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3) 이인숙 순화1리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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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3) 이인숙 순화1리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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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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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장님(3)
“어르신들에게 활기찬 기운을 찾아드리면 좋겠어요”

어르신들에게 활기찬 기운을 찾아드리면 좋겠어요

따사로웠다. 따스한 햇살이 마을회관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지난달 11일 오후, 순창읍 순화1리 이인숙(68) 이장과 마주했다. 그는 순창에서 나고 자라며 순창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타지에서 온 사람들 말고는, 읍내 사람은 거의 다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봄날의 따뜻한 품에 안기며 이 이장과 함께 회관 마루에 걸터앉으니, 할머니 두 분이 모두 살아계시던 순창읍내 시골집(친가외가)이 떠올랐다. 시골집은 어렸을 적 방학이면 서울에서 내려와 머물던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본적은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 ◯◯◯번지. 어쩌면 읍내를 오가며 이 이장과 옷깃을 스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순창읍의 열 명뿐인 여자 이장

마을회관 안, 자그만 텃밭에는 까만 비닐이 씌워져 있었다. 이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과 나눠먹으려고 하지감자를 좀 심었다고 웃었다.

이 이장은 순창읍의 마흔일곱 명 이장 중에서 열 명뿐인 여자 이장이다. 읍내 이장은 면에서와는 하는 일이 조금 다를 터. 어떤 일을 주로 하느냐고 물었다.

민원 들어오면 처리하죠. 특별한 민원은 안 들어와도, 농사 일 같은 거 산업계에다 연락하고, 거꾸로 산업계에서 연락도 오고 그러죠. 요즘 같은 경우는 회관이 문을 안 여니까 마을 한바퀴 돌면서 나이 잡순 할머니들 괜찮으신지 찾아뵙죠. 회관 열었을 때는 할머니들하고 점심도 함께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는데, 코로나 때문에 1년 넘게 모이질 못했어요.”

현재 순화1리에는 57세대가 산다고 한다. 마을에 퇴거만 하고 타지에서 사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인구 숫자를 정확히는 모른단다.

이 이장은 우리 부락은 100세 넘으신 분은 아직 없으시고 나이 많이 잡순 분들만 계신다제일 연세 많으신 분은 93세인데 건강이 좀 안 좋으시고,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다고 여느 마을과 같은 고민을 했다. 마을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문제는 시골 농촌이 안고 있는 현실이다.

순창읍 순화1리 마을회관은 옛 가정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순창읍 순화1리 마을회관은 옛 가정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순창 제, ‘’, 부락이 순화잖아요

화제를 바꿔서 마을 자랑을 해 달라고 했다. 이 이장은 싱긋이 웃었다.

우리 마을은 그냥 아담하니 조용~하니 좋아요. 너무 좋은 사람들만 있어서 인심 좋고, 우리 마을 같으면 정말 살기 좋아요. 순창 제, ‘’, 부락이 순화잖아요. 원 부락이. 옛날부터 전체적으로 순창을 순화리로 하더라고요. 여기는 순화리, 저쪽 밑에는 남계리 그렇게 불렀어요. 여기가 순화니까, 토박이죠. (순창의 중심, 기원이라고 봐야 하네요?) .”

이 이장은 살기 좋은 덕분에 이장 하는 것도 어려운 점은 없고, 2013년부터 5번째 연임하고 있다우리 부락 같은 경우는 누가 특별히 하겠다고 하는 분도 없고, 그냥 맡으라고 해서 계속 이장을 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장은 마을 회의에서 주민들이 직접 뽑아요. 57세대 주민들이 모두 모이지는 못 하시고. 못 나오시는 분은 위임을 하든, 전화로 하든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동의를 해 주셔야 해요. 다른 마을 이장은 서로 하려고 치열한 데도 있어요. 마을마다 다르죠.”

어르신들이 바깥에 나오시면 정말 좋을 날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좋았다. 이 이장은 어르신들이 바깥에 나오시면 정말 좋을 날이라며 어르신들이 집에만 계시니까 갑갑하다고들 말씀 하신다고 안타까워했다. 좋은 날씨도 결국 마을 주민의 걱정으로 연결된다. 매월 정부에서 30만원의 수당을 받는 전국의 이장들도 마찬가지일 터지만, 이 이장은 특히 돈 이야기에 조심스러웠다.

이장 수당 말고는 특별히 정부에서 받는 혜택은 없어요. 수당은 경조사 충당하는 것도 안 되죠. 돈 받으려고 이장하는 건 아니니까. 수당하고는 무관한 거죠. 그리고 회관(경로당) 운영비가 나오면 밥 해 먹고 할 때는 썼죠, 여름에는 여름대로 쓰고 그랬었는데. 1년 넘게 회관 활용을 안 하니까 나머지 비용은 모두 반환해요. 어르신들을 위해 써야 하는데 아쉽죠.”

대화 내내 어르신 걱정뿐이다. 천생 이장이었다.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은 전화금융사기 예방으로 이어졌다. 실제 최근 농협과 마을금고 등에서 전화금융사기에 속아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려는 어르신들을 발견해 막는 일이 몇 차례 생기기도 했다.

관계없는 사람의 전화가 오면 무조건 끊으세요

안전문자나 그런 게 와도 볼 줄도 모르시고, 그냥 전화기에 쟁여져 갖고 있어요. 그런 분들이 많으세요. 요즘 집 전화 같은 경우는, 국제전화로 전화금융사기가 많이 걸려 와요. 그래서 나하고 관계없는 사람의 전화가 오면 무조건 끊고, 특히 국제전화라고 하면 이유 없이 무조건 끊고, 좌우간에 형제간 자기 친척들 이외에는 사절하라고, 절대로 받지 말라고 말씀드리죠.”

이장 역할 9년째, 힘든 일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다시 물었다. 이 이장은 힘든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주민들 만나면서 그냥 내 일이다, 하는 거죠. 마스크는 일일이 댁에 가져다 드리고. 어쩔 때는 전화도 안 받고 그러면 우체통에 넣어놓고 나중에 알려드리죠. 골목마다 가로등이 꺼진 데가 있나 확인해 보고, 읍사무소에 전신주에 새겨진 번호가 알려주면 어르신들 불편하지 않도록 와서 고쳐주고. 방범 순찰도 하고 그래요.”

마을회관의 방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었다. 코로나19는 마을회관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을 빼앗아갔다. 이 이장은 어르신 걱정으로 말문을 닫았다.

어르신들이 나이 잡수시고 그러셔서 애경사도 별로 없어요. 외출을 못 하시니까 용돈 쓸 일도 없으시고. 화사한 봄날처럼, 어르신들에게 활기찬 기운을 어서 빨리 찾아드리면 좋겠어요.”

열린순창안녕하세요? 이장님!’ 기획을 연속 보도합니다. 다음에는 금과면 대성마을 막내, 김기호 이장을 소개합니다. 열린순창에 우리 마을 이장을 추천해 주세요. 만나 뵈러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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