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사계]올여름 감물염색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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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사계]올여름 감물염색 어떠신가요?
  • 조은영
  • 승인 2023.07.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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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동계 회룡)
풋감의 탄닌(떫음맛) 성분을 이용한 천연 감물염색

 

흙이 귀한 돌산에 터를 잡은 우리집은 작은 텃밭을 일구는데도 흙을 구해와야 할 만큼 돌이 많은 돌산입니다. 한 여름날 뜨거운 태양이 집 주변 곳곳에 자리 잡은 돌들과 디딤돌로 깔아놓은 구들석까지 달구니, 이글거리는 열기가 아지랑이를 피어오르게 하네요. 텃밭과 정원에 물을 주기 위한 긴 호스는 한참을 틀어도 뜨거운 온수가 나옵니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따뜻한 물이 필요할 때는 급한 대로 사용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 말 못 하는 다미는 칭얼대는 것으로 말을 대신하네요. 뙤약볕에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 없어서 일정까지 접었는데, 믿기지 않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밤새 내리는 빗줄기가 영원할 거 같았던 무더위 흔적을 말끔히 지워 버립니다.

 

폭우·강풍, 태풍으로부터 무사하길

우선 더위는 피했지만,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여름 장마 예보가 심상치 않아서 불안합니다. 폭우와 강풍, 태풍으로부터 무사하고 안전하게 모두의 삶이 지켜지길 바라봅니다. 특히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하니 미리미리 살펴보고 안전점검을 해야 할 것입니다.

몇 날 며칠을 비가 내리니 집안에 습기가 가득합니다. 분유를 먹어야 하는 둘째 손주 다미는 젖병을 빨면서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열이 나서, 제대로 분유를 먹지 못하고 울어댑니다. 설상가상 이불까지 축축해서 잠자리까지 불편합니다. 할 수 없이 보일러를 가동하면서 에어컨을 틀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축축하던 실내의 불쾌지수가 사라졌습니다. 울며 보채던 아이는 먹다 만 분유를 남김없이 먹고, 뽀송뽀송해진 이부자리에서 시름없이 잠이 들었습니다.

습하고 더운 여름을 시원하고 쾌적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제습기와 에어컨이 꼭 필요하지만, 떪은 감을 이용하여 광목에 물들인 감물염색 침구류를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습하고 더운 여름철에 특히나 땀을 많이 흘리시는 분들은 쾌적한 침구류에도 관심을 가지실 것입니다. 첫째 손주인 다율이가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라 조금만 더워도 땀을 흘리며 숙면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아이를 위해서 작년 여름에 감물로 염색한 이불에서 잠을 자게 하였습니다. 땀으로 얼룩진 이부자리는 보름이 지나도록 땀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둘째 손주 다미를 위해서 염색을 해야겠습니다.

 

신고 있던 양말을 입에 문 다미

또다시 다미와 헤어질 때가 되었습니다. 아들 내외가 출장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다음날에 맞추어 빗속을 가로지르며 다미의 집을 향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아이를 태우고 달리다 보니 맘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런 할미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카시트에서 잠을 자던 아이가 갑자기 한 쪽 발에 신겨진 양말을 잡아당기더니,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분유 먹을 때 젖꼭지를 빨아대는 것처럼 입에 문 양말을 물면서 계속 잠을 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한참을 웃었답니다.

보통의 신생아는 생후 3~4개월이 되면 손가락을 입에 대기도 하고 빨려고 합니다. 이때 위생적으로 관리가 쉬운 공갈 젖꼭지( 쪽쪽이)를 물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다미는 공갈 젖꼭지를 빨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깨끗하게 소독한 손수건을 입에 물리게 하였답니다. 그러다 보니 애착 인형 대신 부드럽고 얇은 이불 등 입에 닿는 옷 소매 등을 애착하게 된 것이지요. 아무리 그래도 신고 있던 양말까지 빨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인지 178.5km 거리를 2시간여 걸려서 청주에 도착하였습니다.

다미야!! 이리와 엄마야 엄마~.”

반가워하는 며느리와 달리 다미는 표정 없는 모습으로 엄마를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안겨진 순간, 마치 낯선 사람에게 안긴 것처럼 울어대기 시작하네요. 낯가림하는 것입니다. 당황한 며느리는 어떻게든 자신이 달래 보겠다고 애를 썼지만,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지요. 아직 9개월이 안 된 아이가 엄마 품을 떨어져 지냈으니 엄마를 잊은 겁니다. 우는 아이가 눈에 선하였지만,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습니다. 하루이틀만 지나면 괜찮을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부모와 언니가 있는 집에서 행복하게 지내길 기도합니다.

 

풋감의 탄닌(떫음맛) 성분으로 염색

반복되었던 육아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장마철이라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볕 좋은 날을 잡아서 다미에게 줄 감물염색을 하려고 합니다. 습하고 땀이 많은 여름철에 감물로 염색한 침구류만큼 쾌적한 것이 없기에 감물염색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감물염색을 알게 된 것이 25년 전쯤입니다. 제주 여행지에서 우연히 보게 된 갈옷이 신기하고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가 옷을 만드는 샵을 운영 중이었던 터라 옷감에 관심이 많을 때였지요. 일단은 상점에서 옷감 10(190cm)를 구입했습니다. 붉은빛을 띤 원단은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풀기가 강하였고 고슬고슬한 촉감이어서 방석을 만들면 좋겠다 싶어 첫 작품으로 방석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사용감이 좋았습니다. 그 후로도 침대시트, 베갯잇 등 주로 침구류를 만들면서 감물염색에 매료되기 시작하였답니다.

감물염색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하여 염색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익지 않은 풋감에는 탄닌(떪음맛)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감물염색을 가능하게 합니다. 감의 떫음 정도가 가장 강한 시기가 7월 말경에서 8월 중순입니다. 이시기의 떫은 감을 채취하여 염색할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감즙액을 구입하시면 많은 양을 염색할 수 있고 편리합니다.

<감물염색하기> 1.채취한 떫은 감을 잘게 자른 후에 믹서기에 간다. 2.곱게 갈린 감을 양파망이나 거름망에 거른다. 3.염색할 원단을 이물질이 없도록 깨끗하게 세탁한다. 4.걸러진 감즙에 원단을 넣고 잘 스며들도록 적시고 주물거린다. 5.감즙이 잘 스며든 원단을 햇볕에 건조시킨다. 6.건조해진 원단에 물을 뿌려 다시 건조시키기를 반복한다.

 

많은 시간과 정성 필요한 감물염색

날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햇볕이 강한 여름에는 이틀 정도 지나면 발색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조와 물뿌리기를 반복하다가 원하는 색이 나타날 때 멈추면 됩니다. 7월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가 찾아올 때 감물염색을 시작하면 시기적으로 가장 좋습니다.

막상 재료를 준비하여 염색을 하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갈 겁니다. 감즙물에 옷감을 적시고 잘 스며들도록 주물주물거리다가, 햇볕과 바람 그리고 열기가 어우러지도록 빨랫줄에 잘 펴서 널어 놉니다. 이제부터 설렘이 시작됩니다. 햇볕을 잘 받은 옷감이 건조해 지면 물을 뿌려주고 또 다시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물을 뿌려주기를 여러 날 하다 보면 처음에는 연한 갈색이었던 것이 차츰 붉은 갈색으로 변화되면서 마치 풀을 먹인 것처럼 옷감에 풀기가 차오르는 것을 경험하실 겁니다.

감물염색은 멈추어야 하는 시기가 될 때까지 여러 날을 사부작사부작 움직여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자연 물들임의 기쁨을 알지 못한다면 번거로운 작업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합니다. 소중한 사람과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위하여 올여름 감물염색 어떠신가요? 자연의 색 감물염색으로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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