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담 농사일기(40)스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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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담 농사일기(40)스무살
  • 차은숙 작가
  • 승인 2024.02.20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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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숙(글 짓는 농부)

2월도 끝자락이라 봄이 멀지 않다. 우리 집 토마토 농사도 시작되었다. 밭을 갈고, 두둑을 다시 만든 다음 비닐 멀칭을 하는 데는 남편과 내가 그럭저럭 해보지만 토마토 심는 일은 사람 여럿이 필요하다.

 

농촌인력 부족 문제

토마토 심을 때는 일손 걱정이 크다. 처음 몇 년과는 달리 갈수록 일손이 구하기가 어렵다. 마을의 할머니들은 점점 나이 들어가시고 여기저기 아프시다. 애초에 도와달라는 부탁을 할 수 없다. 일을 할 만한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가 있다.

나는 몇 군데 전화를 걸었다. 많지 않은 이곳의 지인들에게 아쉬운 부탁을 했다. 해마다 몇몇 사람들이 도와준 덕에 토마토 심기를 해왔는데 올해는 그마저 여의치 않다.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던 농촌인력 부족 문제가 내 코앞에 닥쳤다. 우리 같은 중소농이라도 심을 때와 한창 수확 철에는 일손이 꼭 필요하다.

 

고등학교 갓 졸업한 청춘 일꾼들

 

그런데 방학 중인 아이 때문에 뜻하지 않은 일손을 구했다. 걱정을 듣던 둘째가 자기 친구들에게 토마토 심기 알바 광고를 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광고를 올리자 친구 여러 명이 관심이 지대하다고 한다. 일꾼 후보들은 며칠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청춘들이다.

잘 됐다 싶어서 아빠가 우리 집 숙식 제공 가능, 치킨 한 마리와 약간의 맥주를 내세웠다. 나는 맛있는 아침과 아르바이트비도 괜찮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그랬더니 토마토 심기에 자원한 친구들 서넛이 너무 기대된다며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이야?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러지 싶다. 농촌지역에 사는 아이들이라도 흙 한 번 제대로 만지지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몇 년을 아무 것도 못하게 하고 공부만 시켰을 테니. 그래도 산도 보고 들도 보며 자란 아이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 애들은 부모가 하는 일이니 여러 일을 거드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토마토 농사가 우리 집 생계니까 너희들도 알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아이들이 기꺼이 나서지 않아도 일을 함께 했었다.

 

일손 돕는 스무 살하하호호~”

토마토를 심기 전날, 아이들이 도착했다. 아니 이제 아이들은 아니다. 어엿한 성년이니까. 요즘 한창인 대학교 새터(새내기 배움터)를 참석하느라 빠지고 결국 두 명, 우리 애까지 세 명의 스무 살이 투입되어 토마토를 심게 되었다.

육묘장에서 모종이 도착하기 전 아침밥을 먹고 작업복을 입을 시간, 서로 몸빼바지를 입겠다고 나섰다. 어머니의 꽃무늬 바지가 뜬금없는 인기를 얻었다. 바지를 입으면서 하하호호. 티셔츠를 입으면서 또 하하하 신이 났다.

내가 머리에 쓴 두건을 보더니 부럽다고 불타는(?) 뜨거운 눈길을 보낸다. 두건의 꽃무늬 때문일까? 꽃무늬는 스무 살이나 아흔 살이나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두건 세 개를 내놓았더니 머리에 써보며 까르륵 넘어간다.

아이고 부러워라!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저렇게 웃을 수 있다니. 나도 덩달아 웃었다.

모종이 도착하고, 스무 살 일꾼들을 불렀다. 동네를 지나 농장으로 오는 사이 만나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고 또 웃음으로 인사했다나. 그런 웃음이 웃음꽃인 것 같다. 스무 살짜리들이 웃으면 저절로 퍼지는 웃음.

어쨌든 일꾼들은 기운이 넘쳐 보였다. 기운찬 일손이 많으니 백 개가 넘는 모종 상자를 순식간에 내렸다. 그 다음 음료랑 빵 간식을 보며 맛있겠다며 또 호호호 한다. 몸빼 패션으로 멋진 사진도 찍었다.

 

더 푸르른 게 토마토? 스무 살 청춘?

 

이제 실전에 임할 시간이 되었다. 토마토 모종 트레이를 침지하고, 모종 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역시 금방 배운다. 너끈하게 잘 심는다. 손으로는 심으면서 그보다 더 빠르고 실한 수다가 하우스 안에 가득하다.

한 줄 심는 동안 수다는 한 석 줄이 넘을 거 같다. 그래도 수다는 힘이 세서 옆에서 일하며 듣는 사람들도 덩달아 손이 바빠진다. 아무튼 일이 척척 진행된다. 비어있던 하우스에 한 줄 두 줄 토마토가 채워진다. 그렇게 한 동이 끝났다.

스무 살 일꾼들이 낯선 일에 조금 힘들어 보인다. 이제 1/3이 이제 끝났다고 하니 잠깐 실망한다. 그리고 누구나 구원하는 간식 시간, 누구는 망고 주스를 좋아하고, 누구는 이온음료를 골라 흔한 빵을 먹으며 하하호호를 이어간다. 그 뒤 약간의 경험이 생겨서인지 속도도 빨라지고 수다도 계속된다.

정말이지 힘찬 스무 살이다. 점심이 왔다. 일복을 입고 적당히 땀을 냈으니 그 기운이 더 왕성하다. 덩달아 나도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했다. 남은 한 동은 걱정이 없었다. 힘든 기색도 없이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났다. 토마토를 다 심었다. 더 푸르른 게 토마토일까? 스무 살 청춘일까? 어쨌든 이들의 기운으로 하우스가 꽉 찼다.

걱정은 단 한 가지. 아니지 기대가 크다. 올해 토마토는 무척이나 수다스러울 것 같다. 어쩌면 까르륵 까르륵 웃을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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