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사람처럼] 무늬5 나도 좀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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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사람처럼] 무늬5 나도 좀 울고 싶다
  • 채광석 시인
  • 승인 2024.03.19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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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광석 시인

<꽃도 사람처럼>

 

무늬5 나도 좀 울고 싶다

채광석 시인

 

일가친척 어른들 달력을 떼어내듯

앞다투어 한세상 떠나가는데

웬일이냐 친족의 우물을 나눠먹었을

이놈의 물기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다

팽목항을 네 번이나 다녀왔지만

난 눈물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러다 연로하신 부모가 세상을 뜨는 날에도

이놈의 눈물샘이 끝내 터지지 않을까

참 걱정스럽다

나는 슬픔이 말라버린 것일까

누군가에게 슬픔을 적출당한 것일까

저 홀로 뺨을 타고 내리던

물기들은 서너 번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건 감루가 아닌 노안의 혼적,

이렇게 중얼거린 말들이 씨가 되었는가

나도 좀 울고 싶다

지금 당장 여기서 꺼이꺼이

시간과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뒤

느닷없이 뒤늦게 찾아오는 그런 눈물 말고

자다가깐 새벽 어느 한 밤

까닭도 없이 저 홀로 새는

그런 눈물 말고

 

채광석 시인. 1968년 순창에서 태어났다.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인 23세 때 등단했다. 하지만 등단은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등과는 화려함의 결이 전혀 다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에 절필을 한 후, 나이 쉰이 넘은 지난 20192번째 시집<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펴냈다. <오월문학상>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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