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다시 ‘용기’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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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다시 ‘용기’를 내며
  • 최수진
  • 승인 2024.01.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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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순창읍 순화)

섞이면 곤란한데...

5일장에 가는 날은 늘 뭐가 분주합니다. 챙겨가야 할 게 좀 많거든요. 장바구니를 가져가건 시장 캐리어를 끌고 가건 상관없이 하나둘씩 꼭 챙겨 넣는 것은 비닐봉지와 중간 크기의 플라스틱통인데, 과일이나 채소를 살 때는 비닐봉지에, 호떡이나 고기를 살 때는 플라스틱통에 담아 옵니다. 특히 채소나 과일쯤은 그냥 장바구니나 캐리어에 한꺼번에 담아오곤 했는데 물건을 파시는 분들이 그런 저를 못미더워 하셔서 준비한 나름의 장비들입니다.

흙이 묻은 채소를 봉지 없이 그냥 담아도 된다고 해도 섞이면 나중에 곤란할 텐데하시며 억지로 까만 비닐봉지에 척척 담아 주실 땐 제가 참 난감해집니다. 물건을 사는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 왜? 라고 하고 싶지만, 그동안 수많은 거래를 통해 경험했던 고객들로부터의 불평에 대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내 해시태그 운동을 아시나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019년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대형마트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인식 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대다수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과도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20204월에는 용기내 해시태그 챌린지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도시의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상인들과 소비자들이 용기를 내면 물건값을 감해주는 행사를 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용기내는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용기내 챌린지 확산은 지역의 일회용품 없는 축제에까지 이어지면서 용기내는 사람들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초기에는 챌린지에 참여하기 어려워하는 소비자도 많았고 특히 다양한 불평에 대응해야 하는 상인들에게 이 운동은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소비가 이루어지는 곳에서의 일회용품 범람은 엄연한 사실이었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던 때였기 때문에 흐르는 물결을 막기는 어려웠습니다.

 

용기는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죠

주로 대형마트에서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한다고 하지만, 동네 편의점에서도 그에 못지않게 사용하죠. 부피도 작고 양도 적은데 편의점에서 거래되는 거의 모든 물건은 비닐봉지에 싸서 오고 비닐봉지는 집에 오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거나 분리배출통으로 들어 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 달 동안 모아보면 그 양이 어마어마하겠지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비닐봉지 부피가 적으니 호주머니에 잘 접어놨다가 편의점에 갈 때 다시 써보는 거죠. 적어도 세 번 이상 써보기를 자체 챌린지로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장바구니나 에코백에 습관처럼 튼튼한 비닐봉지를 넣어뒀다가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쓸 수 있는 상황이면 써보는 것입니다. 큰 부담 없이 혼자서도 언제든 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활동이 되겠는데, 보통의 사회운동이 이렇게 시작된다는 점에서 순창에서 #용기내 챌린지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용기는 반드시 말 그대로의 그릇일 필요가 없지요. 작은 비닐도 용기가 될 수 있고 종이봉투도 용기가 될 수 있고 시장바구니 자체가 용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거나 자제하는 것 자체가 용기를 내는 용기내챌린지가 되겠습니다.

 

새삼스럽게 용기를 내라고?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로 하는 분들은 왜 새삼스럽게 용기를 내라는 거야? 라고 하실 수 있겠네요. 사실 그동안의 #용기내 챌린지는 숨 쉬고 잠자는 것과 같은 완전한 일상이라기보다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서 도전을 해보는 운동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현 정권의 기후환경 정책은 거의 ‘0’라고 볼 수 있고 이런 일련의 행보들이 의지를 가지고 실천을 하던 사람들의 기운을 많이 뺏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국가정책이 개인의 삶의 방향에 많은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탄소배출 ‘0’로 가는 일상의 삶에까지 명암을 드리우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예기치 않는 재난에 대비하는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지금, 비닐봉지와 종이봉투를 수십 번 쓰고 두부를, 고기를 그릇에 담아와도 아무렇지 않은 그런 풍경들이 진정한 전환이 아닐까요? 개인의 실천이 정책을 앞지를 수 없지만 지금은 뭐라도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용기내 챌린지를 제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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