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사람처럼] 역사의 바깥15 왕의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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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사람처럼] 역사의 바깥15 왕의 도장
  • 채광석 시인
  • 승인 2023.11.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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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바깥15 왕의 도장

채광석 시인

 

나라 넘긴 왕의 도장이

가짜든 진짜든 그게 무슨 소용이랴

왕도 살고 민도 살고 조선도 사는 길은

공화제밖에 없다는 만민공동회를

왕은 무력으로 진압해버렸지

일본의 천황처럼 대한제국도

황제가 대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이토의 달콤한 말을 버렸어야 했었지

많은 날을 만백성 어버이가 못 되었던 그가

딱 이 한 번 민의에 맘을 굳혔더라면

조선은 정당도 의회도 언론도 국민군대도

서둘러 준비할 수 있었을 게야

그랬더라면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든

을사조약이니 군대해산이니 한일병합이니

이런 국내외 대사들은 줄줄이

공론장으로 끌려 나왔을 터이지

광화문 육조거리는 매일 매일

조선 생민들로 꽉꽉 들어찼을 것이고

교인들 선비들 백정들 기녀들 농민들

늙은 것들 어린 것들

너 나 할 것 없이 민론을 쏟아냈겠지

왕도 살고 민도 살고 조선도 사는

민력이 되었겠지

, 딱 한 번 눈 질끈 감고 마음 굳혔더라면

 

채광석 시인. 1968년 순창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인 23세 때 등단했다. 하지만 등단은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등과는 화려함의 결이 전혀 다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에 절필을 한 후, 나이 쉰이 넘은 지난 20192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펴냈다. <오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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