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담 농사일기(41)뒤영벌, 공벌레 그리고 알지 못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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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담 농사일기(41)뒤영벌, 공벌레 그리고 알지 못하는 것들
  • 차은숙 작가
  • 승인 2024.03.1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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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숙(글 짓는 농부)

 

농장 옆 사천에 아른아른 연둣빛이 피어난다. 이 무렵, 이런 연둣빛은 분명 이제 막 눈을 뜬 버드나무 새순이다.

봄이 벌써 닥쳤다. 그 길가에는 논둑 옆 매화가 한창이고, 전봇대 밑에서는 히어리비치도 벌써 초록 왕국을 이루었다. 어느 산 밑에서는 산수유도 절정이다.

 

일등 일꾼 뒤영벌

 

토마토가 한참 자라는 하우스 안도 북적인다. 벌이 입주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순에 스무 살 청춘이 심었으니 이제 한 달이 되었다. 3월 초에는 첫 꽃이 피었고 날마다 꽃수를 불려 나갔다. 그 꽃을 수정해 주러 벌이 온 것이다.

하우스 안은 날아다니는 벌 때문에 스무 살 청춘의 수다만큼 소란하다. 그 청춘들도 3월 초부터 학교에 다니며 여기저기를 붕붕 윙윙 날고 있을 것 같다.

하우스의 일등 일꾼 수정벌은 수정하는 벌이라는 뜻이며 진짜 이름은 뒤영벌이다. 뒤영벌은 토마토 꽃가루 매개 활동으로 열매를 맺게 해준다. 토마토꽃은 꿀은 없고 꽃가루만 있다는데 꽃가루 모으기 전문가인 뒤영벌이 수분을 시킨다.

꿀벌하고 뒤영벌은 살아가는 게 다르다. 꿀벌은 이름대로 꿀을 모으며 살아가고, 뒤영벌은 진동수분행동을 하는 꽃벌이다. 진동수분행동은 꽃가루를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서 가슴의 근육을 진동시켜서 몸에 빽빽한 털에 묻히는 행동을 말하는 거란다. 뒤영벌이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꽃가루를 모을 때 수분이 되어 열매가 생기는 거라고 한다.

요즘은 뒤영벌도 사람들도 각자의 일로 바쁘기만 하다. 뒤영벌은 동글동글한 생김새가 귀엽고 무척 온순하다.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 침에 쏘일 일은 없다지만 붕붕 날아다니는 소리는 엄청나게 크다.

그 소리에 괜히 놀라서 이리저리 피하다가 접촉 사고가 나기도 한다. 눈썹 근처를 쏘이기도 했고 장갑 낀 손 위를 쏘이기도 했다. 이 녀석은 수정만 잘 시키는 게 아니라 힘센 일꾼인지라 침이 보통이 아니다. 논둑이나 밭에서 꽃구경하다가 벌에 쏘인 건 생각도 안 난다. 그래도 없으면 안 되는 상일꾼이니 그저 참는다.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 벌들은 하루에 다섯 번에서 열 번까지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가고 꽃 하나에 2초 정도 정지하는데 50개에서 200개 넘는 꽃을 방문한단다. 그러니까 하루 동안 1000개 이상 꽃을 열매 맺게 하는 셈이다! 이런 일잘러가 없다.

 

공벌레

 

뒤영벌이 입주하기 전 하우스의 원주민은 공벌레다. 공벌레는 사시사철 하우스에 산다. 공벌레는 생태계의 분해자로 볼 때마다 신기하다. 무해하게 생긴 모습 때문인지 벌레에 대한 반감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공벌레는 낙엽, 나무껍질, 동물의 사체, 곰팡이까지 뭐든 먹을 수 있다는데 해충이기도 하고 익충이기도 하단다. 개체 수가 적정할 때는 분해자로 좋은 역할을 하지만 밀도가 많아지면 농작물도 먹어 치우는 해충이 된다.

공벌레는 갑옷을 입은 것 같은 몸체에 외부로부터 충격이 오면 일단 몸을 공처럼 말아 방어한다. 그 작은 몸체가 날렵하게 몸을 말고 나는 공격은 하지 않아요! 하고 몸 전체로 보여주는 것 같다. 나는 너무 밀도가 높은 곳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무해하게 지내면서 가끔은 공벌레처럼 몸을 말고 누구에게나 아무 대거리도 하지 않고 순하게 존재하고 싶다.

 

그리고 다 알지 못하는 것들

하우스에 토마토가 자라면서 깃들어 사는 생명들은 뒤영벌과 공벌레뿐 아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 지렁이도 있고, 알지 못하는 미생물도 많다. 미생물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생물이다. 그런데 그 수는 엄청나게 많고 지구에 넓게 퍼져 있다고 한다.

미생물은 세균, 바이러스 등을 포함한 미생물의 수는 1x1031마리로서 동·식물보다 1x1010배 이상 더 많이 존재한다니 무척이나 놀랍다. 또 미생물은 지구의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고 동물과 식물의 내부 조직과 심지어 세포 속에도 살고 있는데 우리 몸에도 인간세포 수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많은 수백조의 미생물이 살아 있다고 한다.

이 미생물은 지구의 모든 존재와 여러 가지 관계를 맺으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약 1000만 여종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니 무척 놀랍다.

그중에서도 농업 유용미생물은 토양 환경을 개선해 농작물이 병해충 없이 건강하게 자라게 도와준다. 화학비료를 줄이고 퇴비와 같은 유기물비료를 사용하는 친환경농업에 꼭 필요하다. 땅속 유용 미생물은 종류와 수가 많을수록 좋다.

우리 농장에도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는 미생물 광합성균, 고초균, 유산균, 효모균을 물과 함께 공급한다. 뒤영벌과 공벌레와 다 알지 못하는 미생물과 그 밖에 또 오가는 생명들이 오늘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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