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사계]어렵고 힘든 나라 안팎 소식… 추석만이라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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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사계]어렵고 힘든 나라 안팎 소식… 추석만이라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 조은영
  • 승인 2023.09.2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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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 (동계 회룡)

 

가을 문턱에서 드높은 하늘아래 살랑이는 바람을 맞이합니다. 치열하게 몸부림치던 여름을 견뎌낸 을 받는 것일까요? 깊고 푸른 하늘과 피카소의 그림을 능가하는 온갖 형상의 몽실몽실 새하얀 구름이 가을을 깊어가게 합니다.

삼복더위를 견뎌내면서 얼마나 기다리던 가을이었던가요. ‘일정때문에 서울을 다녀오면서 달리는 자동차 밖으로 스쳐 가는 가을 풍경을 보았습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가을의 서막이지만, 올 가을이 이리도 깊이 다가오는 것은 나의 삶이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탓인가 봅니다.

 

손주 육아로 지친 몸운동 시작

작년부터 이어진 육아로 언젠가부터 지치고 피로한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운동을 하여야겠다고 맘먹고 학교 운동장으로 가보니, 아이들과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걷고 달리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낮아지면서 움직이기 좋아진 날씨 덕분일 것입니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걸어가며 시간을 채우는 이웃 아주머니는 비 오는 날도 우산을 쓰고 걷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이분에게 걷기는 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 다가올 현실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슬픔입니다.

검정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젊은 청년이 빛의 속도로 스쳐 갑니다. 그런 젊은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납니다. 청년은 얼마 전까지 군인이었던 자신의 전역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운동장을 나가다 보니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같은 분들이라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기도 합니다. 운동장은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 시간에 이용을 하기 때문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시간대에 보던 분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근력이 붙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목표를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아침 달리기 운동장 5바퀴, 저녁 달리기도 5바퀴달리면서 무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도 하였지만 달리는 속도를 체력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한 덕분에, 운동을 시작한 지 두어 달 만에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가끔은 심장이 헐떡이게 뛰기도 합니다. 자신을 지키고 일으켜 세우는 것도, 스스로 주저앉는 것도 자신의 선택임을 알게 하였던 시간이었습니다.

 

추석, 아들 내외·두 손주 함께 맞이

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고운 한복을 입고 두 손주들이 아들 내외와 함께 내려온다고 합니다. 둘째 다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추석을 맞이합니다.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는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남편은 벌초를 서두릅니다. 그런 옆지기를 위해 이른 아침식사를 차려내고, 작업복을 챙겨 주었습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비가 오더라도 산소에 풀 베는 일이 끝난 후에 내려야 하는데,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가을은 가는 길에 혼자서는 가지 못하고 비를 동행하려나 봅니다. 추수 걷기에 지장 없이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해가 갈수록 벌초가 쉽지 않습니다. 산소가 흩어져 있는 탓에 무거운 예초기를 메고 먼 길을 다니며 작업을 하여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손을 빌리지 않고 자손들이 하고 있습니다. 일이 힘들다 보니 참여하시는 분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연령대가 60세를 넘긴 분들이 주류여서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우려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대기는 뿌연 으로 가득한데, 벌초하러 가신 분들은 어찌 되었을까? 걱정하던 순간 옆지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벌초 끝나고 식당으로 가는 중이니, 밥 먹으러 오라는 것입니다. 비 맞기 직전에 일을 마쳤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조상님 옛 음식, 정성을 들여봅니다

남자분들은 벌초로 명절을 준비하고, 주부들은 장보기로 명절 준비를 시작합니다. 내일은 지역에서 행사하는 농산물 장터에 장을 보러 나가 보아야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음식 메뉴를 고민했었는데, 실속있고 알찬 건강한 집밥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니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에 맛있는 집밥이 최고일 듯합니다.

명절 상에는 여러 가지 나물이 올라오지만, 할머니의 아련한 그리움이 깃들어있고, 어머니 손맛이 가득한 토란대 나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토란나물은 건조된 토란대를 물에 불려서 삶은 다음 물이나 쌀뜨물에 담가 아린 맛을 제거한 뒤에 요리를 시작합니다. 버섯, 멸치, 말린새우,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낸 물을 붓고, 메주 간장으로 간을 살짝한 후에 중간 불에서 다글다글 졸여줍니다.

어느 정도 나물에 간이 배면 들깻가루를 적당히 넣고 가스불을 조금 더 줄인 뒤에 상태를 보아가며 졸이다가, 불을 끄기 5분 전에 다진 마늘을 넣어주고 부족한 간을 본 뒤 마무리를 합니다. 기름진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는 명절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토란대 나물이 건강 지킴이가 될 거 같습니다. 조상님의 옛 음식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요리 과정은 단순합니다. 달달하고 빠른 음식에 길들여진 요즘 젊은이인 아들과 며느리가 맛있게 먹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봅니다.

티브이(TV)와 신문 등에서 들려오는 어렵고 힘든 나라 안팎 소식들이 버거운 시절이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추석만이라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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