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5)김학성 동계 연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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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5)김학성 동계 연산마을
  • 장성일ㆍ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7.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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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들 자식 노릇 해야죠”

맑았던 날씨가 순식간에 돌변했다.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순창읍에서 폭우를 뚫고 동계면으로 향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언제 비를 퍼부었느냐는 듯 하늘이 활짝 개었다. 김학성(64) 연산마을 이장과의 만남은 한바탕 세찬 비바람을 맞고 나서야 그의 일터인 동계농약사에서 이뤄졌다. 


김 이장은 연산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학교와 군대를 다녀오느라 순창을 잠시 떠났던 때를 빼고는 30년 된 현포마을 일터와 연산마을 집과 논을 오가며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다. 


김 이장은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이장이라고 잘한 일도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연산마을의 좋은 점부터 물었다. 


“동네는 작지만 인물들이 많이 나와요. 옛날에 판사도 나왔고, 현재 조합장도 우리 동네로 와서 조합장이 됐어요.”

20년 전에 마흔넷 젊은 이장

연산마을은 스물세 가구, 주민 스물한 명이 살고 있다. 김 이장이 어렸을 때 사십 가구에서 많이 줄었다. 김 이장은 옛 생각이 나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노령화 되고… 더구나 코로나가 생기다 보니까, 마을회관이라도 열어 놓고 사람들이 모이고 정감 있게 지내야 하는데 그거마저 없으니까 살기가 팍팍하죠.”


김 이장은 20년 전 이장을 맡아 4년을 한 뒤, 지난해 다시 이장을 맡았다. “이십년 전이면 마흔네 살 젊은 이장이었겠다”고 웃으며 말을 건네자, 김 이장은 “지금도 젊다”고 따라 웃었다. 그는 “이십 년 전에는 이장이 마을에서 그렇게 중요한 위치인 줄 몰랐다”면서 “다시 이장을 해 보니, 주민들을 위해 할 일도 많고, 해 드릴 것도 많아서, 일을 찾으면 정말 많은데 그 일을 다 하려면 그게 또, 제 생계에 지장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동네를 위해서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하면 사람이 없어요. 전부 어르신들, 70대 이상이시니까. 마을에 사람이 있어야 재미난 일도 있고 싸울 일도 있는데, 보조 맞춰서 일할 사람이 없어요.”

주민들 골고루 혜택 받도록 노력 


평상시 이장 역할을 묻자, 김 이장은 모범적인 답안을 어렵게 내놓았다. 


“행정하고 주민 간 가교역할, 전달하는 처지에서 얼마만큼 전달을 잘하느냐가 중요하죠. 행정에서 전하는 일, 어르신들이 몰라서 못하는 일 없도록 하는 게 이장의 역할이죠. 주민들이 혜택을 골고루 받으셔야 하니까. 몸은 고돼도 일일이 방문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을 해 드리죠.”


김 이장은 자녀 둘을 뒀다. 수원과 여수에서 “모두 짝 찾아서 잘 산다”고. 그는 아내랑 둘이 지낸다. 아내가 전답에서 농사짓고 있다가 그가 가면 아내가 일터(농약상점)로 교대한다.
김 이장은 8년 전 군의원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다. 


“그때 딱 한 번 도전했는데, 남의 마음을 뺏는다는 것이, 표를 얻는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나는 싫으면 싫은 게 얼굴에 바로 나타나 버려요.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정치하려면 안 되는 거죠.”


‘사십 대 이장’과 ‘지금 이장’은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김 이장은 깊은 시름을 전했다.

“영농후계자(농업경영인) 6년 했고, 방범대장도 했고, 신협 이ㆍ감사도 12년 해봤어요. 그때는 사람들 단합이 잘 됐어요. 현재 제가 동계면생활협의회장을 맡고 있어서, 내일모레 제1차 풀베기를 하려고 하는데 몇 사람한테서 참석을 못 하겠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봉사단체니까 억지로 나오라고 할 수가 없어요.” 


삶의 터전은 처절한 생존 공간


도시 사람들은 고즈넉한 농촌의 풍경을 동경한다. 김 이장은 도시인의 시각을 경계했다. 


“저도 두릅을 키우지만 지금 두릅 밭에 가면 풀이 무성해요. 도시 사람들은 그런 사진을 올려놓고 풀밭이라고 좋아하는데, 풀 다 뽑으려면 풀과의 전쟁을 벌여야 해요. 도시에서 생각하는 낭만적인 농촌이 아니거든요.”


김 이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삶의 터전은 처절한 생존 공간이다. 그런데, 한 발 떨어져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과일 하나를 먹을 때는 맛이 있다. 그런데, 그 과일이 열매 맺기까지 수없이 흘린 농부의 피와 땀이 있다.


김 이장은 두릅과 벼, 고추 농사를 짓는다. 작년에는 고추를 5000근 생산했다. 그런데 고추가 안 팔렸다. 김 이장은 점점 팍팍해지는 농촌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예전에는 품앗이하는 정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활은 안 될 것 같아요. 순창에는 고추를 딸 인력이 아예 없어요. 작년에 남원에서, 금성에서 인력을 불러왔죠. 순창은 거의 그렇게 해요. 매실 딸 때는 광주에서 많이 오고요. 금성에서 오는 인력은 외국인들이에요. 농촌의 정이 갈수록 너무나 메말라 가더라고요.”

어르신 자녀들 연락처 모두 알아


김 이장은 그래도 희망을 놓지는 않았다. 이장 역할 탓일까. 그는 스스로 “자식 노릇 해야죠”라며 동네 어르신 걱정으로 말문을 닫았다. 


“이십 년 전에 이장 4년 할 때는 마을에 돌아가시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셨어요. 지금은 많이들 돌아가세요. 솔직히 이제는 농촌도 먹고 사는 건 걱정 없잖아요, 주민들이 건강하게 사시기 바라요. 저녁에 동네를 돌아요. 집에 불이 켜져 있는지 안 켜져 있는지 확인하죠. 안 켜져 있으면 자식들에게 전화해서, 부모님께 전화 자주 드려서 안부를 여쭈라고 하죠. 노인 양반들한테는 어쩔 수 없이 제가 자식 노릇해야죠.”


김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의 자녀 연락처를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마을지킴이다웠다.

 

열린순창안녕하세요? 이장님!’ 기획을 연속 보도합니다. 열린순창에 우리 마을 이장을 추천해 주세요. 만나 뵈러 달려가겠습니다. 이장 추천 전화 652-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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