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15) 모자를 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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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15) 모자를 보았니??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1.12.0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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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가는 존 클라센입니다. 작년 12월에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이라는 알록달록 예쁜 책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책의 그림 작가입니다. 그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은 <내 모자 어디 갔을까>입니다. 클라센의 모자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표지에는 모자를 잃어버린 커다란 곰이 서 있습니다. 뒤표지에는 작은 빨간색 모자가 놓여 있습니다. 왠지 곰의 모자 치고는 옹색해 보입니다.

모자를 찾아 나선 곰은 길에서 만난 동물들(여우, 개구리, 거북, )에게 자신의 모자를 보았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동물들은 시큰둥하게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토끼는 내가 모자를 훔쳤겠니? 나한테 더 이상 물어보지 마하면서 오히려 화를 냅니다. (사실 이때 토끼가 빨간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든 글은 대화체로 되어 있지만 등장하는 동물들에게 입이 없습니다. 곰은 매번 혹시 내 모자 못 봤니하고 말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보지 않고 묻고 답합니다. 한 마디로 소통의 부재를 보여줍니다.

그러다 사슴을 만납니다. 곰은 처음으로 사슴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합니다. 사슴은 곰에게 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묻습니다.

빨간 색이고, 뾰족하고자신의 모자를 설명하던 곰은 그제야 조금 전에 만난 토끼가 자신의 빨간 모자를 쓰고 있음을 알고 소리칩니다.

아까 내 모자를 봤어”(이때 바탕색이 붉은 색으로 변합니다. 화가 난 곰의 마음이겠지요?) 하고 토끼를 찾아서 급하게 되돌아 뛰어 갑니다. 드디어 토끼와 곰이 눈을 마주칩니다. 긴장된 순간입니다. 토끼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얼마 후, 모자 쓴 토끼를 찾는 다람쥐에게 곰이 대답합니다. “내가 토끼를 잡아먹었겠니? 나한테 더 이상 물어보지 마.”(어디서 들어본 말 아닌가요? 맞습니다. 토끼가 한 말을 그대로 반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그림과 글로 아이들에게는 유쾌한 상상을, 어른들에게는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찾고 미소를 띠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두 번째 책은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입니다. 바다 속을 배경으로 공간이동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가로 판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선 표지를 보면 작은 물고기가 하늘색 작은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제법 어울리게 보이는데 작은 물고기가 화자가 되어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귀여운 하늘색 모자를 쓴 작은 물고기가 커다란 물고기의 모자를 훔쳐서 달아납니다. 하지만 커다란 물고기가 잠들어 있어서 모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깨어나도 모자가 사라진 건 알지 못할 거라고, 알게 되더라도 범인이 자신인 줄 모를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합니다.(그러나 작은 물고기의 말과 달리 그림 속에서는 커다란 물고기가 눈을 뜨고 작은 물고기를 쫒아오고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작은 물고기는 키 크고 굵은 물풀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으로 갑니다. 그런데 붉은 게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해서 약속합니다. 하지만 붉은 게는 커다란 물고기에게 집게손으로 작은 물고기가 사라져간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작은 물고기는 모자를 훔치는 건 나쁘지만 자신한테 더 어울리는 모자라고 자신을 합리화하고 아무도 찾아내지 못할 거라고 의기양양 해 합니다. 작은 물고기는 무사할 수 있을까요?

잠시 후 커다란 물고기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아주 작은 모자를 쓰고 나타나 잠이 듭니다. (이때 붉은 게가 작은 물고기의 행방이 궁금한 듯 두리번거립니다.)

장면 장면 작은 물고기는 독자에게 말을 하고 있지만, 독자는 눈으로 커다란 물고기의 움직임을 따라 갑니다.(커다란 물고기는 말이 없습니다.)

두 작품 다 결말에서 토끼와 작은 물고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독자들이 상상할 뿐이지요. 당혹스럽고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단순하고 유쾌하게 반응합니다. 남의 모자를 가져갔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입니다.

 

<모자를 보았어>

 

존 클라센의 모자 시리즈는 <모자를 보았어>로 완성됩니다. 앞의 두 작품이 다른 이의 모자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에서 벌어진 이야기라면 마지막 작품은 그에 대한 반전의 메시지를 들려줍니다.

이번에는 하얀 모자 한 개와 두 마리의 거북이 등장합니다. 세모무늬가 있는 거북과 네모 무늬가 있는 거북이 함께모자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모자는 하나뿐이니, 서로를 위해 모자를 포기합니다. 지는 해를 보면서도 말로는 지는 해생각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모자 생각이 간절합니다.(그러고 보니 지는 해가 모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

네모 거북이 솔솔 잠이 듭니다. 틈을 타 세모 거북은 살금살금 모자를 향해 갑니다. 세모 거북은 네모 거북이 자는지 확인하려고 말을 겁니다. 네모 거북은 꿈을 꾸며 말합니다. 꿈속에 모자가 두 개 있다고.(혹시 자는 척 하는 걸까요?) 세모 거북은 움찔하면서 도로 돌아가 함께 꿈을 꿉니다. 각자의 모자를 쓰고 밤하늘을 날아갑니다.

세 번째 작품에서도 작가는 독자를 목격자로 만듭니다. 동물들은 서로를 속이며 뻔뻔하게 행동하고 대화하지만, 독자는 동물들의 눈을 보고 속마음을 알아챕니다.

앞의 두 작품이 훔치고, 쫓고, 깔아뭉개고, 잡아먹는 욕심과 폭력성에 당황했던 독자들도 세 번째 작품을 보면 안도하게 됩니다. 이처럼 존 클라센은 장난스러운 그림과 간결한 말투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드시나요? 세 번째 작품이 교훈적(?)이라서 어른들은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은 앞의 두 작품을 훨씬 좋아합니다. 예쁜 남의 모자를 갖고 싶은 솔직한 마음,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니까요.

 

그밖에 존 클라센의 작품들

하늘에서 돌이 쿵! (존 클라센 지음)

  • 떨어진 거대한 돌,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 등 독특한 소재와 범우주적인 발상으로 만들어진 그림책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 눈과 까만 검댕밖에 보이지 않는 작고 추운 마을에 사는 애너벨은 갖가지 색깔의 털실이 들어있는 조그만 상자를 발견한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 멋진 것을 찾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한 샘과 데이브의 이야기

 

세모(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세모 모양의 문이 달린 세모 집에 사는 세모 모양의 '세모'가 집을 나선다. 세모는 지금 친구인 네모에게 몰래 장난을 치고 싶다.

 

네모(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 받은 네모가 동그라미처럼 완벽한 걸 만들고 싶어 하는 네모스러운 이야기다.

 

동그라미(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 세모 모양의 동굴에 살고, 네모는 네모난 돌들로 가득한 비밀 동굴에 산다. 그런데 동그라미는 폭포에 산다.

 

늑대와 오리와 생쥐(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 한 마리가 늑대에게 꿀꺽 삼킴을 당한다. 는 늑대 배 속에서 오리를 만난다. 오리는 늑대가 날 삼켰을지는 몰라도 나는 잡아먹힐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큰소리를 친다.

 

팍스 (사라 페니패커 글/존 클라센 그림)

  • 인간 친구가 나를 찾으러 올 거예요.” 500킬로미터 떨어진 나의 여우를 찾아 떠난 열두 살 소년 피터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레모니 스니켓 글/클라센 그림)

  • 잠옷을 입은 아이가 입을 꾹 다문 채, 땅거미가 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라즐로는 어둠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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