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사는 동네]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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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사는 동네]동면
  • 신민수 시인
  • 승인 2024.01.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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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수 시인 (인계 세룡)

 

가을걷이 마무리된 들판에 흰서리 사각사각, 노농부의 발자국 딛고서는 햇볕, 바람 차가워 빈 들길, 낙엽처럼 빛바랜 신발들, 옹기종기 동면에 든다.

첩첩산중 두메나 산골 빈집이 반. 어쩌다 때를 놓쳐 눌러앉게 됐제. 도시로 가고싶은 맘이야 늘 있었제. 대신 자식새끼들 다 도시로 나가고 팔십 이쪽저쪽 드신 분들만 살아가고 있는 산골마을, 김장을 하고 나면 동네사람 모두 다 마을회관에서 점심 저녁밥을 함께 먹는다. 기름, , 반찬, 과일 등 풍족하게 지원 기부받아 춘 겨울 따뜻하게 보낸다. 오늘 그 첫날 부녀회장님 돼지 한 마리 내놓고 점심먹는 날이다. 기관관계자분들도 초대해 모처럼 사람사는 동네 같았다.

오늘 모인 남자 중 제일 젊은 사람은 이장으로 오십팔 살, 그 다음 예순다섯. 내 옛날같으면 상할아버지라고 했는데.

그러고는 거의가 칠십이 넘은 분들, 젊은 사람이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어 돼지털 뽑는데 일조했다. 삼겹살 구워 나르고 소주병 심부름하느라 아침 일찍부터 바빴다.

내년 삼월까지는 집에서 아침밥만 대충 먹으면 된다. 아내는 불만이다. 노인들뿐이라서 밥상 노랴, 설거지 하랴, 잔심부름하랴, 보통일이 아니다.

그리도 어쪄. 봉사헌다 생각하고 혀야제. 그런다고 안 가면 욕헐거아녀이."

올해도 동참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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