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에시한줄(98)파랑새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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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에시한줄(98)파랑새 최경순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4.03.12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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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들 풀

최경순

들불처럼 살아라

마음 가득 비바람 치는 무한 하의 세상

맨몸으로 눕고

맨손으로 일어나라

대중 속에서도 홀로 존재하라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만 머물러라

항상 빈 마음으로 남아라

슬픔을 슬픔으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라 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소리 높여 노래하라

언제나

무소유의 영혼으로 남아라

 

내사랑

최경순

밤새 내리는 이슬방울

방울 방울 모아두었다가

내 님 오시는 날

그리움에 멍든 가슴 풀어놓고

까만 밤이 하얀 밤 될 때까지

내님 목을 축여드리리

 

밤새 내리는 이슬방울

방울 방울 모아 두었다가

못다한 사랑 편지 사연 사연 담아

홀로 석양 앞에서 기다림이 더

길어지는 날 문빗장 열고서

발람 결에 띄워 보내드리리

 

최경순(1956~2023) 전북 진안 출생.

시집 <섬진강 다슬기와 섹스폰>

 

파랑새 최경순

25년 전, 바람처럼 도시에서 떠돌던 여인 한 분이 순창에 찾아 들어왔다, 아마도 꼭 와야 할 파랑새 한 마리가 산천이 좋은 고장을 알아보고 찾아온 것이리라, 모두 살 곳 찾아 도시로 떠나는데 시골 두메산골을 찾아온 그 모습이 심상치않았다,

오자마자 그는 오토바이에 녹색상자를 싣고 시골길을 달렸다. 텃밭에 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 팔았고, 시어머니를 모셔오더니 친정어머니까지 모셔왔다. 요양사 자격증을 따더니 군내 아프신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간병을 했다, 낮에는 활동이 많아 못하고 밤에 섬진강으로 가서 다슬기를 잡아 여기저기 시장으로 가서 팔았다.

그러나 이뿐이 아니다. 군청에 가서 틈틈이 배운 섹스폰을 들고 가야 할 곳에 찾아가 연주를 하면서 고락도 같이 했다. 이렇게 악착같이 사시는 모습을 보고 어떤 분은 돈벌이로 생각했으나, 이 분은 어떤 사명감에 의한 이웃사랑 때문이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고도 했다. 애씨 지은 농사의 쌀도 이웃에 골고루 나누었고, 어려운 아웃들의 생활비도 보탰다 . 그러데 이렇게 부지런히 한마을에서 25년 간을 살면서 봉사하신 분이 시인 최경순씨이시다. 어쩌면 배울 필요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것이 그의 시 세계이지만 그러기에 그 울림이 크다.

최 시인에게 시를 쓴 연유를 물었다. 최 시인은 20년 전부터 어느 선생님이 만날 때마다 책을 주셔서 그 책을 읽고 시에 대한 눈을 떴고 그렇게 읽은 문학서적이 방 서가에 가득 꽂혀 있다고 했다.그렇게 해서 20년 가까이 공부하고 쓴 시를 지난해에는 시집을 꾸며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받듦에 의해 순창문인회 회장도 되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냐? 20231020일 평소에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선종했다. 오호 통재라! 조용한 고을에 삶은 이렇게 살마하고 울던 파랑새 한 마리가 하늘나라로 날아간 것이다. 이 세상에 와서 시집 한 권만 남겨 놓고 갔다. 이럴 수가. 섬진강가 들풀처럼 푸르게 살다 가셨다. 최경순 시인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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