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진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묘비명에 남겨 새긴 시가 바로 ‘귀천’입니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는 “우물쭈물하다 나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라고 썼고, 프랑스의 ‘밋셀프레미오’는 “나 그대를 사랑했더니 그대는 백배나 많은 것을 갚아주었다. 고맙다 인생이여!”라고 묘비명에 썼습니다.
누구나 한 삶을 마감하고 죽음을 맞이할 때는 한 마디 소감을 묘비명에 새기고 싶어 하는데 천상병 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묘비명에 썼습니다.
우리가 시를 대할 때 서정주의 시는 교과서 적인 위엄이 있고, 천상병의 시는 대중적인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는 서울대 상대를 나와 인텔리층에 속한 직장에 다녔지만 1952년 문예지 등단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와서 이른바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그 후유증으로 기인에서 폐인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한 때 행방불명이 되어 죽은 줄 알고 문우들이 유고 시집을 냈는데 그는 무연고자로 병원에 살아 있었고, 그 때부터 그는 내 돈처럼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막걸리 한 병 값만 받아 생활하면서 <새>, <주막에서>, <귀천> 등 시를 남겼습니다.
우리 인간 모두는 죽음을 무서워하는데 천상병은 고통스러웠든 삶의 일생을 소풍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살았습니다.
어쩌면 그는 고달프게 사는 우리드에게 “뭐 그렇게 힘들게 사니? 세상은 소풍 왔듯 살다 가는 거야” 껄껄 웃게 하는 하늘이 보낸 시인이었습니다.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일본 출생.
작품집 <새>, <주막에서>,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네> 등이 있다.
글ㆍ그림 조경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