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세계 골프 없는 날’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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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세계 골프 없는 날’을 생각하며
  • 최수진
  • 승인 2024.04.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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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순창읍 순화)

199211월 태국 푸켓에서 열린 ‘21세기를 위한 민중의 행동, 3세계 관광포럼에서 골프장으로 훼손되어 가고 있는 전 지구의 산림을 지키기 위해 골프 없는 날을 지정했습니다. 1990년대는 이미 생태계 파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던 때였고, 특히 골프장 건설이 산림 파괴에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경 문제가 그렇지만 각종 기념일을 지정하고 3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여전히 그때의 문제는 더욱 더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공공재 파괴하는 기울어진 통계

우리 지역에도 골프장 건설 문제로 갈등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골프장이 왜 문제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적으로 더욱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도 알고 있지만 아직도 갈등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골프장을 공공시설로 생각하는 인식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통계들을 내세워 한국에 이렇게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수용할 수 있는 골프장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골프장은 1989년에 48곳으로 시작해서 2022년 기준으로는 501곳이며, 미착공 수도 19곳이라고 하니 경제성장 지표에 비례하여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골프장을 늘려야 하는 명분?

그렇다면 골프 인구는 어떨까요? 202384일 자 제이티비시-골프(JTBC-Golf) 기사에 의하면 535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2023522일 자 <문화일보> 기사에 따르면 골프 인구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집계하느냐에 따라 1176만 명이 될 수도 있고 564만 명, 473만 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1176만 명의 경우는 수를 늘리기 위해 잔디가 깔린 골프장이 아닌 스크린 골프장 이용자까지 포함된 수라고 하니 골프 인구가 증가했으니 골프장도 늘려야 한다는 말이 좀 민망하게 들리네요.

그리고 표본 수도 문제인데 미국의 경우 표본 수가 2만 개가 넘는데 한국 세종시의 경우 3명이 20대 남성을 대표한다는군요. 표본의 학력 분포에 있어서도 80% 가까운 수가 대졸 이상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런 방식으로 추출된 수가 공공재인 산림을 파괴하면서까지 골프장 수를 늘려야 하는 명분이 될까요?

 

지구 생태계 먹칠하는 골프 투어

골프장은 녹색 사막으로 불립니다. 골프장이 그만큼 생태환경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직관적인 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기후변화로 인해 물관리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그야말로 물 먹는 하마인 골프장은 생각만 해도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괴 문제뿐 아니라 운영 중에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골프장이 아닌 더 저렴한 아시아 골프 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류, 장난감, 신발, 축구공 등의 산업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규제가 덜 한 아시아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많은 환경과 노동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라는 명목으로 어느 한 나라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고 땅과 물마저 오염시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고 있는 일에 골프 투어까지 보태지고 있는 것입니다. 골프장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분명히 있음에도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골프장의 문제가 다른 나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을 모른 체한다면 과연 인류가 한 종족인지 의심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1년의 단 하루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1992년부터 세계 골프 없는 날이 시행되면서 지금까지 해마다 429일에 문을 열지 않은 골프장이 있을까요? 아마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1년 중 하루는 골프 없는 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역사적인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 사건이 아직도 우리에게 영향력이 있으며 기억하지 않는 순간 빈껍데기만 남는 정체성 없는 현재만 남기 때문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환경의 문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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