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99)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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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99)치마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4.04.0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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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조경훈 시인·한국화가
그림 조경훈 한국화가

 

 

치 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 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문정희(文貞姬·1947~ ) 전남 보성 출생.

시집 <치명적인 사랑을 못한 열등감>


 

치마와 팬티

은밀히 감추고 내놓지 않으려는 여자의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여자 시인이 썼다. 그 곳은 여자가 감추고 사는 바다가 있을지 모른다 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있다고 했다. 어쩌면 남자들이 수없이 경험했던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고 마는 허무한 동굴 속인데 놀라운 것은 그 힘을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 했다.

그 눈부심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랑이다. 우리가 죽고 사는 그리고 한없이 이끌려 가는 사랑의 매력 속에 어쩌면 우리의 어머니가 계신다. 그렇게 되도록 만드신 분은 조물주이신데 이렇게 이루어지는 신비스러운 일들이 이 세상들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여! 소리 중에 공방에서 여인이 옷 벗는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 소리는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는가? 마침 여인처럼 활짝 웃는 봄날이 왔소이다.

<치마>라는 시를 읽고 임보라는 남자 시인이 <팬티>라는 답시를 썼습니다.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 그 은밀한 신전 /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 그 주변을 맴돌며 / 한평산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 여자들이 가꾸는 / 풍요한 갯벌의 궁전 / 그 남성금지구혁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 옷이 다 벗겨진 채 / 무릎이 꿇려 천번의 경배를 해야한다 /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 순교를 꿈꾼다 /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 그 길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 319 한복 속의 여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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