장 가득 채워드리오리다.

아침에 일어나시거든 보석보다 투명한 풀잎 이슬 한 양푼 받아 드리오리다.

황금빛 햇살 골짜기 가득한 날에는 솔밭에 춘란 향기, 아까시나무 향기, 찔레꽃 향기로 아름다운 연인이 되어 드리오리다.

가재가 사는 동네에 오시거든 세상에서 가장 맑은 공기와 친환경농산물로 삼시세끼 드시고요.

세상 벗 없어도 울창한 소나무숲 벗삼아, 계절따라 피어나는 야생화 벗삼아, 개여울에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가재의 벗이 되셔서, 때묻지 않은 자연과 한세상 놀다 가시구려.

전화기가 없어도 티브이가 없어도 좋다. 자동차가 없어도 아파트가 없어도 좋다.

낡은 운동화에 밀짚모자를 쓰고 다녀도 수염을 기르고 한 사날 머리를 안 감아도 좋다.

눈뜨면 울창한 숲 길 걸으면 실개천이 흐르고 별이 쏟아지는 밤에는 편지를 쓰며 잠든다.

강아지 앞세우고 산책 나서면 새들이 반기고 들꽃 향기 속삭이는 아름다운 자연속의 나라.

가재가 사는 동네는 기도원의 전도사처럼 간절하지 않아도 짝 잃은 노루처럼 울어대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곳.

계절 바뀌는 대로 옷 갈아입고 바다가 그리우면 한 시간, 쇼핑가고 싶으면 삼십분 거리, 외로울 것도 바쁠 것도 없는 동네.

하시라도 환영한답니다.

 

신민수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 1954년 격동기에 인계 세룡마을 산골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을 보내고 군에 입대 병장 전역 후 서울에서 40년을 보내고 회향했다. 2020년 계간 문예연구신인문학상(시부문)으로 등단했다. 시집 청상과부』 『찔래꽃 향기 훤한 세룡리』 『가재가 사는 동네, 산문집 귀농일기 가재가 사는 동네에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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